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일 것입니다.
맛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간편하게 한끼를 대용할 수 있는
음식으로 바쁜 일상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는 라면을 먹고 싶으면서도
먹으면 소화를 못시켜서, 그리고 인스탄트 음식에 대한
거부의식으로 라면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가끔 생각날 때가 있어도...
그런데 며칠 전부터 옆지기가 자꾸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디 산에라도 가자고, 산에 가서는 한번 끓여주겠다고 했더니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가자"고 해서 주섬 주섬 차에
하룻밤을 잘 가방을 챙기고 집에 있는 과일과
마켓에서 사발라면 1개와 컵라면 2개, 제과점에서 빵을 좀 사고
전기 주전자를 잊지 않고 넣었습니다.
어디에서 일박을 할 줄 모르지만 전기 소켓트만 있는 곳이면
물을 끓여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테니까...
예약도 없이 떠나면서도
이태리에서도 잘 돌아다녔는데 미국 내에서야,
잘 곳이 없으면 밤을 세워서라도 집에 오면 된다는
뱃장으로...
내 고향 내장산의 단풍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인터넷에 최근 들어 캘리포니아의 비숍(Bishop)이라는 곳에
아스펜나무의 노란 단풍이 한창이라는 기사를 여러번 보았기에
단풍이 지기 전에 꼭 한번 가고 싶던 차에
비숍으로 떠났습니다.
집에서 비숍(Bisghop, CA)까지는 북쪽으로 거의 280마일(348km),
미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커서 어디를 가려고 하면
사막같은 광활한 곳을 여러 시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무척 외롭답니다.
길 가에 행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 길입니다.
거의 5시간정도 달려서 비숍시내에 도착하여
Visitor Center에 들리니 숙박시설과 호수가 있는 곳을
자세히 알려주는 지도를 주었는데 이 근처에
호수가 이렇게 많은 줄을 미쳐 몰랐습니다.
비숍시내에는 호텔과 모텔이 많이 있지만 호수가 있는 산에는
캐빈만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좀 더 산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캐빈에 전화를 하니 마침 제일 작은 사이즈의 캐빈이
있다고 합니다. 주소를 받아서 캐빈으로....
크고 작은 캐빈들이 있는 Cardinal Vallage Resort라는 곳에서
제일 작은 캐빈을 얻어 방에 짐을 내렸습니다.
짐이래야 세면도구와 컵라면 3개, 빵, 과일...
부엌시설이 있고 침대와 화장실이 갖추어진
작으마한 캐빈...
짐을 내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캐빈에서 가장 가까운
North Lake으로 올라 갔습니다.
North Lake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어서
노란 단품과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었지만
저녁이 되니 제법 쌀쌀해지고 길은 아주 험하고 인적은 없고
막상 호수에 다달으니 호수는 별로 아름답지 않았고...
비가 조금 흩뿌리니 길은 질척거리고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서
서둘러 캐빈으로 돌아왔습니다.
캐빈에 돌아와서 너구리 사발 라면 하나를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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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가지고 간 빵과 과일과 건강 드링크,
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금식(?)할 뻔...
물론 리조트 안에 식당은 있었습니다.
캐빈 주위에서 오랫만에 만난 수탘들...
이 중에 검정색 깃털에 빨간 머리(?)의 수탘은
마치 무도회장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 같았습니다.
아침 일찍 잠이 깨어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니
아차, 서둘러 오느라 책한권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조용한 산사에서 책을 읽으며 몇 시간이라도 지냈으면 좋았을텐데...
별다르게 할 일도 없으니 이른 아침이지만
짐을 챙겨 차에 실고 Lake Sabrina와 South Lake를 보기 위해
떠났습니다.
Lake Sabrina
사브리나 호수,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갈 만한 곳은 거의 다 가 본 줄로 았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이곳에 있는 줄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Lake Taho는 너무나 넓어서
호수라기 보다는 바다처럼 느껴지는데
그다지 크지 않은 Lake Sabrina는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
눈 덮인 산과 노란 단풍과 푸른 나무들이 아울어져
여름에 갔던 이태리의 가르다(Garda) 호수 보다도,
스위스의 루체른(Lucern) 호수보다 더욱 신비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아침에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했는데
마침 호수 한 쪽에 카페가 있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느닷없이 옆지기가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노래를 흥얼거리기에
폭소와 함께 추워서 웅크린 몸을 녹이고 나니 또 떠나야 했습니다.
Lake South로....
새벽의 어둠이 벗겨지고 나니
맑은 햇살, 너무나 파아란 하늘, 눈부신 노란 단풍,
며칠 전에 내려서 아직 다 녹지 않은 눈 덮힌 산, 신비로운 호수,
가을과 겨울이 한데 어울린 자연은
마치도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같았습니다.
Lake South
해발 9000 피트가 넘는 높은 곳에 있는 호수...
물 속에는 눈 덮인 산도 있고 호수 보다 더 파란 하늘도 있고
푸른 숲도 있고 노란 단풍도 있었고 나도 그 곳에 있었습니다.
온 산과 호수에는 인적도 별로 없고
낚시하는 사람들과 하이킹을 하는 몇몇 사람들뿐...
주말이 아닌 화요일이어서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여행은 이렇게 외롭지만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에 경이롭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리는 광야 어디만큼 Rest Area에서
관리 사무실에 부탁하여 물을 끓여 카레 라면은 남편이,
육계장 라면은 제가, 사이좋게...
너무 맛있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러 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라면 먹고싶으면 또 여행을? ㅎㅎ
(참고로 이곳의 Rest Area에는 파는 음식은 전혀 없습니다.)
John Lennon이 부릅니다.
"Imagine"과 "Love is Real"
2011/10/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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