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 베로나! Bella Verona!
"아름다운 베로나"라고 일컬어지는
이태리 북부에 있는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은 도시,
시내 주변에 흐르는 강(Adige, 아디제강)을 따라 집들이 아름답게 이어지고
2만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원형경기장 아레나(Arena di Verona),
13세기에 건축된 산타 아나스타시아(Santa Anastasia) 교회, 베키오 성(Castel Vechio),
아름다운 폰테 베키오(베키오 다리), 에르베 광장(Piazza Erbe),
단테의 동상이 서 있는 시뇨리 광장(Piazza dei Signori),
줄리엣의 집과 무덤 등 볼거리들이 많이 있는 관광도시입니다.
그 중에서도 "Casa di Guilieta" (줄리엣의 집)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입니다.
원수의 가문의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죽음으로, 두 가문을 이어준다는 내용,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의 모든 것으로
여겨지는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청순한 이미지의 미모의 올리비아 핫세가 줄리엣으로 나온
1968년에 나온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학창시절, 영화보다도 주제 음악인 노래 "A Time for Us"는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였습니다.
영화에서는 "What is a Youth?"라는 가사로 불렀던 것같습니다.
"Two households, both alike in dignity, 여기 존엄한 두 가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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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을 방문하였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가 이태리의 베로나였는데
실지로 이곳에서 줄리엣이나 로미오의 가문인 캐플렛家나 몬테규家가 살았던 증거는 없지만
1905년에 베로나 市에서 이 집을 줄리엣의 집으로 인위적으로 정해서
오늘날 베로나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많은 장사꾼들로 복잡한
에르베 광장(Piazza Erbe)을 지나 인파가 움직이는 곳을 따라 가니
줄리엣의 집이라는 현판이 있는 곳에 쉽게 다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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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Letters to Juliet>의 장면들
그러나 <The Letters to Juliet>이라는 영화에서 처럼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서 자신들의 애정에 대한 문의를 하는
고상한 메모벽은 사실상 영화를 위한 설정이었는지 그곳에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집의 입구에 들어서면서 부터
낙서인지 줄리엣에게 보내는 메세지인지,
아무튼 양쪽 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서 아연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은 더 이상 낙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히 차 있으므로
줄리엣처럼 예쁜 이 여자는 연인의 어깨를 올라 타고서 낙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도 줄리엣과 로미오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연인들일까...
연인의 어깨에 올라 타고서 까지 무슨 말을 썼을까...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저를 놀라게 한것은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집 앞 정원에 세워진 줄리엣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외람(?)되게도 오른쪽 가슴을 만졌는지,
줄리엣의 오른쪽 가슴은 허였게 번질거렸습니다.
물론 관광 안내 책자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실지로 보니 정말로 민망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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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사진의 젊은 청년은 그래도 젖가슴을 만지기가 민망했는지
가슴 아래를 만지고 있네요. ㅎㅎ
늙은이나 젊은이나, 여자나 남자나 할 것없이
이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줄리엣의 젖가슴을 만지는 것을 보며
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사진을 찍을까...
체코의 프라하의 카를교에도 어느 성인의 동상의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만져서 반질거리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는 파리의 공동묘지인 페르 라쉐즈의 어느 무덤에서도
그러한 광경을 본적이 있지만 인간이 이렇게도 연약한 존재인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루워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는데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면 어떤 행운이 올까...죽음?
앞으로도 이 동상이 여기에 있는 한 이러한 광경이 계속될 것인데
하인들까지도 길거리에서 만나기만 해도 트집을 잡아 싸우던 두 가문이었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을 이렇게 만지고 있으니
만일 로미오가 이 광경을 본다면 칼부림(?)이 나지 않을까...
작가 세익스피어가 살아 돌아온다면 아마도
이 동상을 부셔버리지 않을까..
어쩌자고 베로나의 市에서는 이러한 동상을 이곳에 세워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의 롤모델이 된 줄리엣을 이토록 괴롭히는가...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니 씁씁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발코니...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나눈 이층의 발코니입니다.
표를 사서 집(뮤지엄) 안으로 들어서니
집 안에는 작가의 동상, 영화의 사진들과 대본,
많은 화가들이 이 작품을 주재로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침실과 영화에서 사용하였을 의복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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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ulietta Romeo (Romeo and Juliet)" painted by Gaetano Chieria
Oil on cavas 72 x 63cm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tomorrow."
"작별은 이처럼 달콤한 슬픔이기에
날이 샐 때까지 안녕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중에서...
"Morte di Giulietta e Romio (Death of Romeo and Juliet)"
painted by Angelo Dall 'Oca Bianca (Verona, 1858-1942)
Oil on canvas, 70 x 140.5cm
"Shall I believe that unsubstantial death is amorous...
and keeps thee (you) here in dark to be his paramour?
O, here, will I set up my everlasting rest...
and shake the yoke of inauspicious stars from this world wearied flesh."
"덧없는 죽음이 사랑에 빠져...
그대를 자기의 연인으로 이 어둠 속에 간직하려고 하는 걸까?
오, 여기서 나도 영원한 휴식을 취하리다....
삶에 지친 이 육신을 불행한 운명의 족쇄로 부터 자유롭게 하리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중에서...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줄리엣의 무덤(tomba di guilieta)이 있었습니다.
줄리엣의 무덤과 박물관이 있는 뜰에 들어서니
정원에 어울리지 않게 왠 빨간 조형물인가 하고
무심코 지나치려다가 생각해 보니 하트 모양이었습니다.
하기사 그 유명한 줄리엣의 무덤이 있는 곳인데
아무런 의미없는 조형물을 설치할리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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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니 피에타 상도 있고
"Dear Juliet" (줄리엣에게 보내는)이라는 편지함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지금도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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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는 13세기부터 18세기 경까지의
흥미로운 그림, 벽화, 조각, 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감상할 시간도 없이 사진을 찍고
줄리엣의 무덤이 있다는 표시를 따라 밖으로 나오니
아담한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현재는 이곳을 줄리엣의 무덤이라고 소개되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지만
사실은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은신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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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들어가는 입구에 세익스피어의 흉상이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희곡에 관한 내용의 10가지를 銅으로 만든 패널이 있습니다.
무덤으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으시시한 느낌이 들었고
돌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이곳에도 낙서가...
세익스피어는 베로나에 실제로 존재한 어느 가문을
줄리엣 집안의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 무덤은 그 가문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줄리엣도 이곳에 묻혔을 거라고 추측을 해서
이곳을 <줄리엣의 무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What is a Youth?" OST
"A Time For Us"
Johnny Mathis가 부릅니다.
세익스피어가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지 4세기가 지났지만
실제로 줄리엣이 살던 집도 아닌데도 이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오고 있으니 역시 세익스피어는 영국이 낳은 대 문호이고
그의 희곡은 불후의 명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찌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구약성경의 아가서 6:6-7절에 있는 말씀입니다.
2011/10/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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