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After Trio... 조블에서의 인연

후조 2015. 9. 28. 23:40

 

작년에 국제구호기관인 굿네이버스의 사역지 방문차 과테말라에 갔을 때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과테말라를 떠나기 전 날 우리 일행은 안내를 따라 

어느 산 정상에 있는 골프장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지난 일정을 뒤돌아보며 담소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해질녁.... 안개가 너무 짙어서 산 아래 골프장은 렌즈에 담지도 못하고

클럽하우스 패티오에 누군가 커피와 드링크를 마시고 방금 떠난 듯한 테이블을 보고 찍은 사진을

페리 코모의 Memories the way we were...라는 노래와 함께 올렸었지요.

 

그런데 제 글에 가끔 댓글을 주시는, 다움 블로거로

그림과 예술에 대해 격조 놓은 포스팅을 올리시는

의사이며 화가이신 J Cash님께서 그 사진이 마음에 드셨는지 아니면

페리 코모의 노래가 마음에 드셨는지..ㅎ

그 사진을 모델로 After Trio...  Memories the way we were....라는 타이틀로 그림을 그려서

연세화우회의 연례 전시회에 출품을 하시겠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작품을 완성하셨네요.

그림을 그리신지가 50년도 넘는 작가님께서 새내기의 사진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시다니

사진을 하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어서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래에 다움블로그에 정성스럽게 올리신 J Cash님의 두 개의 포스팅을

허락을 받고 그대로 올립니다.

 

 

  

"After TrioㅡMemories of the way we" 초벌그림부터.../나의 그림일기

 

After TrioㅡMemories of the way we were " 초벌그림  12 호 M   oil on canvas ( 2015.9.25 )

 

 

 

작년에

조선블로그 'Cavatina-음악과 여행이야기' 中

'어느 日沒의 時刻엔가..'에 있는 trio님의 사진을 보고

"After Trio-Memories of the way we were"라는 제목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그당시

'배경의 아련한 석양풍경과

테이블위의 영롱한 유리컵, 찻잔, 스푼과 구겨진 내프킨...

달콤한 목소리의 페리코모가 부르는 'the way we were'라는 노래를 들으며

여기에 있었을 정다운 사람들의 흔적들을...

풍경화와 정물화가 같이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었는데...분수를 모르는 욕심이었다

 

오늘 늦은 밤에

약 2시간정도 빠르게 그려 봤다

아직 오른쪽 커피잔은 그리지도 않았고,

세부 정물들의 칠도 거칠게 초벌만한 미완성 그림인데도

그런대로 분위기는 마음에 든다

일년에 몇점 그리지도 않고 특별히 배우러 다니지도 않는

우리같은 엉터리 아마추어들은

분위기가 어쩌다가 우연히 그럴듯 하게 나올 때 ...딱  멈춰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세부적인 붓질의 미숙함을 감추기위해

일부러 표현주의적으로 거칠게 그렸다고 거짓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결국 뭉개버리게 되더라도

더 세부적으로 들어 갈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다~    (2015.9.25)

 

 

2015.9.27

 


( 2015.9.27 오후 9시 )

 

 

이쯤에서 

구겨진 내프킨, 테이블 면의 명암을 조금 더 구분하고  

유리 컵의 둔하게 된 선들을..sharp 하게 살려준 후...

나의 분수에 맞게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끝내야겠다

 

 

2015.9.30  오후 11시

테이블에 덮힌  보의   명암을 주며  테이블 각을 살린 후  실내에서 조명등으로 비추고 찍은 사진  

( 2015.10.1. 오전 1시30분)

 

 

 

( 2015.10.5 오전 4시17분 )

 

 

현재 독일의 생존 최고작가로 평가되는 Gerhard Richter ( 1932~ )는

사진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을 다시 print-making한 작품도 있다

 물론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깊은 뜻을 알 수 없으나 

나도 감히 게르하르트 리히터처럼

trio님의 사진작품 이미지를 유화로 그리고 

그 유화를 다시 찍은 사진( 또는 print-making)을 이번 연세 화우ob전에 출품해볼까 ?......~

(실제 그림보다  '사진빨'이 더 근사하니까.....ㅎㅎ)

 

Perry Como의 노래도

trio님의 사진을 보고 들을 땐 잘 어울렸는데

그림이 엉성하니까 잘 어울리지 않는군.....

 

http://blog.daum.net/chungks48/156  "사진을 보고 그리거나 사진 기법을 이용한 그림들"

http://blog.daum.net/chungks48/132  "기사의 글 '세리 레빈의 워커 에반스를 따라서'를 따라서..." 

 

 

 

****

 

 

 

그림을 여러차례 수정하시면서 그리시다가

 "이 단계에서

세부적인 붓질의 미숙함을 감추기위해

일부러 표현주의적으로 거칠게 그렸다고 거짓말을 할 것인가 

아니면 결국 뭉개버리게 되더라도

더 세부적으로 들어 갈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다~    (2015.9.25)

라고 고민하시더니

드디어 완성된 그림을 두번째 포스팅에 올리셨습니다.

휴~~ 뭉게버리실까봐,

그래서 최초로 제 사진이 화가에 의해 재 탄생될

절호의 기회가 사라져버릴까봐 걱~정 했습니다. ㅎㅎ 

 

 

 

 

After triocavatina/나의 그림일기 

 

 


 After triocavatina ㅡ Memories of the way we were M 12호 oil on canvas

 

 

 

조선블로그 'Cavatina-음악과 여행이야기' 中  '어느 日沒의 時刻엔가..'에 있는 trio님의 사진 

 

 

 

 

 

"사진의 등장으로

현실의 재현과 기록은 사진이,

예술적 실험은 미술이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후반, 미술은 표현주의, 야수파, 입체파, 신 조형주의, 초현실주의등의

작가의 내적 표현에 의한 변형된 형태나 색채의 특징을 나타내며

사실적인 표현의 그림그리는 기술자로서의 손기술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사진과의 '사실적 표현의 경쟁'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럼으로서

미술은 

추상적인 회화의 발전으로도 방향전환을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19세기 후반의 근,현대 미술의 흐름에는 

카메라와 사진이 큰 역할을 하였다..."

 

(이번 글에서 ..

'사진의 예술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

 

ㅡ나의 블로그 중  "사진을 보고 그리거나 사진기법을 이용한 그림들 .." 에서   

( http://blog.daum.net/chungks48/156 )

 

 

 

미흡하지만

한 열흘간

뵌 적도 없는 '블로그의 벗 트리오님'의 사진을 유화로 그려 봤다

 

중남미 과테말라의 여행지 어느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석양의 아련한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의 나른한 피로를 풀면서 정담을 나누었을

트리오님의 일행들이  머물렀던 테이블..

그 자리의 흔적을....

트리오님의 사진 작품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그려본 셈이다 

 

사실적인 표현으로 

트리오님의 사진과 똑 같이 그릴 손재주가 없어서

형태나 색체의 일부를 변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

내 나름대로

창조적 변형?을 한 것은 아니다 

다듬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미숙한 작품이지만

손을 더 대면 분명히 망가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붓을 놓으려한다

ㅡ그림을 좋아하고 가끔 그림도 직접 그려보는 사람이

남한테 제법 그렸구나하는 소리는 듣고 싶어서...

열심히는.. 그린 것으로  여겨 주시기를 바란다 

 

트리오님의 사진 작품에서 풍기는 '맛'을 살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능력도 안되는 나한테

그리도록 허락해 준

이 사진의 원작자인 트리오님께 감사를 드린다~~*

 



 

 

 

 

*****

 

 

 

역시 격조 높은 아트인 그림은 찰칵하는 순간의 산물인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같습니다.

"배경의 아련한 석양풍경과 테이블 위의 영롱한 유리컵, 찻잔, 스푼과 구겨진 네프킨..

달콤한 목소리의 페리코모가 부르는 'the way we were'라는 노래를 들으며

여기에 있었을 정다운 사람들의 흔적들을...풍경화와 정물화가 같이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었는데...분수를 모르는 욕심이었다."

라는 겸손하신 말씀과는 다르게 몇 날 몇 일를 고심하면서 그리셔서

드디어 멋지게 작품을 탄생시키셨습니다.

그림 속에 작가의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철학이 담긴 듯하여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 일몰의 시간에 지나 온 삶을 뒤돌아 보면서

일생을 관조하는 작가님을 연상하게 됩니다.

http://blog.daum.net/chungks48 (J Cash님의 블로그, 그림에 대한 많은 포스팅들이 있습니다.)

 

 

 

ㅡ전시회는 11월 11일부터 16일 까지
인사 가나아트센터 4층에서 한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에는 조선블로거이시고 작년에 전시회를 준비하시다가

스트록으로 쓰러지셨던, 기사(Knight)님께서 의사이신 J Cash의 극진한 사랑과 돌보심으로

지난 일년간 투병하시고 거의 완전하게 회복되시어서 세 점의 작품을 내신다고 하십니다. 

두 분의 반 백년이 넘는, 그림을 통한 아름다운 우정의 결실이라고 여겨집니다.

기사님께서도 조블이 문을 닫게 되어 친구따라 강남가신다고, 다움으로 옮기셔서 글을 올리고 계십니다.

http://blog.daum.net/ktbae54  기사님의 블로그입니다.

이곳에 가시면 전시회에 내실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블로그에서 만난 인연,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대학에 가시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원하신 의과대학에 가시게 되었다는 J Cash님,

혹시 돈을 좋아하셔서 이런 닉을 만드신 것인가 했더니 (죄송, 농담입니다. ㅎ)

Country Song 가수 Johnny Cash 쟈니 캐쉬를 아주 좋아해서 만든 닉이라고 합니다.

조선블로거 기사님과는 학창시절부터 전공은 다르지만 그림으로 만나 지금까지  50년 이상

막역한 친구 사이여서 기사님께서 투병하시는 동안 너무나 살뜰히 돌보아 주셨다고 하는데

우연히 제 블로그의 글을 보시고 제가 친구의 동생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의 둘째 오빠는 벌써 10여년 전에 돌아가셨고 저는 서울을 떠난지가 40년이 넘는데.....

오빠와는 각별하신 사이였는지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구인 오빠를 기억하고 있어서

더욱 고마운 분입니다.

또한 제 여동생의 남편과도 같은 의사로 잘 알고 계시더군요.

 

아직 만나뵌 적도 없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나마 이런 인연을 만나게 한 조선블로그...

조블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그러므로 조블폐쇄는 아무리 생각해도 서글픈 일입니다.

 

물론 다른 많은 사이트가 있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을 아니더군요.

더구나 조블 폐쇄의 이유가 기계의 노후도 노후이지만

블로거들의 연령이 높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라고 하지요?

 

젊음이 없이 늙어버리는 사람도 있는 것인지요?

비록 나이는 들어가지만 고뇌하며 땀을 흘리며 투쟁하던 찬란했던 젊은 날들이 있기에

그 날들을 회고하며 젊은이들에게 지나 온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닌지요?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가

늙기도 서러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라는

송강 정철의 시조가 생각납니다.

 

그러므로 이웃님들, 부디 건강하세요.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너무 ㅡ슬픈 일이고

가장 슬픈 일이고

죽음에 이르는일이지요.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살아 있다는 것, 무슨 대단한 인생도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 살아 있다는 것, 살고 있다는 것,

비록 때로는 슬픈 때도 있어서 울기도 하지만

때로는 웃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은

분명 환희이고 축복이지요.

 

"늙기도 서러라커든...."

 

그래서 또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노래가 이곳에서 마지막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리오가... ㅋㅋ

 

 

 


페리 코모가 부르는 Memories the way we were에 이어서

오랫만에 쇼팽의 Cello Sonata in G minor, Op. 65를 

Rostropovich와 Argerich의 연주(1981년도)로 들어봅니다.


며칠 전 풍월당에서 온 이메일을 보니

PHONO출판사의 신간인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라는 책을 소개하였더군요. 

같은 출판사의 제레미 니콜러스의 "쇼팽, 그 삶과 음악"이라는 책을 틈틈히 읽으면서

쇼팽에 대해 좀 더 다가가고 있는데 이 책도 무척 흥미로울 것같아서 구입해 보아야겠습니다.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

 

- 앙드레 지드 -

 

 

언젠가 쇼팽을 찾아서

폴랜드의 와르샤바, 그리고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을

꿈꾸고 있는 트리오입니다.ㅋ

꿈은 자유이니까요, 그리고 때로는 이루어지도 하니까요.

 

 

*****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4층에서 열리는

연세화우회 그림전시회...

 

비록 아마추어로 시작했지만 나중에 전업 화가가 되신 분들도

많이 참여하신다고 합니다.

부디 트리오 대신에 많이 참석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순간 찰칵하는 순간의 산물인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날들을 '그리며, 그리워하며'

고뇌하며 탄생시킨 작가들의 작품들이

쇼팽의 음악처럼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 할지도... 모르니까요..

 

 

부디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시간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트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