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의 어느 맑고 화창한 날,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선배의 딸, 태어날 때부터 알던 딸이 9년 교제 끝에 드디어 신랑의 프로포즈를 받고 남가주 태평양 바다가 환히 내려다 보이고 진분홍 부겐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곳에서,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같은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자연스러운 머리스타일의 신부는 off white 드레스를 입고 신랑도 턱시도가 아닌 보통 정장 양복에 보라색 넥타이... 양쪽 네명씩 둘러리들이 서고... 신부측 부모님은 60년대에 유학와서 공부를 마치고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였고 신부는 이곳에서 태어난 2세입니다. 위로 연녕생 오빠가 있어서 톰보이처럼 활발하고 활달한 성격인 신부는 직장에 다닐 때 2살 년하의 프랑스 청년을 알게 되어 9년이나 교제를 하는데도 신랑이 프로포즈를 하지 않아서 신부 부모님의 애를 조금 태웠습니다. 신랑은 프랑스태생이고 신랑 아버지는 미국에서 프랑스계 은행의 높은 자리에 있다가 은퇴하여 현재는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프랑스 사람들이 결혼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동거를 하다가 결혼식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허락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므로 신랑은 UCLA에서 MBA를 마치고 직장을 갖게 되니까 프로포즈를 해서 드디어 결혼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은 워낙 다인종 사회인지라 각 나라의 전통을 살린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이나 결혼식 풍경도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면 그 때부터 결혼준비가 시작되어 양가 부모도 만나고 결혼할 장소도 정하고 리셉션의 음식, 음악, 꽃, 신혼여행, 사진, 청첩장, 둘러리들, 등등 그러한 모든 준비 과정을 적어도 1년을 두고 하는데 대부분 신부측에서 준비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한달전 쯤에 신부의 친구들은 Wedding Shower라는 파티를 신부를 위해서 베푸는데 이 때 신부의 친구들은 신부가 신혼여행을 가서 입을 속옷을 주로 선물합니다. 한편 신랑친구들은 결혼식을 앞두고 며칠 전에 총각파티(Bachelor Party)를 하지요. 앞 줄에 앉은 양가 가족들... 결혼식 때 신랑과 신랑의 둘러리들과 양가 아버지들이 턱시도를 입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결혼식은 야외에서 했기 때문에 보통 양복을 입었습니다. 신부어머니의 베이지색과 황금색의 드레스가 우아하였고 신부둘러리들과 꼬마 들러리들인 Flower girl들도 보라색 드레스를 입었고 신랑이랑 신랑들러리들도 보라색 넥타이를 메었으므로 신부아버지의 넥타이도 보라색이었습니다. 신랑부모님은 파리에서 왔기에 미쳐 색갈을 코디네이트하지 못한 것같았습니다. 이렇게 복장뿐만 아니라 리셉션에서의 냅킨이나 꽃장식도 같은 색으로 조화를 이루는 등 세밀한 것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이 이곳의 결혼문화입니다. 신랑의 친구 부부의 담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불란서인 신랑이 한국인 신부를 만나 미국에서 결혼식을 한 것이니까 지구촌을 실감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문화의 종합적인 이벤트라고나 할까... 특히 파리에서 살고 있는 신랑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이번 미국에서의 결혼식에 관심과 기대가 많아서 신부측에서는 더 더욱 신경을 쓰고 준비한 결혼식이었습니다. 결혼식에 초대되어 온 하객들은 양가 가족들과 친척, 친구들 모두 150명 정도... 하객의 숫자를 제한하느라 신부측 부모님은 꽤나 애를 먹었답니다. 신랑신부가 자기들을 잘 알아서 진심으로 축복해줄 지인들만 초청하기를 원했기에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다 초청할 수 없어서... 이곳의 교포 자녀들의 결혼식에는 같은 한국인일 때도 그러하지만 외국인과 결혼할 때도 폐백을 하는 등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 결혼식에는 양쪽의 전통적인 것은 곁들이지 않고 지극히 미국식으로 준비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미국식 결혼식이었습니다. 신부가 웨딩에 필요한 부케나 둘러리들의 꽃과 리셉션 테이블에 놓는 꽃(Center Pieces)을 모두 선인장으로만 한다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결혼식 장소에 가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식장 건물 주위가 전부 선인장으로 조경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부의 선인장으로 만든 부케도 장미꽃이나 오킷에 비해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우아하고 멋있었고 결혼식장을 장식한 화분도, 식탁 위의 센터 피스도, 여자어린이 둘러리의 화관도 모두 선인장 종류로 했는데 무척이나 이색적이고 개성이 있었습니다. 위의 어린이들은 신랑의 조카들인데 여자아이의 화관도 선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자기들끼리 놀면서 불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니 너무 귀여웠습니다.
결혼식을 밖에서 하고 나서 리셉션이 준비되는 동안 홀 안에서 간단히 칵테일과 오드블 등으로 하객들이 서로 인사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이 예쁜 꼬마의 할머니.. 이 꼬마엄마가 이 나이일 때부터 알던 선배님인데... 결혼식에서 아주 오랫만에 무용과 출신의 선배님을 만났는데 아직도 고운 모습 그대로였지만 벌써 하^머^니^... 세월을 피할 장사는 없는 일이지요.
리셉션은 건물 중앙에 있는 정원에서 했는데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해서 위의 사진처럼
하객들의 이름과 테이블 번호가 적힌 카드를 찾아서
각자 정하여진 자리에 앉았습니다.
RSVP...
이곳에서는 청첩장을 적어도 두 세달 전에 보내는데
참석여부를 늦어도 결혼식 3, 4주 전에 연락해 달라고 우표까지 붙인 봉투를
청첩장에 동봉하여 보냅니다.
이곳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제 때에 연락을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좀 낯설은 과정이라 잘 연락을 안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민망하게도 일일이 참석여부를 물어봐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청첩장을 받으면 꼭 참석여부를 미리 통보해야 하는 것은
참석하는 하객의 숫자대로 일인당 음식값이 정해지며
(이 정도의 장소에서의 결혼식 리셉션이면 일인당 가격이 상당합니다.)
이 대금은 결혼식 2주전 쯤에 전액 지불해야 하며
더 많이 오는 경우에는 추가로 지불하기도 하지만
오지 않는 경우에 refund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객들이 자리에 앉고 나니 신랑신부가 둘러리들과 함께
하객들의 열렬한 축복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을 하였습니다.
신랑신부가 입장하고 신부의 아버지의 인사를 시작으로
건배와 함께 식사를 하며 양가를 소개하고
친구들이 신랑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
|
음악에 맞추어 신랑신부가 먼저 춤을 추고
신랑은 장모와, 신부는 시아버지와 춤을 추고 나면
하객들도 춤을 추며 결혼식은 흥이 돋우워지고
마지막에는 웨딩케익을 나누며 서로 축복하고 축하하고...
신랑신부는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인사를 합니다.
(웨딩케익과 춤추는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
이렇듯 이곳에서 하는 결혼식은 신랑 신부 당사자들이
자기들만의 컨셉트트를 가지고 개성있게 결혼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민 1세의 부모들과 많이 갈등하며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라서 이곳에서 교육받은 자녀들이
이곳의 풍습대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살려서 멋진 결혼식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부모로서는 자녀들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결혼식에는 한국에서와 같은 예물이나 예단,
혼수, 폐물, 함, 등이 전혀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신랑에게 처가집에서 양복이나 시계, 구두 등을 해주는 관습도 없고
신부에게 각종 폐물이나 화장품, 옷, 핸드백, 등을 시댁어른이 해주는 관습도 없고
신부측에서 신랑부모나 형제들에게 혼수를 보내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신랑이 신부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는 능력껏 반지를 사서 프로포즈를 합니다.
반지를 마련하는 것도 신랑 당사자가 마련하는 것이지 부모님들이 마련하지 않습니다.
반지를 살 능력이 없으면 살 수 있을 때까지 프로포즈를 못하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반지를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반지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신랑과 신부가 적당히
나누어서 부담하며 능력껏 준비하고 부모님들은 자청해서 좀 보태주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본인들 재량껏 결혼식을 준비하고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것이
이곳의 젊은이들의 사고의식입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신문기사를 통해서 혼수나 예물 예단이 문제가 되어
양가가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있고
더 나아가서는 결혼이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을 볼 때
전통이고 관습이기 때문에 쉽게 무시해버릴 수도 없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 없습니다.
남녀가 자라서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아담과 하와의 결혼이 결혼의 원조(?)입니다.
"창조시로부터 저희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찌니라. 이러한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찌니라 하시더라"
(마가복음 10:6-9)
부디 새로 이룬 가정을 하나님께서 축북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트리오
2012/09/11 08:58
|
|
|
|
|
|
|
|
'못다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카데미 수상식을 취재한 한인 여기자 (0) | 2015.07.30 |
---|---|
미국의 공원묘지와 유럽의 묘지들... (0) | 2015.07.30 |
왕궁의 테라스같은 맘모스 핫 스프링스 Terrace (0) | 2015.07.30 |
신비로운 호수 Lake Sabrina와 라면? (0) | 2015.07.30 |
영원한 이방인...Folk Song Festival에서 (0) | 201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