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쁨을 누릴 성탄절에
뜬금없이 죽은 자들의 땅인 묘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한심한 트리오..
나이와 함께 기쁨이라는 감정도 메말라 가는지...
지금은 서울에도 공원묘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서울에 살 때는 별로 없었던 것같은데,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산이라고 해서 가족들을 위한 묘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지난 주일에 집에서 가까운
Covina Hills Forest Lawn Memorial Park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의 묘지들을 보여주신 푸나무님한테
미국의 공원묘지를 소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차일 피일 미루다가 해를 넘길 것같아서...
묘지가 있는 동산은 온통 크리스마스트리나 포인세티아 등으로
화려하고 예쁘게 장식되어 있더군요.
어느 해인가 북동부의 메인 주를 여행하다가
공원묘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마침 비가 내리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세워진 크고 작은 비석들이 오래되어서 검으퇴퇴하게 변해있었는데
더구나 비가 내리고 있으니 얼마나 스산하고 음침했는지...
그런데 사철 따뜻한 날씨의 남가주에는 큰 공원묘지들이 여러군데 있는데
대부분 낮은 산비탈에 푸른 잔디로 아름답게 가꾸어져서
유족들이 아니라고 누구나 아무 때나
산책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공원묘지 안에는 납골당도 있고
장례식을 치르는 작은 예배당도 있습니다.
이곳 공원묘지의 비석은 세우지 않고
눕혀져 있는데 직사각형에 이름과 태어난 날자과
생을 마감한 날자가 적혀 있어서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80, 90, 천수를 누리고 간 사람도 있지만
20 이나 30 등 젊은 나이에 간 사람도 있어서
보고 있노라면 애닲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죽음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할 수도, 해서도
안됩니다. 왜냐면 우리는 누구가 죽기 때문이지요.
미국에서는 묘지를 젊어서 미리 구입합니다.
묘지의 가격이 오르기도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른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꼭 당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묘지의 크기는 관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
남가주에 사는 교민들은 다니는 교회에서 대부분 성도님들이
같은 곳에 함께 묘지를 구입합니다.
아무래도 가족과 친척을 떠나 이민와서 지내는 교민들에게는
친척들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웃사촌이라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성도님들이 가족이고 친척과 같기 때문에
먼 훗날 이 땅에 묻히게 될 때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성도들이 이웃에 묻히게 되면
남은 가족들이 찾아 왔을 때도 서로 기억하게 될터이므로
많은 위로가 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상집에 가는 자가 잔치집에 가는 자보다 복이 있다는 성경말씀대로
유럽을 여행할 때도 묘지를 열심히 찾아 다녔습니다.
유럽의 묘지들은 관광지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유는
유명인사들의 묘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유럽인들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묘지는 아름다운 조각상과 다양한 모양의 비석이 아울어져 있어서
묘지라기 보다는 예술작품 전시장같아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원묘지와는 사뭇 다른 퐁경입니다.
파리의 뻬르 라 쉐즈 묘지에 있는 에디뜨 삐아쁘의 무덤입니다.
이곳에 묻힐 자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공동묘지이며
워낙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지라 그런지는 몰라도 에디뜨 삐라프 외에도 프레데릭 쇼팡을 비롯하여
이브 몽땅, 오스카 와일드, 등 많은 음악가 예술가, 문학가들이 묻혀있습니다.
얼마나 넓고 큰지 유명인사들이 묻혀 있다는 지도를 들고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곳에는 아예 유명인사의 약력을 수첩에 빼곡히 기록하여 안내를 하는 사람도 있어서
그의 도움으로 많이 둘러 보았습니다.
비석도 제 각각 다양하고
한시간 이상 열심히 설명해준 그에게 팁 20유로는 아깝지 않았습니다.
관련포스팅은 <프랑스에서>폴더에 있습니다.
http://blog.daum.net/khaejunglee/1476
베니스에서도 배를 타고 산 미켈레 섬에 있는 묘지를 찾아갔었는데 이곳에도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미국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
발레의 원조 러시아의 세르게이디아길레프 등이 묻힌 곳으로
너무나 아름다워 유럽인들은 누구나 이곳에 묻히기를 소원한다고 합니다.
관련된 포스팅은 <이태리에서> 폴더에 있습니다.
http://blog.daum.net/khaejunglee/1436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 있는 곳에는 캄포산토 묘당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곳에 이태리의 많은 인사들의 무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죽음의 승리"와 "최후의 심판과 지옥"이라는
유명한 묘당벽화가 있었습니다.
피렌체에서는 산타 크로체 성당에는
단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롯시니, 갈릴레오, 등
이태리를 빛낸 유명인사들 276명의 묘지가 있었습니다.
관련된 포스팅은 <이태리에서> 폴더에 자세하게 있습니다.
http://blog.daum.net/khaejunglee/1444
프라하의 유대인지구에도 유대인들의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인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찾아 오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의 비참한 역사가 이곳에,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그들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포스팅은 http://blog.daum.net/khaejunglee/1448
프라하의 비세흐라드 고성(古城)에도 묘지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유명한 교향곡 <신세계에서>의 작곡가 안토닌 드볼작의 묘와
<나의 조국>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묘가 있었습니다.
드볼작과 스메타나에 대한 포스팅은 <프라하에서> 폴더에 있습니다.
또한 한나절만 방문했던 비엔나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역대 대통령들의 묘가 있는 중앙묘역을 찾아갔는데
이곳에는 '음악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베토벤, 브람스,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등 악성들의 묘가
모짜르트의 기념비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있어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Memento mori'라는 말은 라틴어인데 영어로 번역하면
'Remember your mortality', Remember you must die', or 'Remember you will die',
한마디로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닥칠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많지는 않은 것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나 자신의 건강도 흔들리고 있지만
주위에서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면서
죽음은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은 장차 만날 소망으로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위로를 받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별리는
인생에서 가장 슬픈 일일 것입니다.
그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I'll be home for Christmas..."
오랫만에 들어보는 Barbara Streisend의 노래입니다.
성탄절에는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하며, 선물을 나누며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날입니다.
우리도 언젠가 우리가 떠나 온 고향, 그곳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 있는 것을 기억하며
그곳에서 먼저 헤어진 가족들과 성도들을 만나
함께 기쁨을 나눌 날이 있을 것을 생각해 봅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침묵의 땅, 죽은 자의 땅을 다녀와서
트리오가
12/2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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