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위슬러에서

후조 2014. 10. 30. 00:47

 


 

 

 

산(山)은 엣 산(山)이로되 물은 엣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滿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화담 서경덕-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데

월침 삼경(月沈三更)에 올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황진이-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님의 정(情)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예어 가는고

-황진이-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어

      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

 

시조를 좋아하시던 친정어머님이 생각나서

황진이의 시조 몇 편을 찾아 보았습니다.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있으라고 하면 가지 않을텐데 궂이 보내고 그리워한다고...

우리나라 고어(古語)의 표현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여행 중에 포스팅,  "고독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를 올리면서

트리오의 왕팬이신 큰언니가 보시면 마음이 아프시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이멜을 보내셨습니다.

서울에 나와서 유명한 한의사한테 진맥하고 보약 한제 먹어야 겠다고...ㅎㅎ

아마 동생이 외국생활에 지쳐 우울증에라도 빠진 것인가...염려하셨나봅니다.

용감한 트리오, 못말리는 트리오인데...ㅎ

 

7형제의 맏이신 큰언니는 당신도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신데도

여전히 동생들 돌보시기를 꼭 친정어머니 같으십니다.

 

친정어머니는 삼행시 시조를 많이 외우시고 계시면서

시조카드놀이를 즐기셨습니다.

삼행시 중에 2행이 쓰인 카드와 마지막 1행이 쓰인 카드를

방에 늘어놓고 짝 맞추기...

우리랑 같이 할 때면 언제나 어머님이 제일 잘 하셨거든요.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가

어느 연못에 떨어진 단풍잎을 담은 사진들을 보니

뜬금없이 친정어머님 생각에 목이 메입니다.

꽃과 나무들 가꾸시는 것을 무척 즐기셨는데...

 

28년 전 부음 소식을 듣고 뱅기타고 장례식만 참석하러 가고 오는 길에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년 뒤 친정아버님 가셨을 때는

그나마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두 분 다 10월 어느 날 떠나셨는데...

외국에 사는 것...

부모님한테는 속죄할 수 없는 불효입니다. ㅋ

 

 

 

 

 

 

 

Antonin Dvorak (1841-1904)의 Piano Trio No. 4 in E minor ("Dumky" ), Op. 90

드볼작의 피아노트리오 4번, 일명 '둠키'입니다.

 

 

1892년에 미국에 와서 작곡한 교향곡 "신세계에서"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드불작은

미국으로 떠나기 1년 전, 1891년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 곡에 붙인 부제, '둠키'라는 말은 둠카의 복수형이며 두마 Duma라는 단어의 축소형이라고 하는데

두마는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유래한 민속음악으로 민족의 애환을 담은 일종의 서사적 민요라고 합니다.

우울하고 슬프며 몽상적이면서도 밝고 빠르고 열정적인, 마치 마법에 홀린듯한 전개로 이어지는

슬라브민족의 향토색이 짙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으로 우리의 정서에도 너무나 잘 맞는 곡입니다.

 

모두 6악장으로 구성되어 둠카 모음곡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  Lento Mestoso-Allegrp

2.  Poco  Adagio-Vivace Non Troppo

3.  Andante-Vivace

4.  Andante Moderato

5.  Allegro

6.  Lento Maestoso-Vivace

 

 

오랫만에 드볼작의 피아노 트리오를 들으면서

10월을 보냅니다.

 

 

 

 

 


멜라니

황진이의 시조를 읽으면서
연못에 떨어진 단풍 연작을 보니 수채화를 그려 보고도 싶고
수를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단풍 연작 3점을 벽에 걸어도 아주 예쁠 거 같아요.

부모님을 시월에 여의셨군요..
시월만 되면 마음이 아프신 trio님..
 2014/10/30 08:25:42  


나를 찾으며...

이 가을에 먼 길 떠나신 부모님 생각에 맘이 쨘해지신 트리오님,
가을 여행 하시면서 부모님 생각이 얼마나 많이 나셨을까
그 생각에 저두 잠시나마 맘 쨘해지는군요.

28년 전이라면 꽤나 오래된 시간이 지났다 싶은데도
부모님 생각은 여전하실수 밖에 없죠..
그래두, 어머님같은 큰 언니분계셔서 큰언덕이
될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에고, 저의 부친께서도 시조를 참 좋아라하시죠..
특히나 이 황진이 시조를 좋아하셔서 자주 읊으셨더랬어요.ㅎㅎ
저두 나중, 이렇게 트리오님처럼 황진이 시조만 보면
부친 생각이 간절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4/10/30 09:16:57  


선화

저도 문득문득 돌아가신( 3년전)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더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머님이 멋쟁이셨군요

가득이나 10월은 슬프기도 한데...거기다 부모님 생각이 더 나는
10월은 잔인달이시군요 4월이 아닌~ㅎㅎ

오랜만에 덕분에 드볼작 피아노 트리오 듣고 갑니다

그래도 활기찬 10월 보내시길요~^^
 2014/10/30 10:54:09  


바위

가을 특히 시월은 누군가를 못내 그리워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초저녁 땅그림자가 드리우면 그 스산한 마음은 누를 길 없지요.
저도 어느 해 시월의 초저녁, 슈베르트의 '음악에'를 디스카우의 목소리로 듣다가
결국은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연못 위에 떠있는 낙엽들이 마음을 더 애잔하게 합니다.
우리들 인생도 저 낙엽과 다를 바 없겠지요.
먼저 떨어졌든 나중 떨어지든 조만간 만날 터이니까요.
시월에 떠나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 미어지시겠지만,
종내는 반갑게 다시 만날 소망으로 마음 다독이세요.

반갑게 만나는 드보르작, 그것도 '둠키'.
가슴 저미는 선율에 저도 어느 새 추억에 젖어듭니다.
'현악을 위한 세레나데' 나 피아노 연탄으로 듣는 '슬라브무곡'까지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실컷 들어두어야 겠습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음악, 애틋한 사연까지
마지막 가는 시월 속에 풍덩 빠졌다가 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14/10/30 11:19:27  


청목

몽환적인 풍경의 사진에 애틋한 사모곡이 시선을 끌어잡고 놓아주질 않는군요.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건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시월>은 여러 모로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많이 남깁니다. 2014/10/30 17:26:56  


dotorie

시조 카드놀이로 일찌감치 문학적 감성을 키우셨나 봅니다.

불효자 여기도......
요즘 부쩍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점점 더 건강이 나빠지시는 아버지 생각에요. 2014/10/30 20:28:21  


푸나무

저두 혹 오타 있으신가....
눈을 굴려보았지만 없어서리...
그냥 갑니다. ㅎㅎ 2014/10/30 23:20:50  


흙둔지

저도 오늘 아침 포스팅한 내용이
효에 관련된 것이라 한참 머물다 갑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저는 가을엔 이상하게도 콜 니드라이(Kol Nidrei)도 좋지만
드보르작의 첼로소나타도 자주 듣게 되더군요.
드보르작 참 매력있는 음악가지요.
 2014/10/31 05:36:14  


인회

그러셨군요.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할수 있으면 좋지요.

연못에 떨어진 낙엽 단풍잎이 일품에 ....
사진또한 짱입니다. 2014/10/31 11:57:55  


Anne

제가 맞이이다보니
부모님이 모두 생존해 계셔서......

근데 저도 막내동생에게서
'언니 오래 살아야지
안 그럼 내가 섬이 된다' 이런 소릴 들어요. 2014/10/31 12:29:44  


산성

그리운 어머니 이야기,불효함.
타국 생활 하다보면 언제나 그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지요.
용감하신 트리오님 어머님께서도 참 멋쟁이셨군요.

그리고 드볼작 둠키!
너무나 좋아해서 여러번 이야기 한 적 있어요.
오래전 공간사랑에서 김용배씨 피아노로 처음 들었지요.
들을수록 매력적인..빠져들게 되는..

 2014/10/31 22:54:05  


trio

인회님, 외국에 산다는 것이 그래요.
항상 이방인이라는 생각....뭔가 잊어버린 것같고, 그립고 아쉽고...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사실 사진이라는 것...좋은 대상을 만나는 것이더라구요.
그래서 여기 저기 찾아다니는 것인지...
 2014/11/04 01:43:42  


trio

앤님, 맏이시군요. 맏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같아요.
부모님에 대한 것도 동생들과는 다르지요.
저희 큰언니는 친정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생각이 저희와는 또 많이 달라요.
더 많이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동생들한테도 부모 대신이지요.
앤님 동생이 했다는 말...가슴이 아프셨지요? ㅋ
 2014/11/04 01:45:30  


trio

산성님....ㅋㅋㅋ
제가 다른 포스팅 올리면서 인회님, 앤님, 산성님 댓글을
띠어먹었어요, ㅋㅋ 죄송해요.
산성님께서도 아버님에 대한 추억을 종종 많이 얘기하시는 것을 보면서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던 산성님 아버님께서 너무 멋지신 분이었을 것같아요..
그러한 아버님의 따님이신 산성님...
마음이 따뜻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셨을거라고 생각되요. 효녀 딸....
시댁에서도 최선을 다 하셔서 항상 사랑받으시고...

외국에 살다보면 마음은 있지만....마음만큼 못한 일이 너무 많지요.
그래서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프지요.
그래도 또 이렇게 살고 있으니... ㅋㅋ
둠키...음악 좋지요? 고마워요. 2014/11/04 01: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