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자동차로 플로리다를 돌아다닐 즈음에
인터넷에서 '캐리비언'을 검색하다가
"캐리비언에서 날라온 65세의 가수 이장희의 편지"라는 글이 눈에 띄였습니다.
중앙일보 이나라 논설위원의 글이었습니다.
캐리비언에서 날라온 예순 다섯의 이장희의 편지, "그대 자유를 꿈꾼다면..."
그저께 가수 이장희로부터 e메일이 왔다.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였다.
그는 캐리비언에 있다고 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배경인 바로 그곳이다.
중남미 해역의 진주같은 섬들, 영국령 하바나와 네덜란드령 세인트 마틴,
미국령 세인트 토머스를 돌아 마이애미로 가는 길이란다.
도착하면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가 동면(冬眠)한 뒤 늦봄께 울릉도로 돌아올 거라 했다.
지난달 한 방송사가 설 특집으로 그의 삶을 방영한 뒤 인터넷에 쏟아졌던 반응들이 생각났다.
한마디로 이거였다. "아 부럽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0년 전 늦여름이었다.
가수 조영남과 팥빙수를 나눠 먹으며 그 몇주 전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 종주 중 만난 브라운 베어 얘기를 해줬다.
조영남은 "그런데 가면 이쁜 여자가 있냐, 술이 나오냐, 뭘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생고생을 하냐"고
이죽거렸다. 말이 그렇지 이장희는 조영남이 정색하고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 사내'다.
다른 세시봉 멤버들 생각도 다르지 않다. 말이 아닌 몸으로 살아온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고 처지가 어떻든 매사 한결같기 때문이다.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얘기를 했다.
"영화 '드라큘라'를 보곤 한 달 동안 잠을 못잤어요. 드라큘라가 아니라 죽음이 두려워서...
언젠가 나도 죽겠구나, 죽으면 아무도 날 기억해주지 않겠구나.
인생은 한 번뿐이란 사실에 전율하며 결심했어요.
난 살고 싶은 대로 살리라,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리라,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내 결정대로만 하리라, 물론 그래서 잃은 것도 있지만...."
그가 꿈꾸는 삶의 핵심에 자연, 그리고 여행이 있다.
북미 종주, 아마존 탐험, 세계 각지의 이름 모를 섬들까지,
누군가는 "돈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답장 대신 건 안부전화 끝에 그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하하, 난 통장도 없는데..."하며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달리죠. 그러면서 생각해요.
돈 벌면 아내랑 여행도 가고 멋지게 살겠다고,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꿈이예요.
여행 안 다녀본 사람이 갑자기 그 맛을 알 수 있나요? 아내라고 덥석 따라나설까요?
뭐든 해봐야 노하우가 쌓이고 재미도 커지지요.
저만 해도 '은퇴하면 책 많이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공력이 약해 잘 안 되요.
여행을 원하면 지금 떠나야지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요."
은퇴철이요, 졸업 시즌이다. 삶의 급격한 변화 앞에 맘 허둥대는 이 적지 않을 게다.
갈피가 잘 안 잡힌다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기보다,
열두 살 이장희처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봄은 어떨까.
나의 욕망, 나의 행복,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들, 당신이 몇 살이든
지금이야말로 그 일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일 터이니.
이나라 논설위원 (출처 2012. 2. 2. 중앙일보 분수대)
(from internet)
이 글을 읽으면서 이장희씨의 생각과 많이 동감하면서
그가 갔었다는 세인트 마틴을 우리도 갈 텐데 조금 일찍 크루즈를 탔더라면
캐리비언의 어딘가에서 이장희씨를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 그는 이미 섬을 떠났던 것입니다.
우리와 길이 어긋난 것입니다.
캐리비브海의 몇 군데의 섬을 돌아오는 캐리비언 크루즈...
배는 낮에는 섬에 정박하여 있다가 저녁이면 살그머니 포구를 빠져나가
승객들이 잠을 자는 동안 밤을 새워 항해를 하여
다음 날 새벽에 다른 섬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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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그날 그날의 일정과 도착하는 섬에 대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가 방에 오는데
가장 눈에 띈 기사는 아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Relax. You're on vacation.
* Catch the sunrise. Nothing is more breathtaking than watching the daybreak out at sea.
Enjoy the view while taking a brisk walk around the jogging track.
* Laugh out loud! Our entertainers are here to amuse you. So, sit back and enjoy the show.
* Get to Chapter 4, Read that book you've been dying to get into.
Find a quiet spot in the Solarium or in the Library.
* Make a toast. Life is good. Why not celebrate with a glass of wine at the Schooner Bar
or the Champane Bar?
크루즈 여행기 계속됩니다.
Willie Nelson이 부릅니다.
"You are always on my mind"
2012/03/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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