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먼저 떠난 친구...

후조 2015. 7. 17. 11:05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본명: 황재우, 1952 -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2년 전 1월 23일은 친구가 떠난 날...

겨울 비가 아침부터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창 밖에는 하얗게 핀 돌배꽃이 비를 맞고 있었지요.

 

 

 

투병 중에도

"J야, 걸을래?"라고 새벽에 전화를 해 오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얼른 나가서

우리는 중간지점 쯤에서 만나 한시간 가량 걸었었지요.

 

그렇게 무던히도 열심히 투병하였는데,

동생들까지도 언니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하려고 애를 썼건만

때가 되니 홀연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천하게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22일 저녁 아들집에서 추도 예배를 드린다고 했는데

감기가 심해서 추도 예배에도 가지 못하고

그냥......이렇게...

 

 (2014 1.21일에 올린 글) 





 

 

1월 20일 타계한 이태리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Claudio Abbado, 1933.6.26. -2014.1.20.)가 지휘하는 

구스타브 말러 교향곡 5번 Symphony No. 5 in C# minor 의 4악장 Adagietto입니다.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그가 장출혈로 건강의 위기를 겪던 1901년에 시작하여

1902년 미모의 알마 신들러와 결혼을 하던 해에 완성을 하였다고 하니

죽음과 행복을 오고 가던 때라고 합니다.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라는 4악장 아다지에토...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슬픔이 너무나 짙게 묻어있는 것은 알마와의 불행한 결말을

예견했기 때문은 아닌지...

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주제곡으로 나와

더욱 유명해진 곡입니다.

 

 

 

 

 

 


보미^^

친구가 세상을 떠났군요.
저도 소꼽친구가 6년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오래 살면 좋으련만 죽고 사는거 마음대로 안되지요. 2014/01/24 00:40:34  


dotorie

너무 이른 이별을 하셨군요.
친구분은 트리오님 가슴에 묻히셨으니
항상 가까이 계시리라 생각 되어요.
좋은 추억을 기억하심에 친구분도 미소를 짓고 계시겠지요. 2014/01/24 00:40:50  


cecilia

저도 구스타브 말러가 참 괜찮은 남자였다고 생각하는데 사랑이 깊었기때문에

슬픔이 깊었겠지요. 2014/01/24 00:51:06  


황남식

24시간 하는 목욕탕이 여기서 4킬로미터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할만큼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라 왕복 7킬로미터쯤에 있는 곳을 택하였고.부산 사람들은 온천천을 다 압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벨 화학상을 두번받은 샌님들도 그런 물을 못 만들만큼 엉망이었는데 지금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오염에 익숙해진 오리들도 보입니다.



목요일,
부산일보 주간 정기물인 김성종의 추리 비슷한 단편을 읽기전에 들렸고요.
조선일보 100자평에 구류 10일에서 이제 6~7일 남은것 같아 시간도 있고.

화들짝 놀라 헤드 셋을 낍니다.
이방에는 음악이 나오거든요.
 2014/01/24 01:19:11  


다프네

훔, 친구가 길을 떠나면 살아온 길이 다시한번 돌아봐진다고 하던데
그역시 가슴만 헛헛해지는 덧없는 일이라 생각되죠.
가슴이 무거운 날에 그저 마음만 함께 합니다. 그것밖에 달리 해드릴게 없어서...^^; 2014/01/24 04:24:20  


좋은날


어머니가 가신 날보다
삼일 앞서 친구가 간 날을 아직도 더 애달파합니다.

연전에서 향을 꽂고 통곡에 오열을 했던
그날을 저 또한 잊혀지지 않습니다.

생과 사로 영원히 멀어지는 별리.

그를 애통해 합니다.


 2014/01/24 05:48:58  


Anne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것 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시인은 어찌 이리도 적확(的確)하게 집어낼까요?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읽는 이에게 절절히 와 닿습니다. 2014/01/24 10:59:42  


바람돌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은 멈추지 않지요.
가진 것을 하나 둘 내려 놓아야 하는 인생길을
진실한 친구가 있어 함께 걸으면 좋으련만

친구분의 명복을 빕니다. 2014/01/24 13:55:40  


바위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가슴에 와닿는 시입니다.
친구분이 2년 전 세상을 떠나셨군요.
친한 친구의 죽음은 혈육 못지 않게 슬퍼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친구의 죽음과 아바도의 죽음을 연계한
가슴 찡~~한 멋진 글과 음악, 사진까지 잘 감상하고 갑니다.  2014/01/24 15:05:15  


士雄

나도 가고 너도 가고 우리 모두가 한 번은 떠나는 길인데
그게요,,, 참 익숙하지 않거든요.^^
지상에서는 영영 보지 못하니요. 2014/01/24 21:19:04  


산성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2012년 연주
라크리모사의 마지막 40여초...
숨을 몰아쉬고 계시던,많이 야윈 그 영상과 함께
멀리 보내드렸습니다.

친구분의 기일을 기억하는 마음
언젠가 우리도...그렇게...하다보니 슬픔.
기운 내시길.

 2014/01/26 05:10:33  


凸凸峯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도
누군가에게 닥아가는 모습도
다 아름답습니다.  2014/01/28 04:22:05  


장혜숙

서정적인 시에 여기에 실린 서정적 사진은 트리오님의 작품사진인가요? 2015/03/08 04:3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