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김 絃 끊어져… 부악장과 악기 바꿔 연주
김호정 기자와의 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54)은 '리더 곁의 리더'다.
18년 동안 오케스트라의 상임 음악감독만 세 명이 거쳐갔다.
지휘자 불프강 자발리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샤를 뒤트와를 지나 현직인 야닉 네제 세갱까지
총 세 명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1년에 32주 연주하고 여름 시즌까지 하니 총 수백명 지휘자와 연주했다"고 했다.
수많은 리더십을 지켜봤다.
"뒤트와는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 지휘자다. 자아가 강하고 목에 힘을주는 스타일이다.
네제 세갱은 오늘 아침 리허설에서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는데 양말은 안 신었다.
농담도 페이스북에 대해서 하는 신세대 지휘자"라고 했다.
악장은 또 100명 오케스트라의 리더다.
그는 아주 어릴 때 악기를 시작해 독주자만 꿈꾸면서 자랐는데 덜컥 오케스트라 악장이 됐다.
"18년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7일 롯데콘서트 홀,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컨서트홀에서 내한 연주를 한다.
데이비드 김은 7일에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8일엔 협연자로 연주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이 된 때가 36세였다. 좀 늦다.
"어머니(피아니스트 조봉희)가 그 시절에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따셨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위대한, 정경화 같은 독주자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 있었다.
8세에 줄리아드 음악학교 예비학교에서 도로시 딜레이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음악 영재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서른살이 돼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목적없는 독주자였다."
- 슬럼프였나.
"가장 최상급 연주자 리스트에 들어가고 싶었다. 거의 도착하려고 할 때쯤 완전히 밑으로 떨어지고,
기를 쓰고 다시 하면 조금 더 올라가고 그러다가 서른살이 된 거다.
1년에 큰 연주가 20회면 그 중에 한 두번만 A급 연주였다.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연주하고 돌아와서 사람들에게는 '유럽 연주 여행 다녀왔다'는 거짓말을 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영화 한 편이 결정적이었다. 톰 크루즈가 나온 '제리 맥과이어"였다.
거기서 스포츠 스타가 계속해서 성공을 열망하는데 잘 안된다. 내 얘기 같아서 영화보고 나서 잠아 안 왔다.
새벽 4시에 '아, 솔로만 해서는 안된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엔 잘 안 됬다. 시카고. 신시내티, 뉴저지 오케스트라에 가서 오디션 보면 다 떨어졌다.
1년 만에 댈러스 심포니에서 부악장으로 일하게 됐다."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 임용은 예상하기 힘들었을 듯하다.
"맞다. 가능성이 하나도 없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댈러스에서 연주한 지 몇 달 만에 필라델피아에서 편지를 보내, 악장을 2년동안 못 찾고 있으니 오디션 보라고 했다."
- 30년 동안 독주를 하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자기 소리를 섞기는 쉽지 않았을 것같다.
"반대다. 정말 좋은 오케스트라는 단원 각자의 소리가 그대로 다 살아나야 한다.
악장으로 임용되고 첫 리허설을 했는데 지휘자 자발리시가 나를 대기실로 부르더라.
그 러더니 '더 크게 연주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나도 모르게 내 소리를 아끼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렇게 너무 비슷하면 싱겁다. 독주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소리를 내며 연주하려 한다."
- '필라델피아 사운드'라는, 고유의 소리 비법이 궁금하다.
"기름기 있고 짙고 무거운 소리다. 코레스테롤이 끼어있는 소리다.
지휘자가 달라질 때마다 다른 요구를 하긴 하지만 깇적인 소리는 항상 진하다."
- 그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지하나.
"기술적으로 다르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주자들은 활을 조금 느리게 긋고, 깊이 내려서 누른다.
그러면 묵직한 소리가 난다. 비교해서 보스턴 심포니 같은 경우는 프랑스 전통에 가깝다.
활을 긋는 속도가 빠르고 힘을 덜 준다. 이렇게 하면 오케스트라 소리가 다르다.
단원을 뽑을 때 그 소리게 맞는 연주자로 아주 신중하게 뽑고,
나이 많은 단원들이 신입들에게 새로 가르쳐주고 그런 식으로 전통이 유지된다."
- 경험한 지휘자만 몇 명인가.
"수학을 해야 하는데.... 1년에 32주 정기 시즌이고 여름에도 연주하니까 수백명이다."
- 어떤 리더십이 좋은 리더십인가.
"지휘자마다 너무나 다르다.
뒤트와는 옛날 스타일이고 네제 세갱은 완전히 요즘 스타일 지휘자다.
리허설 스타일은 너무나 다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용이다.
어떤 지휘자는 싫고, 또 누구는 괴롭히고 귀찮고, 다른 지휘자는 착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음악을 만드는가다.
음악과 소리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있고 우리 오케스트라의 전통적인 소리를 잘 매만져주는 게 중요하다."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2011년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티켓 수입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렸다. 1년 2개월만에 빚을 다 갚고 벗어났는데
그 와중에 단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현재 지휘자인 네제 세갱이 오케스트라에 막 부임했을 때 였는데
출연료 안 받고 연주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젊은 지휘자였고, 흥행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 그가 무대에 올라가면 객석이 항상 꽉 찼다.
이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은 평균 90% 이상 객석이 찬다.
또 파산 신청과 극복 이후 단원과 지휘자 모두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게 됐다.
예술적 성취만을 위해서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곡을 비싼 연주자를 데려와서 무조건 하는 억지를 피우지 않게 됐다."
- 한국의 예술단체도 예술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나도 공부하는 중이다. 확실한 답은 없다. 서울시향에도 객원 악장으로 연주한 적 있지만,
이제 연주복 입고 먹고 사는게 쉽지 않은 시대다. 지방과 작은 공연장까지 찾아다녀야 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깊은 산 속 스키 리조트까지 찾아가고 5000석짜리 대형 야외 국장에서도 연주한다.
예술단체들의 수익구조는 리모델링 돼야 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7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프로메테우스 창조물' 발췌곡,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브람스 교향곡 4번을,
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리스트 '프로메테우스',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데이비드 깈은 8일 멘델스존 협주곡을 협연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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