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여인...하면 유명한 오페라 "칼멘", "진주조개잡이" 등을 작곡한
프랑스의 작곡가, 비제(Georges Alexandred Leopold Bizet, 1838-1875)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L'Arlesienne Suite"이 생각납니다.
비제는 프랑스의 문호 알퐁스 도데의 희곡 "아를의 여인"에 부수음악으로
27개의 곡을 붙였는데 이 희곡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비제가 27곡의 삽입곡 가운데 4곡을 선별하여 관현악 곡으로 편곡한 것이
"아를의 여인 모음곡"입니다.
나중에 비제가 죽은 후에 비제의 친구가 다시 4곡을 발췌하여
'아를의 여인 제 2모음곡'을 만들었는데 지금 흐르는 곡은
제 2모음곡 중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곡,
Menuetto de L'Arlesienne Suite No. 2 in Eb major 입니다.
플루트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언제나 남 프랑스의 아를을 꿈 꾸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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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를의 여인" 하면 고흐가 그린 그림 "아를의 여인"
마담 지누부인의 초상화가 생각납니다.
고흐가 아를에 와서 묵었던 라가르 카페의 주인 조셉 지누의 아내인
마리 지누부인은 고흐가 이곳에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고흐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고흐는 마담 지누에게 남 프랑스의 전통의상을 입게 하고
탁자에 앉아 있는 지누부인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탁자 위에는 책을 몇권 놓고...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던 고흐는
비록 카페 주인의 아내이지만 그 앞에 책을 놓고 싶었던 것같습니다.
책 앞에 앉아 있는 지누 부인의 모습은 사색에 잠긴 듯 우아하고 정숙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같은 여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린 고갱은 지누 부인 앞에
술병과 잔을 놓고 뒷 배경도 당구대와 술집 손님들을 그려서
술집이라는 분위기를 여실하게 나타내었고 부인의 모습도 눈초리가
조금은 교활한 듯하게 보입니다.
같은 모델로 이렇게 다른 그림을 그린 고흐와 고갱,
사실 화가는 자신의 생각과 성격과 내면을 그림을 통하여 말하기에
그들의 성격이 이처럼 달랐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를에 도착하여 작은 가방 하나를 호텔에 두고
우선 요기를 좀 하려고 호텔 바로 건너 편에 있는
노란 색 페티오가 있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연두색 의자가 예쁜 페티오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니
밝고 제법 넓직한 식당이었고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작고 아담한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하는데
동생은 좁고 작은 것을 싫어해서 넓직해 보이는 식당이 마음에 듣다고
창가, 햇살이 밝은 쪽에 자리를 잡고 웨이터가 가져온 메뉴를 보고 있는데
들어갈 때 이미 한국인 같아 보였던, 가운데 의자에서 식사를 하던 여인이
한국말로 말을 건네옵니다. 깜작 놀라서,
아, 한국분이세요?
혼자세요? 어떻게 혼자 여행을?
혹시 글을 쓰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그런 호기심을 일으키는 분위기의 여인이었는데 역시나 혼자 여행을 하다니...
며칠 동안 여행하느라 한국말이 고팠던지
묻지도 않는 말을 먼저 하기 시작하더군요.
혼자 여행을 즐긴지 20 여년이나 된다고...
어떻게 그렇게 혼자 여행을 하느냐고 하니
처음에는 영국의 케임브릿지 대학의 언어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한달이나 두달 정도 연수기관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면서 언어도 배우고
주말이나 밤에는 여기 저기 구경을 하는 식으로 여행을 하였다고 합니다.
와, 우선 그 용기가 부럽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럼 혼자 사는지?
아니 남편도 있고 자녀, 손자녀도 있는 듯,
혹시 화가나 작가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중고등학교 영어교사이며
내년에 퇴직할 예정이라고, 퇴직하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그녀는 이곳에 어제 왔는데 너무 좋아서 이틀을 더 묵고 떠날 거라고...
우리는 오늘 왔지만 내일 가는데...ㅋㅋ
그녀는 우리가 묵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는데
방에 가서 좀 쉬어야 겠다고 하면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눌 껄....
혼자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어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와, 그 남편 참...어쩌자고 여자 혼자 한달 이상 여행을 하게 하는지...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고 매년마다...
동생도 이번 여행이 저와 함께 하는 것이라 남편이 보내 주었지
혼자가는 것이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역시 여자는 여러가지 굴레에서 오는 부자유가 있어서 항상 "인형의 집"의 노라를 꿈꾸면서도
그러한 속박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여자들이 아닌지...
여자 대통령이 나온 시대에 사는 우리가
입센의 "인형의 집"(1879년)이 나온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라웠지만
반대로 아내를 집에 두고 사업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여행을
남편이 혼자서 한달이나 두달 한다면....그것을 이해할 아내가 있을까...
그러나 사실 자유라는 것도 메여있음으로 인하여 자유를 소원하게 되지
막상 메임에서 해방이 되면 자유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아이고, 너는 네 복(福)에, 나는 내 복에"...라는 큰언니가 자주 쓰시는
말을 생각하고 더 이상의 사유의 방황을 멈춰버렸습니다.
누구에게나 다 각각의 형편에 따라 사는 것이 인생이니까
남을 비판하거나 부러워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오늘밤 저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이라는 시를 기억하며
나도 그런 슬픈 시를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
조블이 아닌 다움의 클래식카페, 음원에서 만난 노오란 라이락같은 여인,
벌써 2년 여전에 오스트리아 여행기를 올리고 있을 즈음에
비엔나에 유학을 와서 공부하고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지내다가
그 당시 벤쿠버에 와서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내 포스팅이 너무 좋다면서 다가온 여인,
나는 음악전공자도 아니라서 전공자한테는 주눅이 들린다고 했더니
전공자가 아니라 더욱 좋다고 하면서...
그 후 우리는 온라인에서 짧지만 아름다운 정을 나누었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갑상선암을 앓고 있었고
수술을 하였다고 해서 꽃을 보내주면서,
이국생활이 얼마나 외로운지 너무나 잘 알기에,
누가 간호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이 한다고...
그 후 이제 딸이 대학에 들어갔기에 서울에 나간다고 하면서
서울에서 만나고 싶다는 이멜을 전하고 떠났는데...
더 이상의 소통은 끊겨 버리고,
그 후에도 잊지 못하고 혹시라도 소식을 바람결에라도 듣고 싶어서
음원에 글을 올릴 때마다 생각했던 여인,
엊그제 올린 아를에 대한 포스팅에 그녀를 아는 지인이 댓글로
지난 1월 14일,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벤쿠버에서 수술 후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다 나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64년 생...50도 되기 전에 훌쩍 떠나버린 그녀...
대학에 다니는 딸은 어찌 지내는지,
그 아픔과 슬픔을 어찌 견디고 있는지...
"To hear the immense night, still more immense without her.
And the verse falls to the soul like dew to the pasture.
What does it matter that my love could not keep her.
The night is starry and she is not with me."
"그녀가 없어 더욱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린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게 아니지.
밤은 별들을 촘촘히 수놓았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는데."
(파블로 네루다의 시 일부)
노오란 라이락을 연상시켰던 여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트리오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중에서 Menuetto de L'Arlesienne Suite No. 2 in Eb major
미뉴엣트, 메뉴엣트는 4분의 3박자의 약간 느린 템포로
우아한 리듬을 가진 프랑스 고전 춤곡으로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였다는 루이 14세의 궁중에서 사랑받은 무용을 일컫는데
그 후 전 유럽에 퍼져나가 춤곡으로 보다는
음악형식으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플루트와 하프가 연주하는데
여기에서는 플루트와 첼로가 피아노와 함께 연주합니다.
2013/02/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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