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거리의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고
다운타운으로 달려 갔습니다.
혼자서는 좀처럼 사진 찍으러 나가기가 망설여지는 곳이지만
사진 클래스에서 출사가 있었기 때문에 만날 장소인 유니언 기차역까지 가기 위해
집에서 7시 반에 출발을 했는데도 9시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유니언 기차역에 차를 세우고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시내를 걸어다니면서 각자 사진을 찍었습니다.
엘에이 시청 옆에 있는 분수
엘에이 시청 입구입니다.
예전에는 다운타운이 좀 험악스러웠는데 엘에이 시의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안전하고 멋진 문화공간으로 엘에이 시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여기 저기에서 노숙자들과 그들의 세간살이나 지내고 있는 공간이 눈에 띄였습니다.
요즘은 초상권 문제로 인하여 노숙자에게 함부로 렌즈를 들이댈 수 없습니다.
더구나 얼마전에 노숙자의 사진을 찍던 여인에게 1불을 요구한 노숙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미련하게도 노숙자가 요구한 1불을 주지 않자
노숙자와 많은 다른 동료들까지 달려들어 그녀를 죽였던 사건도 있었답니다.
또한 길에서 만나는 어린아이들도 예쁘다고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부모들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해서
노숙자나 어린아이도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감히 노숙자를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담대하게 용기를 내어 어느 노숙자에게 다가가
10불을 내밀면서 사진을 좀 찍고 싶다고 하니
그에게 10불이 적은 돈이 아닐텐데도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더군요.
10불을 든 손이 얼마나 민망한지...
도로 집어 넣을 수도 없고
얼른 그에게 건네주고 돌아섰습니다. ㅋㅋ
10불로 살 수 없었던 노숙자의 자존심...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니 무슨 작품 사진을 찍겠다고,
노숙자가 아니면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지
그런 발상을 한 것도 모자라서
10불이라는 나한테는 그다지 큰 돈이라고 여기지도 않으면서
노숙자에게는 제법 큰 돈이라고 여긴 오만함과 자만함, 교만함이
저의 마음 가운데 있었음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다운타운에서 찍어온 사진을 이렇게 올리면서도
착잡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Nearer, My God to Thee"
Mahalia Jackson이 부릅니다.
Sarah Flower Adams(1805-1848)가 1841년에 창세기 28장의
"꿈에 본즉 사다리가 땅에 섰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를 읽다가
삶에 지쳐 고생하는 성도들을 위로하기 이 찬송시를 썼다고 합니다.
창세기 28장 10-19절에는 야곱이 형의 낯을 피해 외삼촌 댁으로 가던 중
피곤에 지쳐 벧엘에서 노숙을 할 때 땅 위에 세워져 하늘끼지 닿은 사다리를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야곱이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제단을 쌓으며 하나님께 가까이 가듯
주님께 늘 경배하며 찬송하겠다는 심정으로 쓴 시에
1856년에 L. Mason이 작곡하였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음악가들이 선상에서 끝까지 이 찬송을
연주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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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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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행중에 인물 사진을 담을 때에는 꼭 먼저, 사진을 찍어도 돼냐고 물어본 다음에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것이 예의니까요.
엘에이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타깝습니다. 엘에이 시청 입구 사진을 보니 반갑기도 하구요. 참, 트리오님은 좋은곳에 사시기때문에 아름다운 장소가 많이 있잖아요. 사월에는 야생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 기대를 가집니다.
2014/01/19 07:0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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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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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정말 좋습니다. 음악에 대한 것도 대단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사진까지 이렇게 잘 찍으시니! 부럽습니다.
2014/01/19 09:3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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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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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불을 거절한 노숙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요.
트리오님의 포스트에는 언제나 정성이 가득합니다. 2014/01/19 11: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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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or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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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노숙자에게 10불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 하세요. 보고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안본척 못본척 하고 지나친것 보다도 났고 그 노숙자가 10불로 따뜻한 한끼 먹을수도 있고 아니면 하루종일 부자라고 느끼게 했을테니요... 2014/01/19 11:3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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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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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알았다! 천사의 시에 사니까 노숙자가 아니라 집없는 천사인거예요.ㅎㅎ 저는 트리오님이 뉴욕에 사시는 줄 알았어요. 왠지 뉴욕 스탈.ㅎㅎ 뉴욕 노숙자가 더 처절해 보일것 같은데... 2014/01/19 14:5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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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c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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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는 멕시칸들이 많이 살아서 잡화점에서 프리다칼로의 자화상이있는 받침대도 파는군요.... 그리스도의 가시관같은 목거리를하고 그린 자화상과 비슷합니다 디에고와 헤여진 후 재결합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일 겁니다 'I hope for a happy exit and I hope never to come back'이라고까지 마지막일기에쓰고 고통속에 생을 마감한 그녀를 생각하며 Mahalia Jackson의 Hymn을 들으니...눈가가 촉촉해 집니다...하하 2014/01/19 15:0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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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c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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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꽃을 머리에 얹은 프리다의 초상은 한때 연인이기도했던 머레이가 찍은 사진이구요.... 2014/01/19 15:2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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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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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2014/01/19 16: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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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큰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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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4/01/19 21: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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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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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씨에 기분이 좋습니다.
다 떨어진 츄리닝에 면도도 안하고 밤 운동을 갔습니다. 누가 젓갈을 가져왔는데 젓갈은 한번더 양념을 하고 먹는게 좋거든요.가까운 대형 마트에서 땡초와 참기름을 사다가 낮익은 사람을 봤습니다.15년만에 보는데 단번에 알겠더라고요.차림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얼른 피하는데 눈을 마주쳤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가장 일 잘했던 여자분이고 독신이었지요.남자 분과 같이 물건 사러 나왔더라고요.그런 이유로 피했지만 한걸음에 달려와 반갑게 대하더라고요. 이것저것 물어 보고 자꾸만 저보고 오빠라고 했습니다.제가 나이를 물어 보았는데 동갑이더만..ㅎ 같이 오십대 초중반에 막 들어왔는데 무슨 오빠냐고..전화번호는 당연히 뺐겼습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던군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20분한터라 같이 온 남자분한테 눈인사하고 돌아섰지만 츄리닝에 지갑도 없이 만원짜리 하나 달랑 들고나와서 180원이 모자랐습니다.
15년만에 그녀에게 180원 빚졌습니다.며칠전에도 차타고 가면서 저를 봤다더만요. 아직 별로 변한게 없해서 기분은 좋았습니다.그녀는 조금 변해가더만요.몸무게도 늘어 별명이 오리 궁뎅이였는데 허리에 파묻혔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누구나 세월따라 살아야지 저같이 20년 동안(童顔)은 징그럽습니다. 언제 한번 같이있는 후배하고 찾아가서 한상 팔아줘야겠습니다.
죽는것 까지는 뭐한데. 그 사람은 1달러의 가치도없는 사진을 찍으러 다녔군요.
조선일보 기사란에 댓 거부 10일 선고 받았습니다. 저는 종북세균들이라면 나오는대로 뱆다보니 그런가봅니다. 다행히 여기는 안전지대입니다..ㅎ 2014/01/20 03:3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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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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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내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 힘든거 같아요. 사진들이 점점 작가의 면모를 갖춰갑니다 2014/01/20 09:3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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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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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친구들에게도 양해를 구하는데 다 촬영 중에 그러지는 못하네요.
따스하고도 솔직한 자성의 글이 아름답습니다.
그런 따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싶습니다. 그 울림리 종국에는 내게로 향함을 알기에 말입니다.
2014/01/20 11:2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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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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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님! 노숙자라고 쉽게 보지 마세요.
무척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의 부조리에 타협하기 싫어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2014/01/22 19:1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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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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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불을 건네고 난 후... 자신의 손에 대한 성찰과 함께 올리신 사진, 친송가가 숙연하게 합니다. 역시 탁월하십니다.^^ 2014/01/25 08:2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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