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이민자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듯이...미국에서의 드볼작 이야기...

후조 2011. 1. 26. 02:13

 

이민자들이 고국을 그리워 하듯이....



프라하에 있는 안토닌 드볼작의 동상


프라하 드볼작 박물관에서 본 뉴욕에 있었을 당시의 드볼작 모습

 



클래식 음악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교향곡 <신세계에서>의 작곡자인

체코의 국민 음악가 안토닌 드볼작은 그의 나이 51세였던 1892년 9월,

118년 전에 미국 뉴욕에 와서 1895년 1월까지 약 2년반 정도를 살았습니다.

 

어느 누가 사랑하는 고향과 친구들을 떠나 멀리, 그것도 타국에 와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을까만은 드볼작은 뉴욕에 와서 음악원의 원장으로 지내면서

고국을 무척이나 그리워한 것같습니다.

 

그가 미국에 온 것은 당시 연봉 일만오천불($15,000.00)에 Jeannette Thurber 부인이 설립한

음악원(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의 원장으로 초빙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18년 전에 연봉 일만오천불은 어느 정도 가치였을까요? (경제전문가님이 계산해 주시기를...)

 

드볼작은 음악원에서 가까운 뉴욕 맨하탄의 한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에게 미국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을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앞서가는 문화와 자유로움에 감탄하며

한편으로 미국에 있는 아프리칸들과 인디안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이 그의 작곡에도 많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떠나온 고향을 잊지 못하고 무척 그리워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 쯤은

맨하탄의 중앙에 위치한 센트럴 파크에 나가서 공원에 있는 비둘기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의 어릴때의 고향집 앞으로 철도가 지나갔기 때문에 철도를 무척 좋아하여

일주일에 두 번쯤은 기관차를 보러  뉴욕의 중앙역으로 갔다고 합니다.





Dvořák with his family and friends in New York in 1893.

From left: his wife Anna, son Antonín, Sadie Siebert, (secretary) Josef Jan Kovařík,

mother of Sadie Siebert, daughter Otilie, Antonín Dvořák

(프라하의 드볼작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뉴욕항의 1800년의 모습(*)



   

  

고향이 시골인지라 학창시절 서울을 기차로 오르내리던 저에게도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던 기관차와 초라한 고향의 기차역,

서울에서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자녀들을 배웅하던 검게 탄 얼굴의 아버지와 눈물짓는 어머니들의 모습 등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많이 있기에 기차와 철도를 좋아했다는 드볼작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그 당시는 비행기가 없을 때이니까 (비행기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고국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 수단인 여객선을 보기 위해서 드볼작은 일주일에 두 번쯤

뉴욕항에 나갔었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곳에 정박된 각국의 선박들의 이름과

톤수를 다 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잘 발달된 때가 아니어서

고향에 가는 길이 더욱 멀게 느껴졌을 것이기에 고향이 더욱 그리웠을 것입니다.

  

그는 이토록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이곳 미국에서 불후의 명작인

교향곡 No. 9 "신세계에서, From the New World", 그의 유일한 첼로 협주곡 B minor, 

현악 4중주곡 No. 12 "American", 현악 5중주 등을 작곡하여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New York 맨하탄에 있는 Central Park

 

 

드볼작은 그의 교향곡 No. 9, "신세계에서"를 1893년 1월에 작곡하기 시작하여

5월에 전곡을 완성하였고 12월에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초연되어 대 성공을 거두어서

이 곡은 오늘날까지 가장 사랑받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교향곡입니다.

특히 2악장의 "라르고"는 한 악장만으로도 많이 연주되는 곡입니다.

 



St. Wenceslaus

스필빌에 있는 St. Wenceslaus Catholic Church - 1860 (*)


 


드볼작은 미국에 온 다음 해 1893년 여름에 체코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이오와(Iowa) 州의 스필빌(Spillville)이라는 곳에서 초대장이 와서

스필빌에서 여름(6월 5일부터 9월 16일까지)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이오와 주의 스필빌은 체코인들이 많이 이주해서 살고 있는 마을로

이곳에는 1860년에 지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체코의 카토릭 성당인

St. Wenceslaus Church가 있는데 드볼작은 이 성당에서 그의 교향곡

"신세계에서"의 2악장 "라르고"를 고향을 그리며 자주 연주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오던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그 멜로디가 은은히 들리는 듯합니다.




 

스필빌의 목각 시계박물관

(The Billy Clocks Museum) (right)과

드볼작의  비올라 모양의 목각 시계(*)

Image result for The bily clocks museum


Image result for The bily clocks museum


 



드볼작은 붉은 벽돌로된 이 건물의 이층에서 그해 여름을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당시 아래층은 식료품 가게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Billy clocks Museum(목각 시계 박물관)이고

드볼작이 살던 이층은 드볼작 기념관으로 많은 방문객들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드볼작은 이곳에 1893년 6월 5일에 이사를 와서 사흘 뒤인 8일부터 현악 4중주 No. 12

"American, 미국인"을 작곡하기 시작하여 3일 만인 6월 10일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

현악 4중주 "American, 미국인"의 악보(*)

 

작곡을 끝내고 드볼작은 이 곡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Finished on 10 June, 1893 in Spillville.

I'm satisfied.  Thanks God.  It went quickly."

 

사흘만에 작곡을 끝내고 만족하며 하나님께 감사한 드볼작...

또한 미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위에 언급한 곡들을 결코 작곡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As for my new Symphony, the F major String Quartet and the Quintet

(composed here in Spillville)...I should never have written these works

'just so' if I hadn't seen America."

 

이렇듯 그에게 "신세계"였던 미국은 그에게 예술의 혼을 더욱

풍성하게 불어 넣어주었던 것같습니다.

 

현악 4중주 in F major, "American"은 보스톤에서 1894년 1월 1일에

최초로 Kneisel Quartet의 연주로 발표되었고 1월 12일에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초연을 했습니다.

 

지금 흐르는 음악은 드볼작의 현악 4중주 "American" 2악장입니다.

그의 교향곡 "신세계에서"의 2악장과 마찬가지로 이 현악 4중주 2악장의 애절한 멜로디는

드볼작이 미국에 있으면서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했는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드볼작이 음악원장으로 있었던 음악원은 맨하탄의 126-128 East 17th Street에 있었다는데

1911년에 헐리고 지금은 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다고 합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거주하였던 아파트는 음악원에서 가까운

맨하탄의 327번지 17th Street East였습니다.  뉴욕 맨하탄에 여러번 갔었는데도

드볼작이 미국에 와서 살았다는 아파트를 찾아가 본다고 하면서

매번  바쁜 일정에 쫒기어 미루고 있다가 지난 5월에야 가 보았습니다.

 

맨하탄 시내에서 뉴욕의 J.F. Kennedy공항까지는 단일 요금이라

다른 곳을 둘러가는 것을 택시 운전사들은 싫어하는데 돈을 더 주겠다고 하면서

프라하를 가기 위해 공항을 나가기 전에 택시 운전사에게 East 17th Street 327번지를 가자고 하니

복잡한 맨하탄 시내를 돌아 돌아 도착한 곳이 West 17th Street...?

드볼작이 살았다는 아파트 327번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운전사에게 분명히 동(東) 17가 (East 17가)라고 했는데 

운전사는 서(西) 17가 (West 17가)로 우리를 데리고 간 것입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이므로 화도 내지 못하고 무뚝뚝한 얼굴로

다시 우리를 데려다 준 East 17街, 327번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그의 자취는 찾을 길이 없고

건물 입구 왼쪽에 그가 이곳에서 살았고 이곳에서 몇몇 곡을 작곡했다고 설명한

현판 하나만 그를 생각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여 이 현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양노병원(Mapplethorpe House)이 들어서 있는데 이 아파트가

양노병원으로 개조될 당시 체코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대를 하였다고 하는데

체코의 국력이 약해서 그랬는지 반대 운동은 관철되지 못하였습니다.

 

이곳이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갈 때도 가져갔다고 하는 교향곡 "신세계에서"와

첼로 협주곡, 현악4중주곡 "American" 등 불후의 명작의 산실인데

이곳을 드볼작을 기념하는 기념관으로 만들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미국이 너무 인색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집 근처 가까운 곳에 그의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Stuyvesant Square에 있는 그의 동상 (*)

 

그런데 얼마 전에 잡지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인데 제 1회 국제 안토닌 드볼작 작곡 경연대회

(International Antonin Dvorak Composition Competition)가

지난 여름, 8월에 서울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비록 올해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지만 우리 민족이 음악을 사랑하고 또한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열의 결과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많이 배출하다보니

이런 국제적인 음악경연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같아서 자랑스러웠습니다.

 
************ 

 

 

흐르는 곡은 2악장인데 1, 3, 4악장도 들어보세요.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2악장:  Lento


3악장;  Molto Vivace

4악장: Finale: Vivace ma non troppo

Dimiter Ivanov, Violin, Peter Maio, Violin,

Martino Piroddi, Viola, Robert Witt, Cello


 
 


Riverside Park

 

Iowa주의 Riverside Park에 1925년에 세워진 드볼작의 기념비입니다.(*)

기회가 되면 스필빌에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표가 있는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그 외의 사진을은 제가 찍은 것입니다.

 
2011/01/26 12:39




 


사슴의 정원

여기 소개하신 드보르작의 아메리칸 사중주를 전에 스메타나 사중주로 주로 들었습니다.

아메리카의 고향을 그리는 애상적인 분위기도 좋아하지만 드보르작의 곡 중 힘이 있고 밝은 분위기인 첼로협주곡과 피아노 3중주 둠키가 가장 선호합니다.

특히 둠키는 보자르 3중주단이 1984년 버클리의 음대 600여석의 소강당에서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강당에서 유명연주자들의 실내악을 들는 것은 황홀하였습니다. "저자직강"의 분위기였습니다. 너무 좋았지요.

자신의 연주회 경험에서 잊혀지지 아니하는 것 10개에 들어갑니다.

나머지 9개는 혹시 해당하는 작곡자나 곡이 나오면 이야기 하겠습니다. 2011/01/26 14:25:08  


느티나무

옆에서 조근조근하게 드보르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는것 같았어요.
전, 음악에 대해서 아는것이 별로 없는데,
덕분에 이모저모 많이 알게 되어 좋네요.
 2011/01/26 14:30:12  


trio

나머지 9개의 음악이 무엇일까...궁금합니다.
제가 음악 이야기를 더 열심히 해야할 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슴의 정원!  2011/01/26 16:00:27  


trio

느티나무님, 저희 동네에도 배꽃이 피었답니다.
하얀꽃...조금 지나면 눈이 날리듯이 흩날리며 지지요.
또 조금 있으면 복사꽃이 피고...
계속하여 남가주는 꽃잔치가 계속되지요.
사막에서 쓰는 님의 편지...기대합니다.
 2011/01/26 16:12:32  


방송인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노래였습니다.
차분하게 흐르는 목관악기의 선율이 귀에 선합니다(지금은 스피커가 안돼서 좀 아쉽습니다;;)
정말 조곤조곤 속삭이듯 올려놓으신 글 잘 읽었습니다. 2011/01/27 01:39:58  


trio

방송인님, 감사합니다.
방송국에서 일하시나 봅니다.
명절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2011/02/03 13: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