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이정하-
당신은 내게
만나자마자 이별부터 가르쳤지요
잎이 돋아나기도 전에
꽃이 지고 마는 목련처럼
당신은 내 게
사랑의 기쁨보다 사랑의 고통을
먼저 알게 했지요
며칠간 한껏 아름답다가
끝내 속절없이 떨어지고야 말
저 목련꽃
겨우 알 만했는데
이제사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당신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렸네요.
그렇게 훌쩍 떠나고 없네요.
****
사진세상의 후배들과 함께 Botanic Garden에 출사를 나갔습니다.
고국에서는 남녁으로 부터 이제 목련이 꽃몽우리를 터트리겠지만
이곳 남가주는 이미 꽃잎이 다 져버린 것같습니다.
그런데 우람하게 큰 목련 나무에 하얀 목련꽃잎이 다 지고 없는데
하얀 꽃술만... 그 속살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너무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연의, 꽃의 순수함....
목련꽃의 꽃술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를
예전에는 미쳐 몰랐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러나 우리는, 아니 나는, 내 모습은...
사순절... 재의 수요일부터 주일을 제외하고 40일간의 회개와 참회의 시간들...
비록 형식적이고 외식적일망정 이 기간 동안이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씻고, 정결케하고...
그러나, 그러나....
그래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고뇌를 되풀이 하는...
나, 트리오, 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