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삼각관계가 빚은 비극...Met 오페라 노르마

후조 2017. 10. 12. 06:37

 

흐르는 노래는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여사제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라는 싯귀 (신경림 시, '가난한 사랑 노래')를 패러디 해서

'여사제라고 해서 어찌 사랑을 모르겠는가...'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비록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고 오직 신에게 자신의 삶을 바쳤다고 하지만 

여자이기에 이성적인 사랑이 어찌 그립지 않았겠는가...

그러므로 금지된 사랑을 간직하고 그리움과 함께 죄의식 속에서 살며

언제부턴가 마음이 떠난 애인이 자기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부르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 Casta Diva'는 지극히 처절하고 슬프고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World famous Metropolitan Opera House at Lincoln Center New York- MANHATTAN / NEW YORK - APRIL 1, 2017

Metropolitan Opera House (image from internet)

 

 

벨칸토... Bel Canto... 라는 말은 '아름다운 노래'라는 의미라고 하지요?

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발성법을 말하기도 하구요.

우리가 듣는 이태리 칸소네나 많은 이태리의 오페라 아리아들이 벨칸토이며 

벨칸토 발성 테크닉이 필요한 노래들이지요.

 

이태리의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 Vincenzo Bellini (1801 -1835),

34세의 짧은 생을 살면서 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벨칸토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지요.

후조가 그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큰언니가 원어로 흥얼거리던

 'Fenesta che lucivi e mo nun luci .. 그대의 창에 등불 꺼지고'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중에 그 노래가 벨리니가 작곡한 이태리 가곡(나폴레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1800년 대 유럽을 휩쓴 돌림병 장티부스로 인해 결혼을 하려고 했던 넨나가 숨지자 

슬픔과 절망 가운데 작곡한 곡입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큰언니 생각이 나지요.

 

"그대의 창에 등불 꺼지고"  

불 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찼네

내 사랑 넨나 병든 그 때부터

그의 언니 울며 내게 전한 말은

내 넨나 죽어 땅에 장사한 것

밤마다 홀로 울던 그는 지금

뭇주검 함께 고이 단잠 자네

뭇주검 함께 고이 단잠 자네 

****** 

 

 

 

image from internet

 

 

2017/18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0월 7일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를 시즌 오프닝 오페라로 시작했지요.

뉴욕에 가지는 못해도 7일 공연을 동시 실황으로 방영하는 극장에서 감상하였습니다.

비록 극장에서 영상으로 보는 오페라이지만 오페라 홀에서 보다 더욱 실감나게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서 시즌이 시작되기를 많이 기다렸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나오는 성악가들은

세계 최정상의 가수들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무대 장치 등은 그 어떤 오페라단이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공연이었습니다. 

 

1831년 12월 26일에 이태리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2막의 이 오페라는 초연 후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마리아 칼라스가 노르마 역을 맡아서 

높은 음정과 난해한 기교와 많은 양의 노래들을

훌륭하게 해 냄으로 널리 알려져서

오늘날은 벨칸토 전통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사랑받고 있지요.

 

거의 200 여년 전에 작곡되었고 베경은 기원 50 여년 전, 

2천년이 넘는 옛날 옛적 로마시대가 배경인 오페라이지만

두 여인과 한 남자, 그것도 성스러운 두 여사제와 적국의 한 남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애정의 삼각관계에세 빚어진 비국적인 이야기로

언제 어디서나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기에

삶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페라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막장임이 틀림없는 내용인데 

마지막 결론이 뜻밖이었고

시종일관 비단결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로 표현된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Sondra Radvanovsky in the title role of Bellini’s “Norma” at the Metropolitan Opera.CreditSara Krulwich/The New York Times

(image from internet)

 

 

노르마:     이르민술 사원의 여승장, 오로베소의 딸

아달지사:  젊은 여승

폴리오네:  로마의 갈리아 지구 총독

오르페소:  드루이드교 고승이며 지도자

클로텔데:   노르마의 시녀

플라비오:   폴리오네의 친구, 로마 군대 대장

시기:         기원전 5,60년 경 로마 공화제 말기

장소:        갈리아 지방

 

기원전 50여년...

로마의 침략을 받은 고르족, 브리콘족 등 케르트 민족이 신봉하던

드루이드 종파의 여사제 노르마,

그리고 로마의 총독 폴리오네와 젊은 여승 아달지사..

 

여사제 노르마는 사제의 신분으로 금기시된 사랑에 빠져 버려서

적국의 총독 폴리네오와의 사이에 아들을 둘이나 낳아 몰래 키우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총독 폴리네오가 노르마를 섬기고 있는 젊고 아릿다운 여사제를 사랑하므로

삼각관계가 시작되지요. 

 

아달지사.. 물론 처음에는 섬기고 있는 노르마를 배반할 수 없어서

그의 곁을 떠날 결심을 하지만 

폴리오네는 노르마를 피해 로마로 가자고 그녀를 설득하지요.

그러므로 아달지사는 너무나 고민스러워 노르마를 찾아와 사랑에 빠진 것을 고백하는데

노르마도 처음에는 자신도 비밀스러운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에 아달지사를 이해하며 용서하지요.

 

 

Ms. Radvanovsky as Norma and Joyce DiDonato, with her head in lap, as Adalgisa in “Norma.”Credit

Sara Krulwich/The New York Times  

(image from internet)

 

 

한편 노르마는 폴리오네의 변심을 눈치채고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데

상대가 아달지사인 것을 알게 되자 절망하며 아달지자 보다는 폴리오네에 대해

분노와 증오심으로 가득하여 폴리오네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들을 죽이려 하지요.

그러나 차마 죽이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폴리오네와 결혼을 허락할 터이니 

아이들을 로마로 데려 가 달라고 부탁하는데... 노르마의 결의에 감복하며

아달지사는 이를 거절하며 자신이 포기하고 폴리네오를 노르마에게 보내려고 마음먹지요.

그들은 이중창, 'Mira, O Norma' 를 부르며 둘은 뜨거운 포옹을 합니다.

한편 폴리네오는 아달지사의 간청을 거절하고...

 

 

 

(image from internet)

 

 

이 때 폴리오네가 사원에 몰래 잠입하다 잡히는데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죽이려고 하다가

잠시 중단하고 누군가 그 배후자를 조사해 보겠다고 하면서 퇴장하여

폴리오네에게 아달지사를 버리고 자기에게 돌아온다면 생명을 구해 주겠다고 하지만

폴리오네는 그녀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지요.

한편 아달지사는 폴리오네를 살려달라고 하면서 대신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고...

 

그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확인한 노르마...

노르마는 사람들을 집합시켜 신성함을 모독한 한 여승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노르마는 자신의 권위로 아달지사와 폴리네오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신성을 모독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선언하며 다만

아들들을 아버지에게 부탁하며 스스로 불 속으로 뒤어들지요.

이에 감격한 폴리오네도 노르마를 따라 죽음을 선택하고.... ㅋ

이렇게 그동안 더럽혀진 제단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므로 정화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노르마...  

신적 권력을 가지고도 자신의 죄를 솔직히 들어낼 뿐만 아니라

같은 죄를 지은 다른 동료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참으로 인간적인,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며 진정한 사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죄에 대하여 그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여사제라고 어찌 사랑을 모르겠는가....' ㅋㅋ

 

*****

 

이토록 아름다운 오페라를 작곡한 벨리니의 고향

이태리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 가고 싶은 후조입니다.

 

 

 

 

 

시카고 근교에서 1969년에 태어 난 Sondra Radvanovsky는

19세기의 이태리 오페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그녀가 부르는 카스타 디바, 그리고 모든 노래들...

너무나 멋지게 불러주어 오페라가 다 끝나고도 얼른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유투브에서 손드가 부르는 오페라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 Casta Diva"를 찾아서 내내 듣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목소리는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나오는 목소리는 마리아 칼라스입니다. 

 

Sondra Radvanovsky(1969 - ) in 2009 (image from internet)

 

 

손드라 라드바노브스키는남가주대학(USC)과 가주 주립대학(UCLA)에서 공부하고

탱글우드 음악학교, 신시나티 컨서바토리에서 공부를 하고

1995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National Council Auditions에서 입상하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작은 역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을 맡고 있습니다.

2014/15년 시즌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Perect role vocally and temperamentally"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현재 손드라는 캐나다 시민권을 받고 남편과 함께 토론토 교외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