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후조 2015. 7. 17. 10:15

 


 

간 밤에 비가 조금 내리더니

아직도 잿빛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같은 아침이예요.

 

가을이면 꼭 듣고 싶은 노래로

남가주의 가을을 맞이합니다.

 

지리산에서 짧은 생을 마친

시인을 생각하며...

 

 

 

<가을 편지>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 버렸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시인 고정희 (1948-1991)

전라남도 해남출신,

너무 가난하여 10대를 검정고시와 독학으로

지냈고 25살에야 문학을 하기위해서는 먼저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학대학(한신대)에 입학, 낮에는 여성운동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밤에는 시와 글을 쓰며 글쓰는

노동자차럼 살다가 지리산을 좋아한 시인은 결국 지리산 등반사고로 43년의 짧은 생을,

그리고 노래하는 Eva Cassidy는

암으로 33세에 새상을 떠났네요.

 


Eva Cassidy가 부릅니다.

 

 

 

 

 


사랑詩

고정희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 이군요
남가주에 가을속에 아름다운 음으로
행복하시길^^ 2012/10/14 09:41:52  


멜라니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포스팅 제목과 Eva Cassidy의 노래.
마음이 울컥..

듣고 또 듣고..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
 2012/10/14 18:45:45  


리나아

많이 들어본 적이 있는 시인같기도 한데...진짜 그런건지...?
함 찾아보았어요..다른 시들도 몇편 더 읽어보게되었구요...40대에 가셨군요 .

음악 조금 다르게 부르는게 또 좋게들립니다.^^
 2012/10/17 15:52:37  


Angella

시인 고정희님의 시..너무 좋지요.단지 단명한 것이 좀 서럽습니다. 2012/10/29 18:30:36  


cecilia

너무 격렬하게 감정을 소모하거나 체력을 소모하면 단명해지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참을성을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2/11/14 18:5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