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그린 모네...Musée d'Orsay

후조 2015. 8. 3. 09:49

 

 

 

  

다시 가고 싶은 빠리의 오르세 미술관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다양하게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여행이 언제나 그렇듯이 그 곳에서 한 나절 밖에는 머물지 못했으니...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여행을 하니까 사진을 찍는 것인지...

좀 부끄럽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사진 찍기를 허용하는 것이 감사해서

사진 밖에는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찍어댄 사진들...

오르세에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그림이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수련의 화가, 빛의 화가로 잘 알려진 끌로드 모네는

86세까지 살면서 백내장으로 눈이 거의 실명할 지경까지 그림을 그렸으니 

다작(多作)인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말년에는 풍경화, 특히 수련이 있는 정원 등을 많이 그렸지만

초기에는 모델이었던 까미유를 만나 그녀와 아들을 모델로 한 그림도 많이 그렸습니다.

  




까미유와 아들을 모델로 그린 그림들

(images from web)

 

까미유(Camille Doncieux, 1847-1879)는 1865년 18세의 나이에

25세의 끌로드 모네의 모델로 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르노아르와 마네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모네와 까미유는 곧 사랑에 빠지고 1867년에는 첫 아이를 낳았지만

까미유를 마땅치 않게 여긴 끌로드의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고(결혼은 1870년에)

아버지로 부터 받던 재정적 지원도 끊겨 버려 그들은 몹시 궁핍한 생활을 하였다고 합니다.


까미유는 첫째 아들 장을 낳고 둘째 아들 미셀을 1878년에 낳았지만

둘째를 출산하고는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1879년 9월 5일 32세의 젊은,

안타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르세에서 본 <임종을 맞는 까미유 모네>, 1879년

 

 

모네의 초기의 작품인 병상에서 죽어가는, 

아니 죽은 아내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을 오래 전에 보았을 때는

어느 누구의 임종도 지켜 본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모네에 대한 마음이 "어쩌면 그럴 수가..."라는 생각에 야속하여

막연히 그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년 초에 가장 사랑하던 친구의 임종의 순간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5년동안 폐암을 투병하면서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꿋꿋하게 버티던 친구도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순간에는 가쁘게 몰아 쉬던 숨을 조용히 멈추었습니다.

흔히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 주위에 있던 가족들이 일제히 크게 울던데...

친구가 숨을 거두자 요란하던 산소 호흡기가 멈추고 

침상을 지키던 가족들의 안타까운 흐느낌도 멎어버리고 싸늘한 정적이 잠간 동안 방 안을 맴돌았습니다.

아직 몸은 따스했지만 얼굴 빛은 벌써 변하고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과의 사이는 불과 일초... 얼마나 허망했는지...

그 짧은 순간에 친구는 사랑하던 남편과 가족들과 영원한 이별을 한 것입니다.

믿는 성도이기에 우리에게는 다시 만날 소망이 있지만...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모네의 이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그림이 팔리지 않아서 등잔에 넣을 기름도 살 수 없던 시절,

먹을 빵을 살 동전 한 잎도 없어서 친구들에게 원조를 구걸하던 시절에

젊디 젊은 아내가 죽어가고 있었으니 모네의 심정이 어떠하였을까... 

"내게 너무나 소중했던 여인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고 이제 죽음이 찾아 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습니다.  시시각각 짙어지는 색채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추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는 비평가 클레망소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짧은 순간의 빛의 변화를 재빨리 감지한 모네의 예술혼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구 뛰는 가슴을 누르며 정신없이 재빠르게 붓을 놀려댔을 것입니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빨리 붓을 움직였을까...

짐작이 됩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야, 붓을 내려 놓고 나서야, 슬픔은 서서히, 천천히,

그리고 두고 두고 화가의 가슴을 휘감으며

가슴 깊이 슬픔이 강물처럼 흘렀을 것입니다.

*****


10월이 가고 벌써 11월도 다 지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 계절에는 삶의 무상함을,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합니다.

무성했던 푸른 잎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하여 우리에게 큰 기쁨을 허락하는 순간도 잠간이고

곧 이어 땅에 떨구어져 나딩구는 퇴색한 낙옆들.. 그리고 나목들...  

머지않아 눈이 내려 하얀 옷으로 단장하게 될 나무들...


그러나 계절은 겨울이 지나고 나면 다시 봄이 오지만 인생의 봄은 다시 돌아 오지 않으니

젊은 아내의 죽음을 직면한 모네의 슬픔, 침상에 누워있는 죽은 아내의 모습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모네의 비통한 심정이 가슴으로 느껴져서 몹시 서글픈 트리오입니다.

*****





오르세에서 찍어 온 모네의 그림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흔히 인터넷에서나 화첩을 통해 많이 보는 그림이지만

그래도 오르세에서 열심히 찍어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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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2악장 Adagio ma non troppo를

쟈클린 뒤프레가 연주합니다.

<신세계에서>라는 교향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볼작이

미국에 살았던 1894-95사이에 작곡한 유일한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는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이며 처형인 조세피나의 우환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젖어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특히 2악장 Adagio ma non troppo는 그러한 드볼작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브람스는 이 첼로 협주곡의 악보를 보고

"나는 왜 첼로로 이렇게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라고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2012/11/28 08:21 





士雄

아내, 부인, 연인을 잃는다는 거 그 충격은 격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고 합니다. 아마 모네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사랑,충격,그리움,슬픔을 그림으로 승화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 정부가 허가했다는 프린트 복사화 모네의 수련 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3백만원 했는데 요즈음은 가격이
많이 다운되기는 했다고 하더군요.
허가번호가 있더라구요..

 2012/11/28 11:16:34  


멜라니

저는 모네가 아내의 주검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는
모네가 싫어졌었습니다.
얼마나 냉정하면 자신의 자식까지 낳고 살던 사람의 마지막 자리에서까지
그림을 그릴까..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해도.. 저 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하겠더라고요 ^^
죽은 까미유 입장에서도 그리 행복할 거 같지는 않고요.
남편이라면 슬퍼서 부들부들 떨고 기절쯤 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
헤헤.. 평범한 사람의 생각입니다.
위대한 예술가이고.. 그분의 내조자였으니 저하고는 아주 많이 틀리시겠지요.

아.. 오르세..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요..
저는 너무 흥분해서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대면서 이리 쿵 저리 쿵 할 거 같습니다.

 2012/11/28 12:54:53  


푸나무

음악이 흐르는 갤러리 입니다.

4.5ㅕㄴ 전인가
임종하는 가미유....저 그림을 보며
생각이 많아서
글하나 서둔게 어딘가 있는데
엮인글로
찾으면 한번 써봐야겠습니다.

멜라니 님 안녕? 2012/11/28 14:34:54  


Angella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별.그리움..모두 우리네 인생에 겪게 되는 과정이라 생각을 해요.
오늘.20년을 좋은 이웃으로 지내왔던 김약사님의 장례식이 있었지요.
한걸음씩 동행하는 장례날에 지나치듯 내 옇지기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혹여 옷을 입히려거든 실크도 삼베도 싫다.그냥 흰무명 한복을 입혀다오.찬송가는 슬픈 것으로 하지 말았으면.기쁜 노래만 불러주고 오신분들은 아주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그러나 모든 과정은 소박하게 해주고...등등..
이 남편이 푸하하하....그러면서 웃더라고요.ㅋㅋㅋ
내가 후일에 간다면 그에게 그렇게 해주려해요.
건강은..이젠 내 임의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2012/11/28 22:15:44  


나를 찾으며...

야하~ 저도 멜라니님 말씀 공감이 가요.
저 그림을 보면서
아무리 화가라지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화가니깐 그럴 수 있고
아님
' 마지막 가ㅡ는 모습이라도 ...'라는
안타까운 화가의 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2012/11/30 10:04:44  


노당큰형부

아내의 죽음이
왜 슬프고 당황 스럽지 않았겠습니까?

화가의 영감이 순간적으로
이세상 마지막 아내의 모습을 표현 하고 싶었겠지요
진정한 화가의 입장에서요.....

한폭의 그림을 보고
이렇게 멋진 설명을 해주신 트리오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2012/12/01 06:43:31  


산성

흐르는 음악에 서글픈 스토리...
그림 올리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름표까지...아고고.

 2012/12/01 14:18:11  


교포아줌마

게으른 겨울 아침
트리오님 방에서 호강하고 갑니다.
오랜만에 모네가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 아침입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사람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니까요.^^

잠시 모네의 비통함을 옆에서 지켜본 기분이예요.

쟈클린 뒤프레며 흐르는 음악 모두 죽음과 연결되네요.


저는 어릴때 줄긋기로 음악공부하던 시절
신세계=드볼작 이렇게 줄긋고요. 신세계는 드보르가 작곡했는 줄 알았어요.
후에 신세계를 듣기 전까지는요.


잠시 웃으시라고.^^ 2012/12/01 23:09:46  


푸나무

글을 써놓고
엮인글로 하려고 하니
잘 안되네요.
뭘 못하는지...^^
제목도
죽어가는 아내를 그린 화가 ㅡ모네. 라고 해놓고 보니
트리오님 제목관도 엄청 흡사하고....
머 트리오님 흉내 냈나부다...
여기셔도 될듯...^^*

보는 점은좀 다르지만요.
머 그럼 어때요. 그치요?
 2012/12/03 01:07:30  


딱따구리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멜라니님의 블록에서 저 그림을 보았을 때!
가슴에 쿵하던 충격이!
이 포스팅 올리신 날 본 때도! 그리고 보는 때마다 지금도!쿵!쿵!
하면서 천둥의 잔향같이 마음에 퍼진답니다!

대가는 이래서 대가인가봐요..끝없이 계속 소감을 만드니까요..

저도 이야기가 있지요..워낙 더 나은 이야기가 많으니, 뭐..저야..  2012/12/06 07: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