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6월이 다 지나가고
'초록이 흐르는 계절' 7월이 가까이 오고 있네요.
당신의 6월, 행복하셨나요?
잠시 멕시코 시티에 다녀왔습니다.
어느 사원... 이름을 말했는데 기억하지도 못하네요.
총대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있는 우리 무리들에게
입장불가, 전문적인 카메라를 가지고는 입장할 수 없다고...
아니 입장료 외에 600 페소(약 50불)을 더 내라고..ㅋ
솔직히 말해서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때
영락없이 권총을 찬 군인이 연상되거든요.
마치 난동을 진압하러 온 무장군인같다고 하면 너무 비약한 것일까요...? ㅎㅎ
제가 속한 그룹이니까 그렇지 저도 이 그룹에 속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들에게 결코 고운 눈길을 주지는 않았을 것같거든요.
성냥팔이 소녀같은, 아니면 詩를 좋아하는, 그래서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문정희 시인의 시 '찔레'에서)
라는 구절이나 읊조리는 문학소녀같은 (?) 트리오가
어쩌다 이 괴한들에게 잡혀와서
이런 무리에 속한 것같은 느낌? ㅎㅎ
다행이 우리 멤버들은 이 포스팅을 보는 사람이 없답니다.
그러나 에고고.. 내 친구들이 보면
트리오, 너 성냥팔이 소녀같다고? 문학소녀? 할미가?
하기사 착각은 자유이니까...
라고 할 거예요. ㅎㅎ
그래도 우리 친구들은 제가 사진찍고 다니는 것이 너무 보기 좋다고 해요.
우리 그룹에서 저 같은 새내기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카메라를 두 대씩 메고 있으니
더구나 옷은 거의가 검정색... 찍사는 검정색 옷을 입어야 한다나? ㅋ
등에나 옆구리에는 검정색 백팩이나 가방을 메고 있고...
어슬렁거리며 두리번 두리번 어디에 렌즈를 들이댈까... ??
그런데 이곳은 고색창연한 사원이 아닌가...
수도승들이 조용히 묵상하던 곳...
그들의 묵상과 기도가 수 백년이 흘러왔는데...
그래서 건물은 낡고 퇴색했지만
그 의연한 모습 만으로도 마음을 숙연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는데...
차라리 그냥 돌아가자고...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저 같은 새내기의 의견은 감히 내세우지도 못하거든요. ㅋ
거의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관계자와의 가이드의 끈질긴 설득으로
드디어 입장료도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사진작가들이 멕시코 홍보차 촬영하러 온 팀이라고 했다나?
아무튼 가이드가 참 따뜻하고 성실하여 우리 모두 가이드 만세!!!
우리 무장 군인들이 드디어 총대?를 메고
음침한 긴 복도를 지나 다다른 사원의 뒷 뜰은
전날 밤에 내린 비로 신선한 공기와
아침 햇살에 빛나는 꽃들이며 울창한 나무들이 아울어져
앞에서 보기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즈넉하고 고요하여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분위기에 눌려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이
조심스럽게, 조용, 조용히,
그러나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아니 더 이상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무의미해져서
그냥 그곳에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힐링,
우리의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것같았습니다.
찔레
-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뽀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멕시코의 어느 사원에서의 아침이었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프레데릭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No. 1, in E minor, Op. 11,
2악장 Larghetto입니다. 아래 쇼팽이 아다지오 악장이라고 언급한 악장이지요.
쇼팽은 사랑하는 고국 폴란드를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지요.
소프라노 콘스탄챠 글라드코프스카...
사랑한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면서 쓴 곡이
피아노 협주곡 E단조라고 합니다.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 F단조를 먼저 작곡했고 E단조를 두 번째로 작곡했지만
이 곡이 먼저 출판되어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협주곡의 2악장에 대해서 쇼팽은 친구인 티투스에서 다음 같은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새로 작곡할 협주곡의 아다지오 악장, 이 곡은 세게 연주할 곡이 아니다.
그보다는 낭만, 고요함, 우수를 살려야 하는 곡이다.
마음속에 천 가지쯤의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곳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맑게 개인 봄밤에 달빛를 받으며 명상하는 분위기의 곡이다.
그래서 관현악 반주 부분은 일부러 소리를 약하게 내도록 한 것이다."
(쇼팽의 전기, "쇼팽, 그의 삶과 음악"에서)
쇼팽은 자기가 쓴 곡에 대해 이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경우는 흔지 않았는데
이 곡은 콘스탄챠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고도 볼 수 있다고
쇼팡의 전기 "쇼팽, 그 삶과 음악"을 쓴 제러미 니콜러스는 말하고 있지요.
어떤 연애편지가 이 보다 더 달콤할 수가 있을까요?
쇼팽은 1830년 10월 11일에 이 곡을 초연했으며 이 때 콘스탄차는
로시니의 <호수의 여인>에 나오는 '카바티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11월 2일 아침에 친구들이 전해준
폴란드의 흙이 담긴 은잔을 가지고 폴란드를 떠났다고 하지요.
쇼팽이 떠나고 그 다음 해 1831년에 콘스탄챠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쇼팽은 39년의 짧은 생을 빠리에서 마감하지요.
내일 일도 모르는데... 19년 뒤의 일을 누가 알았으리요...ㅋ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줄도 모르고 그렇게 떠난 고향에
그의 심장만 돌아와 성십자가 성당에 안치되었고
그의 몸은 빠리의 페르라쉐즈 묘지에 묻혀서 온 세계에서 그를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멕시코 여행기 한 두편 더 올릴 예정인데
여름인지라 집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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