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안에 한 그루 나루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 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야..."
이해인님의 시 "친구에게"의 일부입니다.
내 친구는 오레곤의 아주 작은 도시 로즈버그에 살고 있어요
일찍이 70년대 중반에 오레곤의 코발리스에 있는 오레곤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 유학와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peech communication)으로 석사학위를 하고 학교에서 만나 결혼한 미국인 남편과
서울에 나가서 가르치기도 하다가 남편이 로즈버그의 고등학교 영어선생으로 취직이 되어
로즈버그에 88년에 이사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로즈버그의 유지...
오레곤은 푸르고 울창한 숲과 많은 폭포들과 계곡이 아름다운 주州인데
사철 날씨가 좋아서 살기 좋은 곳으로 은퇴 후에 이곳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아침에는 안개가 잔뜩 끼고
오후에나 햇빛를 잠간 볼 수 있는 그러한 날씨에 며칠간 머물다 왔습니다.
로즈버그(Roseburg)는 엄쿠아 강(Umpqua River)이 흐르는 아주 작은 도시...
동양인들은 거의 없고 미국의 다른 큰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흑인이나 멕시코인들 같은 타인종도 별로 없는 지역인데
친구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등치도 크고 나이도 많은 미국인들에게
아주 작고 귀여운 童顔의 동양여자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 캐더링 비지니스도 하면서...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성격도 활달하고 사람 좋아하고 사랑이 많아서 손님 대접하기를 즐기는 친구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인근의 한인들은 물론 한국이나 유럽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누가 찾아오든지 자기 일을 제치고 반갑게 그 지역을 안내하는 친구인데
하물며 트리오가 찾아가니 너무나 좋아서 여기 저기 사진찍기 좋은 곳을 안내하며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Riverview Terrace Retirement Living...아래층
친구는 자기 집에 머물라고 강권했지만 친구도 이 기회에 좀 쉬게 하면서 함께 지내고 싶어서
전에도 숙박했던 은퇴한 노인들이 살고 있는 호텔같은 Riverview Terrace,
하루 세끼 식사를 호텔비($90.00/day)에 포함해서 제공하는 곳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사실 시골이라 변변한 호텔도 없고 모텔이 몇 개 있지만 모텔 보다는 이곳이 훨씬 안전하고
조용하고, 바로 뒤에는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라 머물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이곳의 메네저를 친구가 잘 알고 있어서 특별히 숙박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식사 준비할 걱정도 없고 그저 식사 때가 되면 식당에 내려가서 먹고, 나가서 사진 찍고,
이야기 보따리 풀며 까르륵 거리면서...
식당.. 새해 첫날에는 더 멋지게 차려서 식사를 제공하더군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워커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많고, 그래도 부유한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도 몇 명은 친구가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식사 때마나 식당에 나타나는 동양 여자 둘....누군가 궁금했었는지
노후에 이곳에 와서 지내려고 답사하러 왔는지 묻더군요. 아직은 아닌데...ㅎㅎ
차마 아니라고 말은 못했고 너무 좋은 곳이라고 하면서 Maybe later...라고 대답했지요.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같아서.... ㅋㅋ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들... 아마 대부분 80세는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포즈를 취해주고 삐뚤거리는 글씨로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면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사진 프린트해서 예쁘게 프레임에 넣어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파와서 와인을 별로 즐기지도 않는데
친구는 캐더링 비지니스를 해서 그런지 와이너리 주인이나 와인바 주인들을 잘 알고 있어서
저를 세번이나 각각 다른 와인바에 데리고 가서 와인을 조금씩 테스팅 하게 하며
입에 맞는 와인을 마시게 하더군요. 그렇게 마신 와인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그러다가 와인 좋아하게 되면 어쩌려고 자꾸만 데려가는지...ㅎㅋ
사진의 오른쪽 두번째 머리가 하얀 백인은 이곳 와이너리 주인으로
의사직을 은퇴하고 이곳에 와이너리를 사서 이렇게 와인 바를 예쁘게 차려서
직접 손님들에게 와인을 팔면서 여생을 지낸다고 합니다.
포도밭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는 강물이 흐르고,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시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캐더링 비지니스를 위해서 친구가 소유하고 있는 작고 아담한 건물은
주일에는 교회로 사용되고 다른 날은 웨딩이나 음악회 등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작은 규모의 파티를 하기도 한답니다.
11명의 파티를 위해서 예쁘게 꾸며진 식탁
제가 있을 때도 어느 회사에서 11명의 년말 파티를 주문받았는데
제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준비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파티는 돈이 남을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친구는 크고 작은 것을 상관하지 않고 이익을 염두에 두지않고
작은 파티도 거절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딸들을 데리고 파티를 준비하는 에쉴리.
친구가 바쁠 때 가끔 도움을 청하는 이 사람은
12명의 자녀가 있는 너무나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앞으로 비지니스를 이 분에게 맡길까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월든 폰드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의 남편은
작년에 조금 일찍 은퇴를 하고 소로우처럼 방 하나, 난로 하나, 의자 몇 개,
그리고 취사도구 몇 가지가 전부인 캐빈...
마사추시츠 콩코드에 있는 월든 폰드와 소로우가 살던 통나무집은
오히려 시내에서 너무 가까운데 시내에서 거의 50분이나 떨어진 숲 속, 강 가에 있는 캐빈...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라는 詩가 저절로 생각나는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이는 캐빈이지만
살기에는 불편함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친구의 남편은 은퇴 후 이곳에 살면서
하이킹을 하거나 낚시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사람,
그래서 현실적이지 못한 데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서 여지컷 일을 했다고 하면서
친구는 이제라도 남편이 자기 자신이 원했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으로 남편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이 캐빈을 구입했을 때는 이곳에 근사한 통나무 집을 지어
노후에 이곳에서 살려고 했는데 아직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한인들도 거의 없는, 너무나 외로워 보이는 곳에서
친구는 결코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세월동안 어찌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없었을꺄 마는
친구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한시간 반도 더 걸리는 유진의 공항에 데려다 주면서도
유진까지 나간 김에 유진의 한인교회 목사님 내외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고
전화를 해서 약속을 하는 친구...
친구는 떠나는 저에게 못내 섭섭하여
새싹이 나오는 봄에 오라고,
숲이 울창한 여름에도 오라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도 오라고,
언제나, 아무 때나, 오고 싶을 때 오라는 말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로즈버그...그곳 사람들은 친구를 "허밍버드"라고 부른답니다.
친구야, 고마워!
너무 즐거웠어....
비발디의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 만의 느낌일른지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흔하게 여겨지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비발디의 <사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듣게 되는 곡입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겨울"입니다.
비발디는 각 계절마다 소네트를 붙였는데
이 소네트는 누가 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합니다.
비발디 자신이 쓴 것인지 다른 작자 미상의 소네트를 비발디가 사용한 것인지
어쨋든 비발디는 이 소네트를 각 악장마다 붙였습니다.
1악장: Allegro non molto
To tremble from cold in the icy snow,
In the harsh breath of a horrid wind;
To run, stamping one's feet every moment,
Our teeth chattering in the extreme cold
2악장: Largo
Before the fire to pass peaceful,
Contented days while the rain outside pours down.
3악장: Allegro
We tread the icy path slowly and cautiously, for fear of tripping and falling.
Then turn abruptly, slip, crash on the ground and, rising, hasten on across the ice lest it cracks up.
We feel the chill north winds course through the home despite the locked and bolted doors...
this is winter, which nonetheless brings its own delights.
(from wikipedia)
비발디가 묘사한 겨울은 지금 캐나다와 미동북부의 추위만큼이나 추운 것같습니다.
비발디의 고향 베네치아도 겨울이 이토록 추운 곳은 아닐텐데...
2012년 여름 베네치아에 갔을 때 겨울에 꼭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2014/01/0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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