못다한 이야기

그대는 별로 뜨고...

후조 2014. 4. 9. 03:30

 

 





별. 14

 

 

-김소엽-

 

 

외로운 이여

고통의 강가에

누워 보아라.

 

삭지 않는

돌의 고뇌도

물살로 풀리거니

 

고뇌의 강에서만

 

뜨는 별

 

외로운 이여

고통의 강가에

누워서

가슴에 하나씩

 별을 그려 보아라.

***

 

 


 



얇고 작은 詩集 하나가 뱅기타고 날라와

 

 

제 품에 안겨왔습니다.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두고 보라고 했는데도,

 

마치 18개월짜리 손녀딸이 저를 보면

앞 뒤 살피지 않고 뒤뚱 뒤뚱 제게 달려와 덥석 안기듯이...ㅎ

 

요즘 사진을 찍고 나서 분류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면

   왠지 시 한구절 쯤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詩들을 검색하거나, 가지고 있는 시집을 들춰보게 되는데

그런 제 마음을 알고 있는 친구, 젊은 날의 꿈과 낭만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친구가 책갈피에 꽃잎까지 함께 보내준

 1987년에 출간된 김소엽 시인의 첫 시집,

<그대는 별로 뜨고>

 

수년 전 서울에서 온 다른 친구가 주고 간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놓고>

   (1993)라는 이 분의 시집도 있는데...

 


별의 시인...

일찍이 시인에 대해서 잠간 들은 바 있지만

근황을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 보니 벌써 7순이 넘었네요.

1965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

1985년에 남편인 연세대 양명제 교수와 사별하고

오로지 신앙으로 글을 쓰시면서 지낸 세월이 벌써 30여년...

 

小葉.. 이름대로 모습도 작은 잎새같이 가녀려 보였는데...

젊은 날 남편을 사별하고 힘든 세월을 지내면서도

시집, 수필집, 방송, 그리고

신앙간증까지 하시며 꿋꿋하게 활동하시는 것같습니다.

 

"小葉 시인이 지닌 인간에 대한, 신에 대한 사랑은 결코 불꽃 같은 열정이 아니라

가슴에 오래 간직하여 정금같이 순화된 사랑이다.  

그것은 은근하며 깊고 그윽한 한국의 넋을 지닌 채 서양의 기독교 사상이

그 안에서 잘 융화되고 일치되어 승화된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시종 님에게로 향한 애절한 戀詩 형태로 표현된다.   

그 사랑은 어쩌면 에로스에서 시작되어

아가페로 승화된 양자겸전의 형이상학적인  면모를 지닌 실체이다. 

 

근년에 시인 자신이 겪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받은 아픔은

그를 신앙적으로 더욱 깊게 만들었으며 

밀도 짙은 한 시인으로 성숙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육신적인 임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임이 됨으로써 그에 대한 그리움과 

애타는 사랑은 바로 초월자인 神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승화되었으며,

유한한 사랑에서 영원성을 지닌 사랑으로 탈바꿈하는 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李明宰 (문학평론가.중앙대교수) (표지 뒷면의 소개글에서 발쵀)

 

 

별. 4

하늘의 수많은 별을 헤면서

그 신비에 가슴 뛰던 시절.

그후로 영근 아픔마다

별이 된 것을

아픈 상처마다

반짝이는 별이 된 것을

네 눈빛과 설레임이

푸른 별이 된 것을

세상을 훨씬 뛰어넘고서야

그 비밀을 알고야.


 


 

 

별. 5

네가 그리울 때이면

네가 거닐던 길을 거닌다.

그래도 그리움이

파도로 밀려오면

네가 만난 사람들을 만난다

 

아무래도 그리움이 잠들지 않으면

아베 마리아를 틀어 놓고

가만 눈을 감아 본다.

그리고 저 멀리

별이 된

너를 만난다.

별. 7

눈물마다 하늘에 올라가

이별마다 하늘에 올라가

은하의 강이 되고

빛나는 별이 되어

영혼까지 비추는 별이 된 것을.

 

아름다운 죽음마다

별이 되어서

이생의 죄를 지고 가나니

서러워 말라

너도 곧 별이 될 것을

 

별이 되어

하늘에서 만날 것을

은하수 타고 가며

그 때의 이별을

노래할 것을.

 

 



(image from web)

 

별을 이야기 하다 보니

남프랑의 아를의 론강에서 밤 하늘의 별들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납니다.

 

 

 

 

 

빠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 총을 쏘았던 밀밭 옆 묘지에 있는

 

동생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의 무덤.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애틋한 사랑을 나눈 형제인지라

 

죽어서도 이국 땅에서 나란히 묻혀 있었습니다.

 

 

동생 테오와의 편지에서

하늘의 별에 가고 싶다고 했던 화가,

그러나 죽어서나 별에 갈 수 있다고,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은 지상의 운송수단이지만

각종 질병은 천상의 운송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화가,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을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년 6월)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나를 꿈꾸게 하는 밤하늘"의 일부입니다.

 

 

카리브해를 크루즈 여행했던 2년 전...

카리브해의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던 것이 너무나 이상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적도근처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해상에서는 밤하늘에 별이 보일까..???

물론 보일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괜히 궁금해지면서

크루즈를 떠나고 싶은 마음...

 

 

 

 

Sergio Rachmaninoff(1873-1943), Vocalise, Op. 34, No. 14

 

'Vocalise' 라는 말은 '말이 없는 노래'를 뜻한다고 합니다.

.

소년들의 허밍으로 불리워지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Dame Kiri Te Kanawa가 부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의사전달을 위해서

 

때로는 말이 필요없을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dotorie

애절함이 절.절.절
슬퍼요~~~ 2014/04/09 05:43:16  


Marie

번호붙은 별을 보고
아, 김소엽 시인... 하며 반가웠어요.^^
이 아침, 별을 생각하며 시작합니다.


 2014/04/09 07:49:58  


trio

40대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절절한 마음을 시로 쓰셨을테니까요.
슬프지요. 그래도 존경스럽네요. 이렇게 꿋꿋하고 당당하게 사셨다는 것이...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보셨어요?
 2014/04/09 09:15:22  


trio

마리님, 김소엽 시인을 아시는구요.
오래된 시집인데...
현재 많이 활동하시는 것같더군요.
이곳은 언제나 소식이 늦어요. ㅋㅋ
 2014/04/09 10:25:20  


바위

'보칼리제'가 제목과 잘 어울립니다.
'그대는 별로 뜨고' 제목 만으로도 가슴이 웬지 짠~해집니다.

겨울을 벗고 새 봄을 입어서일까요.
듣는 음악, 보는 그림들이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희망찬 새 봄 되십시오.  2014/04/09 11:51:00  


송파

오래만에 196~70년대로 돌아가 보는듯~ 애수에 젖어봅니다
고호가 99열차를 타고 은하계로 가고싶어했다는 것도~~
미술을 했다는 제가 부끄이 입니다^^
어쩜 사람의 목소리로~~ 저는 첨에 톱으로 연주하는 줄알았습니다

항상 온힘을 다해서 올려주시는 트리오 님의 포스팅들에서 님의 감정이 이입됩니다
감사드리면서 제가 아플때 집사람을 처가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마음을 그린
별하나가 보이는 "돌아가는 여인"을 올려드리싶은데 방법이 없습니다 ㅠㅠ 2014/04/09 13:31:18  


달리

trio님! 저도 때로는 말이 필요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저는 필명 김술님 블로그(술의 노래)를 자주 찾습니다..

웃으면서 살고 싶어요^^..

평안하시지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4/04/09 19:41:34  


trio

포스팅을 하면서 선곡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더구나 클래식의 전문가이신
바위님께서 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제목 만으로도 가슴이 ~짠해지신 느낌은 시인이 젊은 날, 남편과 사별하고 그리움으로
쓴 시들이기 때문에 시인의 마음이 바위님에게 그대로 전달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편과, 또는 아내와 사별한다는 것...더구나 그 젊은 날에...
인생에서 가장 슬픈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행복한 봄이 되십시요. 바위님!
 2014/04/10 00:09:11  


trio

송파님, 항상 제 글을 열심이 읽어주시는 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온힘을 다해서 올린다기 보다는 제가 참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그렇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아프실때 아내를 집으로 보내고 싶으셨다는 마음...참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돌아가는 여인' 궁금해집니다. 음원에 같은 포스팅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찬란한 봄을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2014/04/10 00:15:39  


trio

달리님, 오랫만입니다.
말보다는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할 때도 있지요. 말이 많다보면 실수도 많고..
그럼요, 웃으면서 살아야지요. 인생 참으로 길지 않거든요.
안달안달 하면서 살기에는 너무나 짧습니다.
저도 김술님 블로그에 방문해 보겠습니다.
부디 행복한 봄날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04/10 00:19:54  


푸나무

김소엽시인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뵈요.
같은 회에 소속되어서...
몸이 아주 자그마하신데
세상에 시낭송을 시작하면 좌중을 순식간에 휘어잡으시죠.
제게 낭송의 매력을 알게 해주신 분... 2014/04/12 09:01:38 


trio

그러시군요. 부럽네요.
푸나무님도 활동이 많으신 것같아요.
 2014/04/13 08:3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