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조병화 -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어쩌면 시인의 싯귀는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는지...
말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고... 누군가가 그랬던가...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그렇게 남가주에서 산 세월이 4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젊어서는 겨울이면 고향의 함박눈 내리는 풍경이 그립고
그 눈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사계절이 분명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곳에서 살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덧 따뜻한 곳이 차라리 좋은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하면서 부터 가끔 겨울 출사를 나갑니다.
맴버들 모두가 눈 내리는 풍경에 동심으로 돌아가 강아지처럼 좋아하거든요.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한 멤버는 서울을 떠난지 불과 13년인데
미국에 온지 처음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본다며
마치 꿈 속을 헤메는 것 같다면서 너무 너무 좋아하더군요.
콜로라도 덴버 공항에 내려서 4 Wheel SUV Subaru 2대를 렌트해서 다녔는데
덴버 시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콜로라도 산에는 가는 곳마다 눈이 펑펑 내리기도 하고 눈보라가 치기도 해서
고속도로에 눈을 치우는 차가 앞장 서서 천천히 가기에
차들이 정체되고 터널 속에서도 몇 십분씩 갇히기도 했지만
매우 안전한 4 Wheel Subaru의 위력을 처음으로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존 덴버...
콜로라도의 아스펜이 그의 고향이지요.
아스펜에 가면 John Denver Sanctuary라는 공원이 있는데
큰 바위에 그의 노래 가사들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 중 하나...
"I AM A SONG.
I LIVE TO BE SUNG.
I SING WITH ALL MY HEART."
JOHN DENVER
COMPOSER, MUSICIAN, FATHER, SON, BROTHER, FRIEND
DECEMBER 31, 1943 - OCTOBER 12, 1997
이 비석을 보면서
후조가 사진을 찍기 위해 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면
오버하는 것이겠지요? ㅋㅋ
"사진 너 때문이야!"
겨울 속에 묻혀 있던 3박 4일...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
비발디 4계 중 "겨울"이 끝나고 나면
Placido Domingo와 John Denver가 부르는 "Perhaps Love"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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