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본명: 황재우, 1952 -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2년 전 1월 23일은 친구가 떠난 날...
겨울 비가 아침부터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창 밖에는 하얗게 핀 돌배꽃이 비를 맞고 있었지요.
투병 중에도
"J야, 걸을래?"라고 새벽에 전화를 해 오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얼른 나가서
우리는 중간지점 쯤에서 만나 한시간 가량 걸었었지요.
그렇게 무던히도 열심히 투병하였는데,
동생들까지도 언니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하려고 애를 썼건만
때가 되니 홀연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천하게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22일 저녁 아들집에서 추도 예배를 드린다고 했는데
감기가 심해서 추도 예배에도 가지 못하고
그냥......이렇게...
(2014 1.21일에 올린 글)
1월 20일 타계한 이태리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Claudio Abbado, 1933.6.26. -2014.1.20.)가 지휘하는
구스타브 말러 교향곡 5번 Symphony No. 5 in C# minor 의 4악장 Adagietto입니다.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그가 장출혈로 건강의 위기를 겪던 1901년에 시작하여
1902년 미모의 알마 신들러와 결혼을 하던 해에 완성을 하였다고 하니
죽음과 행복을 오고 가던 때라고 합니다.
'알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라는 4악장 아다지에토...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슬픔이 너무나 짙게 묻어있는 것은 알마와의 불행한 결말을
예견했기 때문은 아닌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주제곡으로 나와
더욱 유명해진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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