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토요일 새벽, 초겨울, 싸한 공기의 낯선 도시, 미국의 수도 워싱톤 DC의
둘러스 공항에 도착하니 밤새 잠을 설치면서 날라온 비행기에서의 고단함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도대체 얼마 만에 와 보는 곳인지...아마도 30년이 넘은 것같습니다.
하기사 미국의 수도이지만 나같은 이민자가 올 일도, 볼 일도 없는 세월을 지내면서
잠간 시누이를 만나러 왔었고, 단체관광으로 한번 지나갔으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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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잔뜩 하늘을 가려서 온통 회색빛, 양쪽으로 앙상한 나목들이 이룬 숲을 사이에 두고
고속도로를 택시로 한참 달려서 도착한 호텔... 대개의 호텔이 체크인 시간이 오후 서너시...
넓고도 아늑한 라운지에서 컴퓨터나 또닥거리든가 피곤하지만 시내를 돌아다녀도 좋았을 것인데
고맙게도 아침 8시 경에 방을 내어준 호텔...
단잠을 자고 나서 호텔식당에서 아점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추위에 대비해서 중무장...코트에 털목도리, 털장갑에 부츠까지...
엘에이에서는 이런 패션이 결코 필요가 없는 겨울 모드로 호텔을 나서니 또 기분이 좋아집니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햇빛이 간간히 비추이는 흐린 날씨..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멀지 않은 링컨기념비가 있는 지역에서 내렸습니다.
링컨기념비와 기념관이 있는 곳을 지나 낙엽진 나목들을 사이에 두고
포토맥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미국이 1950에서 1953년 사이에
알지도 못 하는 나라, A COUNTRY THEY NEVER KNEW,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 A PEOPLE THEY NEVER MET 을 구하기 위하여
참전한 이 나라의 아들들과 딸들을 기억한다고, 존경한다고...짧은, 그러나
가슴 뭉클한 말이 검은 색 마블석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63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하여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벌써 많은 세월이 지난 것같지만 지구의 수천년 역사를 생각해 보면 그다지 많은 세월도 아닙니다.
이방인으로 이곳 땅에서 산 세월이 40년인데 그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해보니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면서 착잡한 마음이 그지없었습니다.
FREEDOM IS NOT FREE
그렇지요,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지구촌...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자유가 그리 쉽게 얻어진 적이 없는 것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피와 땀으로 얻어지는 자유...
아직도 지구촌 어느 구석에서는 전쟁과 가난과 목마름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통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얻어진 고귀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면서
그 자유를 위해 이름도 없이 값도 없이 희생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마음이 몹시도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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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U.S.A. 8,177명 U.N. 470,267명
부상자: U.S.A. 103,284명 U.N. 1,064,453명
포로된 자: U.S.A. 7,140명 U.N. 92,970명
제가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는지는 몰라도 사망자 통계가 없네요.
사망자 통계도 있을 것같은데....죄송! (누가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magnolia님께서 3만명쯤 된다고 댓글로 알려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위의 통계만으로도 유엔군의 통계가 160만명이 넘고
미국인들만도 11만명이 훨씬 넘으니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요즘의 전쟁에서는 미국인 한 두명만 사망을 해도 매스컴에서 크게 떠들어 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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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남 작곡, 한명희 작사 "비목"을 수원시립합창단이 부릅니다.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지구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흐르는 노래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에서 슬퍼하고 있을지...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슬픈 사연들을 슬퍼하며...
2013년 12월에
겨울패션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한심한 트리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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