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14
-김소엽-
외로운 이여
고통의 강가에
누워 보아라.
삭지 않는
돌의 고뇌도
물살로 풀리거니
고뇌의 강에서만
뜨는 별
외로운 이여
고통의 강가에
누워서
가슴에 하나씩
별을 그려 보아라.
***
얇고 작은 詩集 하나가 뱅기타고 날라와
제 품에 안겨왔습니다.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두고 보라고 했는데도,
마치 18개월짜리 손녀딸이 저를 보면
앞 뒤 살피지 않고 뒤뚱 뒤뚱 제게 달려와 덥석 안기듯이...ㅎ
요즘 사진을 찍고 나서 분류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면
왠지 시 한구절 쯤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詩들을 검색하거나, 가지고 있는 시집을 들춰보게 되는데
그런 제 마음을 알고 있는 친구, 젊은 날의 꿈과 낭만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친구가 책갈피에 꽃잎까지 함께 보내준
1987년에 출간된 김소엽 시인의 첫 시집,
<그대는 별로 뜨고>
수년 전 서울에서 온 다른 친구가 주고 간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놓고>
(1993)라는 이 분의 시집도 있는데...
별의 시인...
일찍이 시인에 대해서 잠간 들은 바 있지만
근황을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 보니 벌써 7순이 넘었네요.
1965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
1985년에 남편인 연세대 양명제 교수와 사별하고
오로지 신앙으로 글을 쓰시면서 지낸 세월이 벌써 30여년...
小葉.. 이름대로 모습도 작은 잎새같이 가녀려 보였는데...
젊은 날 남편을 사별하고 힘든 세월을 지내면서도
시집, 수필집, 방송, 그리고
신앙간증까지 하시며 꿋꿋하게 활동하시는 것같습니다.
"小葉 시인이 지닌 인간에 대한, 신에 대한 사랑은 결코 불꽃 같은 열정이 아니라
가슴에 오래 간직하여 정금같이 순화된 사랑이다.
그것은 은근하며 깊고 그윽한 한국의 넋을 지닌 채 서양의 기독교 사상이
그 안에서 잘 융화되고 일치되어 승화된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시종 님에게로 향한 애절한 戀詩 형태로 표현된다.
그 사랑은 어쩌면 에로스에서 시작되어
아가페로 승화된 양자겸전의 형이상학적인 면모를 지닌 실체이다.
근년에 시인 자신이 겪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받은 아픔은
그를 신앙적으로 더욱 깊게 만들었으며
밀도 짙은 한 시인으로 성숙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육신적인 임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임이 됨으로써 그에 대한 그리움과
애타는 사랑은 바로 초월자인 神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승화되었으며,
유한한 사랑에서 영원성을 지닌 사랑으로 탈바꿈하는 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李明宰 (문학평론가.중앙대교수) (표지 뒷면의 소개글에서 발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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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from web)
별을 이야기 하다 보니
남프랑의 아를의 론강에서 밤 하늘의 별들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납니다.
빠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 총을 쏘았던 밀밭 옆 묘지에 있는
동생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의 무덤.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애틋한 사랑을 나눈 형제인지라
죽어서도 이국 땅에서 나란히 묻혀 있었습니다.
동생 테오와의 편지에서
하늘의 별에 가고 싶다고 했던 화가,
그러나 죽어서나 별에 갈 수 있다고,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은 지상의 운송수단이지만
각종 질병은 천상의 운송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화가,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을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년 6월)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나를 꿈꾸게 하는 밤하늘"의 일부입니다.
카리브해를 크루즈로 여행했던 2년 전...
카리브해의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던 것이 너무나 이상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적도근처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해상에서는 밤하늘에 별이 보일까..???
물론 보일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괜히 궁금해지면서
크루즈를 떠나고 싶은 마음...
Sergio Rachmaninoff(1873-1943), Vocalise, Op. 34, No. 14
'Vocalise' 라는 말은 '말이 없는 노래'를 뜻한다고 합니다.
.
소년들의 허밍으로 불리워지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Dame Kiri Te Kanawa가 부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의사전달을 위해서
때로는 말이 필요없을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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