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몰의 시각에...
나이 들어서는 이사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자녀들 장성하여 제 각각 떠나고 나니 텅 빈 둥지는 너무 크고
지나온 세월 만큼이나 많이 쌓인 물건들...
그러므로 이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살다가 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그래도 더 늙어서 기력이 없거나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리면
아무런 쓸모없는 물건들을 치워야 하는 것도 자녀들에게 주는 큰 부담이라고 생각하며
지난번 이사를 하는데 정말 많이 힘들더군요.
이번이 마지막 이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많이 버렸습니다.
책들도 버리고 추억이 담긴 사진들도, 옷도, 그릇들도, 가구조차도...
그러다가 다시 주어담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라도 애들이 버릴텐데 하면서 다시 버리고...
언제 닥힐지 모르는 영원한 별리...
적어도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요?
포스팅과 댓글... 이 새들처럼...
조블 폐쇄....처음에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마음 차분하게 이사준비 하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이렇게 블로그이사를 하게 되는 날도 있네요.
이사를 하면서 포스팅이야 제가 기록한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블로그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난 이웃님들과의 교제의 흔적인 댓글이 아까워서
댓글도 함께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그 날이면 다 사라지겠지만요.ㅋㅋ
일본사람들이 서로 헤어질 때 인사하는 것을 지켜 본 사람이
16번을 서로 인사하더라고 하더군요.
이번이 첫번째 인사이니까
앞으로 년말까지 15번쯤 헤어지는 인사를 하게 될까요?
비록 조블종료 공지가 차압딱지처럼 덕지덕지 붙은 방이지만...
아니면 이렇게 빨리 떠나 버려야 하는지... 떠날 때는 말없이...ㅋ
<저녁에>
이산 김광섭(1905-1977)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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