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아리랑과 Amazing Grace..조영남 컨서트를 보고

후조 2015. 7. 17. 11:22

 

 

裸木

  

나목은

구멍 뚫린 채로 서있다

무엇을 잃었기에

저토록 목마르게 서 있을가

 

보내는 이별의 아픔이 더할수록

성긴 가지 사이로 하늘만 울고

바람 불지 않아도

새들은 손끝에서 떠나는데

깃털 같은 하나

붙들 없는 나목의 목마름

 

가랑비 눈물만 뿌려도

나목의 구멍은 넓어지고

마음 아픔은 크게 남겨저

소리로 가슴을 때리는

애절한 바람소리

 

그러나 나목은

결코 슬퍼한 적이 없다

뻥뻥 뚫린 구멍마다 돋아날

날같은 새순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

 

어느 이민 목회자이며 시인의 미 발표작 "나목"이라는 詩입니다.

이민 목회의 어려움은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이들은 다 아십니다.

목사님은 그런 어려운 이민 목회를 하고 계시는데

설상가상으로 사모님께서 불치의 병을 앓고 계십니다.

근육 무력증?

그러므로 살림은 물론 예쁜 외동딸의 육아도 목사님 몫이었습니다.

딸은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할 정도로 아빠의 목회를

돕는 조역자였고이제는 성인이 되어 교회에서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사역과 삶이 힘들고 고단해도 주님의 온전하심과 거룩하심과 신실하심을 믿고 바라기에

목사님은 오늘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사역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목사님들의 부정적인 면이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을 볼 때마다

저는 시인이시며 목회자이신 목사님을 생각해 봅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늘도 복음을 전하고 계실 목사님을....

 

*****

 

 

서울에서는 언제 방영했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8일 금요일 밤 MBC에서 방영한 <조영남 컨서트>를 보았습니다.

 

 

 

 

학창시절 그가 부른 "딜라일라", 그리고 세시봉 친구들과 함께한 노래들로

학창시절을 생각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그리운 추억이 된 조영남,

 

그 후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복음성가 가수로도 활약을 했고

신학교도 다닌 그가 다시 자유분방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그가 써 낸 '내가 죽기 전에 꼭 쓰고 싶었던 이상의 詩 해설서'라는

"이상(李箱)은 이상(異常) 이상(以上)이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물론 화가로서도 크게 활동하고 있고 다른 책들도 써 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언제 이렇게 작가 이상(李箱)의 난해한 시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는가,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연예인이라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평가하였던 자신을 나무랬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 우연히 보게된 그의 컨서트에서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담과 이브를 지으시고

그들로 하여금 사랑으로 살기를 원하셨다는

성경을 바탕으로 한 자작곡 노래 "인생은"과

"사랑없인 난 못 살아요",

"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의 시로 지은 노래 "지금" 등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인생은 사랑, 영원한 사랑"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영남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자신의 컨서트를 진행하였는데

가수들이 죽으면 가수장(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이야기,

마지막에 죽은 가수의 히트곡을 장례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관 앞에서 부른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황금심씨의 장례식에서 "알뜰한 당신은 무슨 까닭에...."

가수 고운봉씨의 장례식 때는 "울려고 내가 왔던가..."

코메디 남보원씨가 모든 노래를 신령하게 부르라는, 다시 말해서

찬송가 조로 부르라는 멘트,

블루벨스가 죽으면..."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를 부르려나 라는 대목에서는 

자지러지듯 웃음보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죽으면 참석인들이 "딜라일라"는 어려워서 못 부를테고

"구경 한번 와 보세요..."라는 "화개 장터"를 부를 것같다고 하면서

행여나 그 노래는 부르지 말고 "모란동백"을 부르라며

마치 자신의 관 앞에서 부르듯 숙연하게 부르는 "모란동백", 

처음 듣는 노래였고, 비록 유모스럽게 진행했지만,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마지막 가사는

마치 그의 인생이고 그의 유언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의 히트곡 "딜라일라"나

성악가 교수인 동생과 함께 부른 오페라 아리아, "플로렌자 내 고향으로",

테너 김승일씨와 동생과 함께 부른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이태리 가곡인 "오 솔레미오" 등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칠순이 가까운 나이를 속일 수 없었지만

합창 단원들과 함께 부르는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와

자신이 "아리랑"과 "Amazing Grace"를 편곡해서 부른 "아리랑"은

사람 앞에서 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부르는 찬송이고

신실한 그의 신앙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리랑'의 노랫가락이 찬송가인 "Amazing Grace"와

그토록 잘 어울리는 가락인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 많은 슬픔과 고달픈 삶의 가락인 "아리랑"은

"나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이제껏 내가 산 것도 주님의 은혜라 또 나를 장차 본향에 인도해 주시리"라는

가사 그대로 하나님 앞에서 부르는 찬송으로 들렸습니다.

 

 

 

 

 

 

특정 종교를 내세운 것이 죄송스럽다고 불교에 관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그는 분명 이 컨서트를 통해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보화처럼 숨겨진 그의 믿음이 보여졌던 컨서트...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찌니라"

(히브리서 11장 6절 말씀)


 

교회의 권사님이셨던 그의 어머니께서

다른 아들보다 이 아들을 위해서 가장 많이 기도하셨다는, 조영남,

그의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였나 봅니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아리랑과 아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동영상입니다.




처음 듣는 모란동백...


 201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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