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 Lang (Chinese: 郎朗; Pinyin: Láng Lǎng)
월트 디즈니 홀에서 랑랑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었습니다.
11월 6일 저녁 7:30 pm
LA의 명물 Walt Disney Concert Hall
올 여름 할리웃 볼에서 이미 엘에이 필과 두다멜과 함께 연주했었고
얼마 전에도 월트 디즈니 홀에서 엘에이 필과 협연을 했었는데 가지 못해서
리사이틀이라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지인과 함께...
사실 저녁에 연주회를 간다는 것이 주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저녁 식사를 하고 가기에도 어정쩡하고,
집에 남은 식구의 식사도 미리 챙겨야 하고,
더구나 밤에 복잡한 도심으로 운전하고 간다는 것도,
이래 저래 가고 싶은 컨서트를 마음만 먹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답니다.
더구나 독주회에 별로 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100 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앉는 큰 무대에 뎅그라니 혼자
연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연주에 몰입하여 음악을 즐기기 보다는
왠지 연주자에게 자꾸 신경이 쓰여서
마음에 부담이 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명성을 자랑하는 랑랑의 연주는
그러한 모든 우려는 완전히 깨어지고
2300 여석의 객석은 온통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앙콜을 외쳐대는 청중들에게 랑랑은 그의 영웅(Hero)인
프란츠 리스트의 곡을 두 곡이나 더 선사하였습니다.
그래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객석의 트리오...ㅎㅎ
같이 갔던 지인은 예전에 유명했던 피아니스트인데
이처럼 감격스러운 연주회는
정말로 오랫만이라고 너무나 흐뭇해 하였습니다.
펜사인회까지 있어서 저도 모처럼 젊은 세대로 돌아간 기분으로
CD를 사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는데
거의 30분이나 기다리게 한 랑랑은 꼭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 갱(?)처럼
검은 가죽 자켓으로 바꿔입고 나와서 사인을 해 주면서
일일이 사진도 같이 찍어 주는 여유로움을 보여 주더군요.
(image from internet)
이제 29살의 젊은 중국계 연주자, 이미 많은 음반을 내었고
2008년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하얀 연미복을 입고
어린 소녀와 함께 연주함으로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알려진 피아니스트,
올 해 년초에 백악관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만찬장에서
반미 감정을 나타내는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를 연주함으로
많은 비난을 감수했는데 그는 어떤 정치적인 의도로
연주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곡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그를 비난하기 보다는 중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주저하지 않고 나타낸 것에 오히려 찬사를 해야할 것같습니다.
Erhu
그는 중국 쉔양(Shenyang)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Chinese violin"
혹은 "Chinese two-stringed fiddle"이라고 불리워지기도 하는
중국 악기 Erhu (二胡, pinyin)의 연주자로 프로 음악가를 꿈꾸었지만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꿈을 빼앗기고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기도 하고
경비원으로 일하기도 하였으며 어머니는 여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센양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서 태어난 랑랑에게 모든 꿈을 걸고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2살 때 피아노를 사서 아들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드는
이루어질 것같지 않은 꿈을 꾸며 헌신적인 뒤바라지를 하기 시작해서
랑랑은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다섯살 때는 Shenyang Piano Competition에서 일등을 하여
리사이틀을 하기도 했지만 9살(1991년) 때
북경의 음악원(Central Conservatory of Music)에 들어갔을 때는
재능이 없다고 쫓겨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93년에 재입학하여
북경의 Xing Hai Cup Piano Competition에서 일등을 하고
그 다음 해에는 독일의 Ettlingen에서 열린
제 4회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Young Pianists에 이어
1995년, 13세에는 일본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경연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와 협연이 일본의 NHK TV에서 방영이 되었고
14세에는 중국의 장쪄민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China National Symphony와의
협연이 중국 중앙 TV에 방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 뒤에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침이 있었는데
때로는 아버지의 강압에 심하게 반항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연주자 한 사람 키워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1997년 드디어 그에게 넓은 세계로 나가게 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커티스 음악원 교장이며
저명한 Pianist Garry Graffman의 초청으로 미국에 오게 되어
그동안 각처에서 열리는 콩쿨에 나가는 것에만 연연하던 랑랑은
Graffman의 가르침대로 음악 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 등에 대해서도
견문을 넓히며 자신의 음악에 대해 충실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진 것은
1999년 여름 시카고의 Ravinia Festival에서 Pianist Andre Watts의 대역으로
Chicago Symphony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였는데
이날의 연주는 대성공으로 이를 계기로 랑랑의 음악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어
이 후 랑랑은 피아노의 "Rock Star"라고 불리워지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리사이틀 등
날개를 단 듯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새로 나온 음반 "Liszt: My Piano Hero"
최근에 그는 항가리 태생의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불리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곡을 녹음하여
"Liszt, My Piano Hero"라는 타이틀로 소니 클래식에서
CD를 발표하였는데 랑랑은 3살 때 만화 "Tom and Jerry"에서
리스트의 Hungarian Rhapsody No. 2를 들은 이 후
지금까지도 리스트는 그의 영웅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리스트에 대해서는
저의 포스팅에서 그의 "죽음의 춤"을 소개한바 있는데
프란츠 리스트를 좋아하던 여성 귀부인 팬들은 그의 연주 무대에
장미꽃 대신에 다이아몬드나 귀금속을 던지기도 했다는데
랑랑에게도 열렬 팬들이 있지만 아직은 리스트 만큼은 아니라고 겸손해 합니다.
Lang Lang의 signature
이날 레퍼토리는 바흐의 Partita No. 1 in B-flat major, BWV 825,
슈베르트의 Piano Sonato in B-flat major, D.960,
쇼팡의 Twelve Etudes, Op. 25,
그리고 앙콜곡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Romance “Ô pourquoi donc” in E minor와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Grandes Études de Paganini을 편곡한
La Companella No. 3 in G# minor, Allegretto였습니다.
이 날 연주에서
피아노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기교를 과감하게 보여주며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혼과 열정으로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랑랑의
열 손가락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월트 디즈니 홀의 음향이 매우 좋다고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랑랑의 연주에서
태풍 노도(怒滔)와 같은 포르테의 큰 울림은 물론
피아노 씨모, 파아노씨씨모의 아주 작은 소리도
섬세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또렷이 홀 전체에 아련하게 울릴 때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쳐질 정도로 감동스러웠습니다.
늦 가을 나를 완전히 매료시킨 남자,
피아노의 Rock Star, 郞朗 덕분에 이 가을을
쓸쓸하지 않게 보낼 것같습니다.
Sviatoslav Richter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Sonata in B-flat major, D.960입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너무나 좋아하여 베토벤이 죽은 다음 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죽어 그의 유언대로 베토벤 곁에 묻혔습니다.
자신의 피아노 한 대도 없이 피아노가 있는 친구집을 전전하며
작곡하였다는 그는 베토벤을 가장 존경하여 항상 베토벤에 비교하여
자신의 작품들은 너무나 가볍고 즉흥적이라고 생각하며
베토벤과 같이 훌륭한 소나타를 작곡하기를 열망하였다고 하는데
그가 죽는 해에 쓰여진 마지막 소나타 3곡 (19, 20, 21번)은 그의 바램대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소나타로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영국의 Proms에서
랑랑이 연주하는 쇼팡의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Polonaise Brillante for piano & orchestra, Op. 22)
2011/11/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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