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작은 애인, 나의 첫 사랑,
도무지 사진이라고는 찍기도 찍히기도 싫어 했던 내가
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여행과 여행기를 올리는 블로그 때문이었지.
똑딱이로 사진을 찍다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나는 뛸듯이 기뻤고
지난 3년 가까이 항상 여행을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와 함께 다니면서
사진에 대해 일자 무식인 나에게 멋진 사진을 선사하였지.
적어도 그 당시에 너의 사진은 내게 멋지게 보였어.
그런데 너무 미안해...
12주 코스 초보 사진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첫시간부터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어,
너는 아닌 것을 금새 알아버렸거든.
그래도 나는 10주가 되도록 너를 놓지 않으려고 마둥대다가 마침내는 결심을 한거야.
너와는 더 이상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마치 사랑하던 애마가 늙었다고, 아니면 사랑하는 연인이 가난하다고
더 부유한 사람을 만나 홀연히 떠나버리는 그런 무정한 사람이 되어버린거야.
물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아프리카 차드 사진전'에서도 '사랑의 캠프'에서도 나는 엄청 갈등하고 있었지,
그 막대한 비용(?)을 나를 위해 써야 하나, 허영의 취향은 아닌지...ㅋㅋ
또한 내 나이를 생각하니 "이 나이에..."라는 생각이 자꾸만 나를 괴롭히기도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내 손에 들어온 그 존재가 너무 무겁더라구,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때문에 다시 돌려줄까도 생각했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지금 새로 만난 애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으니 어떻하니?
놀랍게도그 무거운 존재감마저 점점 느껴지지 않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
너한테는 정말로 미안해, 너무 미안해.
그래도 너에 대한 미련은 아직도 있어, 너는 내 첫사랑이니까...
아주 버린 것은 아니야, 뭐든지 작은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너는 작고 앙증맞고 가벼우니까
내 백팩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지.
비싸지 않은 매크로 렌즈를 끼웠더니 그래도 가끔은 사용하게 되거든
미안해, 내가 요즘 새 애인과 너무 재미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아직은 내 기술이 멀었지만, 우선 그 존재만으로도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그랬구나..' 라고 이해도 가고 더 욕심도 생기려고 하지만
아직은 나를 컨트롤하고 있지.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물보다는 내 마음을 렌즈에 담고 싶어,
열심히 배워서 그리움도, 외로움도, 그리고 기쁨도, 슬픔도, 때로는 절망도 환희도
렌즈에 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네. 렌즈종류는 왜 그리 많은지...
앞으로 내가 또 다른 애인을 구한다 해도
너는 언제나 내 첫사랑이야, ㅎㅎ
고마워, 그동안 수고해 주어서...
많이 흔들리는 셔틀버스에서 찍은 덴버공항의 모습입니다.
아래는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는 콜로라도 베일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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