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고흐를 찾아서...남 프랑스 아를에서

후조 2015. 8. 3. 09:59


프랑스의 남쪽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아를르의 기차역 Gare D'Arles

 

  

 

1888년 2월 20일, 고흐는 눈이 하얗게 내린 아를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복잡한 빠리를 떠나서 이곳에 와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했지만

끝내는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기도 하며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붓꽃,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등 200여점의 그림을 남긴 곳입니다.

 

 

빠리에서 아를까지는 약 750 km...

고속기차 떼제베 (TGV)로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

직통기차는 하루에 한번뿐, 대개는 아비뇽에서 가차를 갈아타든지,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 곳입니다.

 

 

해가 짧은 겨울인지라 일주일의 여행에서 이곳에 가려면

적어도 이틀을 할애 해야 하기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또한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가고 싶은 곳이 어찌 아를 뿐이랴,

님므, 칸, 니스, 마르세이유,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가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이는데

다른 때 닷세정도 시간을 내어 갈까...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그래도 아를의 바람이라도 느껴보자고 동생과 의견일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하자,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하고,

 




아비뇽으로 가면서 정차한 Lyon-Saint Exupery TGV역

 

 

 

 

그래서 떼제베 예약하고 호텔은 비성수기인지라 그곳에 가서 구하기로 하고

떠난 아를, 2013년 1월 16일 새벽,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설레이고 있였습니다.

 

 

기차가 빠리를 벗어나면서 눈 앞에 펼쳐진,

하얀 눈이 덮여 있던 넓은 들녁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잠간이고

전날 밤 잠이 부족하여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다가

그래도 아비뇽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것은 놓치지 않고

아비뇽에서 일반기차로 갈아타고 불과 한시간 여 만에

드디어 도착한 아를...

 

 

 

 

사진으로 보니 기차역 앞 푸른색 건축물이 제법 멋있어 보입니다.

 

 

 

 

역사(驛舍)를 나오니 불어 닥치는 바람,

아, 이 바람이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미스트랄'이라는

남부 특유의 바람인가...

 

그 책의 저자는 겨울이 아닌 여름의 아를에서 느닷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었다고 했는데...

고흐도 이 바람이 불 때는 이젤의 다리를 땅에 묻다시피 단단히 세우고

그 옆에 50센티미터 길이의 말뚝을 박고도 이 모두를 로프로 묶고

그림을 그렸다고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쓰여 있었습니다.

 

 

빠리보다는 훨씬 남쪽이라 조금은 따뜻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잿빛 날씨에 갑자기 미스트랄 바람이 불어 닥쳐서 정신이 퍼뜩 들어 옷 깃을 여미고

관광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에 가서 대충 정보를 얻고,

시내가 멀지 않아서 택시로 들어갔습니다.

 

 


 

 

 

도시는 작고 아담하고, 고흐를 느끼기 보다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남아 있어서

오베르 쉬르 와즈 와는 다른 느낌의 도시였지만

정감이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Hotel Jvles Cesar

 

 



컴에서 얻어 온 세군데 호텔 이름 중에서 한 군데를 맨 먼저 들렸더니

와, 너무 멋있어서, 다른데로 갈 생각도 안 하고 숙박비를 물어보니

온라인에서 말한 것보다 훨씬 비싸게 부릅니다.

온라인에서의 가격을 말하니 그렇다면 컴에서 예약을 하라고 불친절하게 말하더니

메네저한테 물어보고는 내가 말한 가격, 호텔닷캄에 나온 가격에 주더군요.

동생은 호텔비도 그렇게 깍는 것을 보고는 놀라고,

비성수기라 가능한 일이고, 여행을 하다보니 생긴 노하우라고 하면서...

일단 호텔이 마음에 들으니 역시 아를에 온 것은 너무나 잘 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열쇠를 사용하는 호텔을 보셨나요?

스위스 루체른의 어느 호텔에 가니

외출할 때마다 열쇠를 벽에 걸어놓고

나가도록 하더니...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싸구려 모텔도

프라스틱 카드를 쓰는데...

유럽의 매력이 이런데 있는 것같습니다.

방은 천장도 높고 화장실도 최신식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호텔 바로 건너 편에 있는 노란 색 페티오가 있는 식당 Le Malarte

 

 

 

이곳에서 노란 호박으로 만든 호박 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이틀동안 세번이나 가서 먹었습니다.

노란 색은 아무래도 고흐를 연상시키는 색이라...

 



참깨가 뿌려진 바삭한 과자와 함께 나온 호박수프

 

 

 

 

호텔 바로 옆이 '라 마르텡' 광장,

광장 뒤에 이런 벽그림이 있었는데...왠 홈레스?

 

 

 

식당 옆으로 가니 고흐의 두상이 있는 작은 공원이 있고

 

 

공원 뒷쪽에는 고대 극장이 있었습니다.

 

 

 

 

 

아를에는 또한 고대 원형경기장이 남아 있고

생 트로핌 성당이 있고 그 옆에는 수도원이 있는데 수도원에서는

나무 의자들과 나무에 새긴 인(도장), 모래 주머니들을 쌓아 놓고 전시하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생 트로핌 성당, 11세기와 12세기에 결쳐 지어진 성당으로 입구의 조각이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한 조각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12세기 중반에 지어진 수도원과 함께 유네스토의 세계유산목록입니다.

 

 

 


이색적인 전시를 하고 있는 수도원

 



 




 

 

 

또한 시내에서 멀지 않는 곳에 4세기에 기독교 순교자들이 묻힌

레 잘리스캉(Les Alyscamps)이라는 돌무덤들이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도 고흐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레 잘리스캉(Les Alyscamps)...오른쪽에 고흐의 그림이 보입니다.

 

 

명작소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밤의 카페 테라스’(Cafe […]

고흐가 아를의 포름광장에 있는 카페 테라스에서   그린 "밤의 카페" (image from web)

 

"밤의 카페"를 그린 카페 테라스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카페는 문이 닫혀 있고 빈 의자들만 있었습니다.

옆 그림과 비슷한가요?                                              

                          


 

 

 고흐가 춥고 복잡한 빠리를 떠나 마음의 안정을 가지려고 했던 곳이 아를르였고 

이곳에서 고갱을 불러 화가 공동체를 결성하고자 했지만

고갱과의 불화로...화를 참지 못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는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이곳에서 요주의 인물이 되었고

끝내는 생 래미 정신병원(요양원)에 자진해서 입원했었는데

심한 발작을 일으킬 때가 아니면 고흐는 이곳에서 조차도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흐를 무서워하여 경계하는 아를 주민들에게 쫓겨나다 시피

오베르 쉬르 와즈로 떠난 고흐,

 

 

고흐가 입원해 있던 생래미 정신병원...

현재는 Cultural Center로 교육이나 전시, 등의 장소로 쓰인다고 하며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고흐에 관한 기념품들,

어린이들을 위한 컬러링북, 달력은 물론 마우스 패드,

고흐의 그림이 그려있는 우산까지 여러가지 기념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를르의 론강,

 

고흐는 이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지요.

강 가에 서니 어찌나 바람이 거세고 추운지, 밤에 다시 와서

별이 빛나는 밤의 정경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추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고흐가 론강에서 그린 "별이 빛나는 밤" (image from web)

 

 

고흐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면 항상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고흐의 편지에서)


  



 




 

File:Vincent Willem van Gogh 070.jpg

 

아를 시내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도개교,

 

열렸다 닫혔다 하는 다리가

론 강 위에 있는데

고흐가 이 다리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해져서

이제는 이름도

반 고흐 다리(Pont Van Goh).

 

기차역과는 반대 방향이지만

기차역에 택시로 나가면서

기사한테 잠간 다녀가자고 부탁했더니

마지 못해 가 주는

불친절한 택시운전사 눈치를 보며

경치는 감상할 겨를도 없이

사진만 몇장 찍었습니다.

빨리 빨리...

 

왼쪽은 고흐가 이곳에서 그린 그림

"빨래를 하는 여인들"

(image fromw eb)

 

 

 

 


 

 

 

 

 

 

 

 

 

 

 

 

 

 

 

 

 

 

 

 

 

 

 

 

 

 

 

고흐가 입원해 있던

생래미 정신병원(요양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파에야와 피자를 시켰더니...

 

이런 도끼자루 같은 것과

함께 주더군요.

얇고 바삭하게 구워져 나온

피자를 잘라 먹으라고...


 

 

 

 

 

 

 

 

 

 

 

 


고흐가 아를에 와서 묵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라가르 카페의 주인의 아내 지누부인의 초상화인 <아를의 여인>과

고갱의 <아를의 여인>은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습니다.

 


 

 



 

일명 'Ghost'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Trio for Piano, violin and Cello in D major,

Op. 70, No. 1을 전설적인 Istomin-Stern-Rose 가 연주합니다.


Eugene Istomin, Piano

Isaac Stern, Violin

Leonard Rose, Cello

 

이 곡은 교향곡 5번과 6번, 피아노 협주곡 "황제" 등을 이미 작곡하였던

베토벤의 걸작의 숲으로 불려지던 시기인 1808년에 작곡된 것입니다.

베토벤의 7개의 피아노 트리오 중에서 5번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피아노 트리오 1-4번을 작곡한 젊은 날의 습작기를 거쳐

5-7번의 후기 트리오 작품은 베토벤다운 중후함과 원숙미가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특히 이 곡의 2악장은 느린 '라르고'로 시작되면서 신비롭고도 환상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때문에

이 곡에 'Ghost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전 악장을 통하여 다른 어떤 트리오 곡보다

첼로의 선율이 너무 아름답게 전개되고 있어서

마치 첼로를 위한 트리오 곡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베토벤이 왜 첼로 협주곡을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는가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2013/02/05 08:59)




 

 


士雄

여행기를 볼 때마다 보존과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보존하는 이 있고 기록하는 이 있으니 오고 오는 세대가
계대해서 문화를 공유하게 되니 말입니다.^^ 2013/02/05 13:00:54  


리나아

멋진 여행 포스팅들 ...
어느새 50호 두점의 작품도 보여주시고 ^^  2013/02/05 13:08:07  


trio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기 전에는 여행을 해도 어디에 기록을 해 놓지 않아서
다 잊혀져 버리게 되었는데 블로그를 하면서는
저자신도 잊어버린 것도 다시 찾아 읽어보게 되고
더구나 이렇게 이웃님들과도 공유하게 되니 이웃님들에게 감사하고
조선 닷캄에게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웅님, 그리고 리나아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2013/02/05 13:25:15  


장혜숙

글과사진들ㅡㅡ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려지네요! 음악 또한 너무 멋집니다. 덕분에 즐감합니다 2013/02/05 13:50:07  


멜라니

별이 빛나는 밤의 론강..
생래미 정신 병원.
밤의 카페의 포른 광장.
trio님.. '너무나' 환상적인 포스팅입니다.
님의 포스팅은 제 마음 속에 새싹을 하나씩 하나씩 틔워주십니다.
남 몰래 막연하게 꿈꾸어왔던 것을
trio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구체화 시켜가고 있답니다.
그 누구의 여행기를 trio님의 여행기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trio님.
 2013/02/06 02:28:39  


참나무.

답글 달고 제 책장 찾아보고서야 제목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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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풍경을 찾아서- 사사키 미쓰오,사사키 아야코 지음/ 예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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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dispNo=&sc.prdNo=2021025

 2013/02/06 22:57:49  


trio

꿈은 이루어진다...멜라니님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멜라니님은 프랑스에서 적어도 1년 정도 살으시면 좋을 것같아요. ㅎㅎ

일본인들이 프랑스를 매우 좋아하고 고흐에 대해서도 열광적인 것같아요.
"명화속 풍경을 찾아서"라는 책도 있군요.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나무님!
 2013/02/07 03:01:05  


trio

서울에 사시는 큰언니는 제 포스팅을 보시면 이곳에 답글을 다는 대신에 가끔
제게 이멜을 보내줍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간직하고 싶어서 이곳에 옮겨 놓습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자 눈물이 핑도는 것을 참을 수 없구나.
한가람(예술의 전당에 있음) 미술관에서 내가 본 것처럼 본 것이 아니고
아를에서 보다니 얼마나 감격적인가? 론강에서 빨래하는 여인들도,
아,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노란 호박 수프를 참깨가 뿌려진 바삭한 과자와 함께 먹는다니 기가 막혀 죽겠다.
거기 아를이 있다 하여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드골공항에서 자매가 함게 만나서 고흐를 찾아 다녔다니 얼마나 시적인가?"
 2013/02/07 0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