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 Remy de Gourmont (1858-1915)-
시몬.. 나무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오라.... 우리도 언젠가 낙엽이 되리라.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 나무 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이끼며 돌이며 오솔길을 덮은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상냥하고, 모습은 쓸쓸해
덧없이 낙엽은 버려져 땅 위에 딩군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저녁 나절 낙엽의 모습은 쓸쓸해
바람에 불릴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서로 몸을 의지하리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서로 몸을 의지하리 이미 밤은 깊고 바람이 몸에 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
계절을 잊고 살다가 오랫만에 동부에 가서 가을을, 아니 초겨울을 만나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구르몽의 시도,
오 헨리(필명 O. Henry: 1862-1910, 실명 William Sydney Porter)의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도 생각났습니다.
학창시절에야 그 젊었던 나이에 인생의 맛을 얼마나 안다고 이런 감성적인
글에 매혹되었을까마는 많은 세월을 뒤로한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더욱 마음이 절절해집니다.
추수감사절 주간에 필라델피아에 가서 이틀이나 터키 디너를 했습니다.
막내딸 시댁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첫날 목요일에는 시고모님 댁에서 가족들과 함께, 둘째날은 시댁에서 교회식구들과 함께...
특히 목요일 디너에는 시댁쪽 젊은 사촌들이 다 모이기에 모두들 일년 내내 기다리는 날이라고 합니다.
뉴욕, 워싱턴 D.C. 등에서 온 사촌들 뿐아니라
이번에는 뉴욕에 사는 곁지기 조카네 식구가 와서 더욱 반가운 해우를 했습니다.
조카는 물론 이곳에서 태어난 2세...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영국인 청년과 결혼하여 딸(5살)과 아들(2살)을 두었는데
애들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애플 파이입니다. 사과를 얇게 져며서 설탕과 소금, 오일 약간을 섞어서 재웠다가
한장씩 정성껏 돌돌 말면서 꽃처럼 만들더군요.
구운 후에도 모양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번에 배웠습니다.
사람도 마음도 고와야 하지만 외모도 아름다우면 금상첨화이듯이
음식도 맛도 있어아 하지만 보기도 예뻐야.....
그래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도 있지요.
요녀석도 손님 중...하나...
낮부터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
점심은 엘에이에서 가지고 간 주물럭 갈비와 매운 돼지 불고기로 간단히 하고
디너는 터키, 돼지 갈비, 햄, 새우, 야채볶음, 으깬감자, 스터핑, 그레이비, 파이, 콘브레드...등등
너무나 풍성했습니다.
조카 부부는 이 자리에 처음이지만 젊은이들끼리라 금새 서로 친해져서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도 서로 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디너 시간...
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누군가가 조카사위 윈저(Winsor)에게 조카를 어떻게 만났내고 물었습니다.
저도 조카사위를 오랫만에 만난 자리라 궁금해서 귀가 쫑끗...
벌써 10 여년 전 New Year's Eve, 자정이 되기 20분 전 쯤에 파티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물론 조카에 대해서 친구가 오래 전부터 얘기를 해서 금새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New Year's Eve 파티에는 많은 친구들, 친지들이 함께 모여서 먹고 마시며 담소하다가
12시가 되기 10초 전에 카운트 다운을 해서 12시 정각이 되면 샴패인을 터트리며
파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Happy New Year!"를 외치면서
서로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것이 이곳의 전통이지요.
그런데 만난지 불과 20분 만에,
10, 9,... 3, 2, 1..... 카운트 다운을 해서 정각 12시가 되자....... ??? 윈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이 상황에서 방금 만났지만 예쁜 여자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남자로서 매너가 아닐 것이고
키스를 하자니....참..... 난감했을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도 귀가 쫑끗...가슴이 두근두근...ㅎㅎ
그래도 용감하게, 아니 용감하게가 아니라 아마 자연스럽게 였을거예요.
젊고 영국인이고...아무튼 윈저가 키스를 하려고 조카에게 다가가는데...
갑자기 90도 각도로 총을 겨누듯이 손을 쑥....내밀더라네요.
악수만 하자는 의미였겠지요. ㅎㅎ
무슨 말이 나올지 조마조마하면서 듣고 있던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브라보!"를 외쳤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미국이고, 2세라지만 그래도 엄격한 가문의 자녀인데
만난지 20분 만에 남자에게 입술을 허락할 수는 없는 것이지...
브라보!를 외치면서 조카의 할아버지가 얼마나 완고했고
조카의 아버지도 미국에 오신지 50년이 다 되는데 아직도 얼마나 완고한지를 말하니까
모두들 한바탕 웃음이 터져서 그 자리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조카네는 매년 New Year's Eve에 악수를 한다고 하네요. ㅎㅎ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때 키스를 했다면 조카사위가 그런 자리에서
키스를 했다는 싱거운(?) 이야기를 할리가 없었겠지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한 조카사위는 저한테 점수를 얻어서
조카한테 네 남편 너무 멋지다! 라고 한마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같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터키 디너를 마치고 난 후 젊은이들은 패티오에 장작불을 지피더군요.
밤이라 날씨도 몹시 차가운데.... 하기야 젊음이 있고 따뜻한 커피가 있고
그 중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싱글도 있었지만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도 있고 자녀가 있는 부부도 있고...
그렇게 모두 모두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으니까 추운 줄도 몰랐습니다.
소시지를 구워먹으면서 노변정담은 밤이 늦도록 이어지고 ...
젊지 않은 트리오, 그러나 마음은 항상 젊은 트리오도 함께...ㅎㅎ..
젊음이 마냥 부러웠던 밤이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
깊어지는 가을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을 우리네 인생같다고
마냥 슬퍼했던 트리오..
젊은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는지
찬란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잎새들을 보면서
가을과 겨울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머지않아 또 봄 소식이 들릴테니까요.
2013년 추수감사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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