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5월이 가기 전에

후조 2015. 5. 24. 03:15


 

 

     5월...

     블로그에 올라오는 포스팅마다 아름다운 연두빛을 보면서

     노천명 시인의 "푸른 5월"도 생각나고

     "라이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피천득님의 "오월"이라는 수필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어쩌다 보니 벌써 5월이 다 지나고 있네요.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오로지 서로에게 사무친 채

     향기로운 꽃 이파리들이 늘어선 불꽃 사이로

     하얀 자스민 흐드리진 정자까지 거닐고 싶다.

     그곳에서 오월의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마음속 온갖 소망들도 잠잠해지고

     피어나는 오월의 꽃들 한가운데서 행복이 이루어지리라.

     내가 원하는 그 커다란 행복이.

 

     이렇듯 릴케처럼 오월의 하루를 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작은 바램도 이루지 못하고

     못내 오월을 보내야 하나 봅니다.


 

 

     옥양목 앞치마

  

           - 배환봉 -

 

     옥양목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는

     그 앞치마로 평생 눈물을 닦았다

 

     먼 곳에서 당신 어머니 고개 넘어 오시던 날

     앞치마 다 젖도록 부둥커안고 울고

     외할머니 사나흘 쉬고 가시던 날도

     고갯마루 바라보며 울고 또 울고

     옥양목 앞치마는 얼룩이 가실 날이 없었다

 

     하얀 앞치마를 보면

     울컥 솟는 그리움의 여인, 어머니

     우연히 산 내 흰 앞치마

     어쩌다 어머니 울컥 생각하며

     하늘 한번 바라볼 뿐, 맹맹한 내 얼굴

 

     살기 좋은 세상엔 그리움도 사라지는가

     평생 깔끔한, 차가운 내 하얀 앞치마

     그나마 옥양목 앞치마도 사라진 이 세대는

     눈물 닦을 추억도 없겠지

 

     ******

 

 

얼마 전 소개한 "그 들판이 그립다"라는 시를 쓰신 배환봉시인의

어머니를 그리는 詩입니다.

배환봉 시인은 큰언니의 어렸을 적 친구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지내시다가 은퇴하신 시인으로

이미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하셔서 군산지역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셨는데 최근에

시집 <절정에서>를 내놓으셨다고 합니다.

부자집 아들로 인물이 유난히 훤했던 남편은 평생 바람을 피우며

집에는 돈 한푼 내놓지 않고 지내다가 몇년 전 돌아가시고...

그런 세월을 제자 양성과 가슴에 묻고 있는 恨을 시로 쏟아놓으시며

지내셨다고 합니다.  언니의 친구분이시라 그런지

詩集에 있는 詩들이 모두 마음 깊이 파고 듭니다.


 

'어머니!'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지요.

'살기 좋은 세상엔 그리움도 사라지는가'라는 시인의 마음을 동감하면서

5월이 가기 전에 친정어머니와 또 친정어머니같은 큰언니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라도 슬퍼하겠습니다.

 

친정어머님이야 돌아가신지 벌써 30여년이 다 되지만

지난 달 반백년 이상을 함께 하시던 형부를 보내고 혼자되신 큰언니,

삶과 죽음의 별리는 불과 1초의 순간이었겠지요.

가녀리게 쉬던 숨 멎으시면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길...

 

80세에 가까우신 연세에 반려자를 떠나 보낸 그 상실감을 어찌 견디고 계시는지,

차라리 조금 젊은 나이였다면 홀로서기가 아쉬운대로 쉽지 않았을까,

아니면 딸이라도 있다면 위안이 되었을까...

 

효자 아들들은 어머니를 모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들과 함께 사시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다행이 두 아들들이 번갈아가면서 홀로 주무실 어머니를 위해

집에 와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 한번 다녀가시라고 해도 아직은 정리할 일이 많다고

내년에나 오시겠다고 하는데, 연세도 있어서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

염려하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염려와... 기도 뿐입니다.

 

 

 


 


선화

언제 제주도 오셨었어요? 

저 둥굴레하며..특히 저새~~제가 몇번찍은 왕!!! 반가워요~ㅎㅎㅎ 

저도 큰언니가 엄마 같지요 (또 다른...) 

울 친정엄마 91세인데 올10월에 큰언니랑 미국에 가십니다 
큰언니가 꼭 가야할 일이 생겨서요...엄마를 두고 갈 수 없어서 
모시고 간답니다 ( 특히 엄마가 가신다 우겨서요~ㅎ) 

언니 친구 엄마는 94세데 미국에 얼마전 댕겨 오셨답니다 
그러니 언니분은 거뜬히 미국에 오실 수 있어요 걱정마셔요!!! 

오늘은 부처님오신날~~ 트리오님께 부처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 비록 불자들은 아니더리도...^^) 2015/05/25 07:46:00  


dotorie

형부님이 남기고 가신 자리 
좋은 추억,기억으로 가득 채워지기 바랍니다. 
"Death leaves a heartache that no one can heal, 
but Love leaves a Memory that no one can steal"...... Unknown 2015/05/25 08:30:57  


송파


오랫만에 남한산성으로해서 3번국도(경기도 광주가는 푸름이 많은 길입니다)~ 
제가 대학교때 가끔 들렀던 산곡도자요로로해서 다녀오는데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는지,,, 
온산이 그냥 푸르른 연두빛 치마를 두른듯 싱싱한 메이 퀸데이~ 
그날 같았습니다 
그날은 어찌나 복사빛 여대생들이 푸르른 연두빛에 감싸여 
그렇게도 아름다웠던지요~ 

하얀 옥양목하니까 
친한 친구집 놀러갔다가 만난 수줍어비친 하얀이의 여고생~ 
지금 집사람도 생각나고요ㅎㅎ 

큰 언니 생각하시며 애모의 글을 올리시는데 
왠 깽둥 제집사람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귓전에 들려주시는 이 음원들에 제가 좀 풀렸는가 봅니다 ㅎㅎ 
그때 한팔을 꿰고라도 전시회에 갔었어야 하는데 
큰언니도 뵐수 있었는데,,, 
남같지 않을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ㅠㅠ 
곧 모두들 만나보시겠죠~ 건강들 하십시요~ 
 2015/05/25 16:40:57  


나를 찾으며...

5월, 여기저기는 초록이 지쳐 짙무르다 싶을만큼 
나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나가는 모습인 듯 했어요. 
딱~ 이만큼의 진초록을 갖고 싶어하던 저로서도 
이 오월은 오래오래 머물러줬음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초록의 향연 한 가운데서 딱 하루만 더 슬퍼하시겠단 트리오님의 표현이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큰 언니분에 대한 애절함을 더욱 더 부채질하는 것 같아요. 

전 배봉환 시인님이시라해서 남자분? 이신가 했습니다. 
옥양목~ 정말 눈물 머금게하는 시 입니다.^^* 
 2015/05/25 20:54:11  


산성

봄이 오면 
5월 6월 뭉뚱거려(?)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5월이 특별하고 싱그럽습니다, 
날은 많이 더워졌지만 
숲의 초록은 여전히 아름다워요. 
짙어지기 전에 누려야지...하며 내다봅니다. 
이어지는 노래들이 아련하네요~ 

 2015/05/26 16:36:43  


Dionysos

연이어 나오는 짐 리브스도 좋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Mamma를 듣고는 여러 가수들 목소리로 들어보니 
여기서 노래하는 소년 로베르티노도 괜찮지만 역시 파바로티가 좋군요. 
 2015/05/26 21:58:04  


선화

영화 보고싶어집니다 

이 노래 들으니요~^^ 2015/05/28 09:34:16  


교포아줌마

제비꽃 참 고우네요. 군락으로 피어서 마치 고물고물 예쁜 어린이들이 모여있는 것 같아요. 

꽃들을 보면서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란 걸 실감합니다. 

꽃들의 달^^ 
 2015/05/29 00:01:06  


Dionysos

사진 4장이 x 표시로 보입니다. 

조선블로그에 처음 올린 사진이 지워진 모양입니다. 
원본이 없어지면 복사해서 올린 사본도 자연히 사라진답니다. 

They're gone with the wind. 
 2015/06/02 23: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