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겨울, 겨울나무, 그리고 겨울나그네

후조 2015. 1. 9. 14:54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

 


이곳은 계절의 변화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듣고 싶은 곡은 역시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흔하게 듣는 곡이지만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곡입니다.

 

1723년에 이태리의 작곡가 비발디 (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겨울"입니다. 

Violin Concerto No. 4 in F minor, Op. 8, RV297, "L'inverno" (Winter)

1.  Allegro no molto

2.  Largo

3.  Allegro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 흔든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가 극심하다." (1악장에 붙인 소네트)

"그러나 집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2악장에 붙인 소네트)

"꽁꽁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미끌어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바람이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겨울이다. 그러나 겨울은 기쁨을 실어다 준다." (3악장에 붙인 소네트)

 

비발디는 이 곡을 작곡할 때 각 장마다 소네트를 써서 올렸는데

이렇듯 소박하고 단순한 표현으로 겨울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1년 9월 초 어느 날이었습니다.

베네치아 (베니스)를 찾아갔을 때가...

 

곤돌라의 낭만 때문 만은 아니었지요.

그곳은 "베네치아의 빨간머리의 사제"라는 별명의 비발디태어난 곳이고

30여년 고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그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수 많은 작곡하고 지휘를 했던 피에타성당이 있고

오페라 초연을 많이 했다는 라 페니체 극장이 있고,. 그리고 또

산 마르코 광장에는 2백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들이 있고....

(저의 <이태리에서>폴더에 자세한 포스팅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름... 그러한 환상적인 꿈과 낭만의 물의 도시 베니스는

무덥고 넘치는 인파들로 북적대었고 수상버스도 만원,

곤돌라는 있었지만 곤돌리어의 멋진 노래는 없었습니다.

 

어느 시인이 "베네치아에는 혼자 오지 마라,

누구라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안기고 싶을테니까.."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에고고...무슨...그런 생각은 할 여유도 없이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산마르코 광장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과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광장의 카페에서는 리이브 음악을 연주하며 제법 비싼 자릿세를 받고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산 마르코 대사원과 두칼레 궁전에 들어가는 줄이 너무 길어서

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하루밤을 지냈습니다.

다른 도시들 보다 턱없이 비싼 호텔비를 내고.ㅋㅋ

 

 

 

 

낮에 인파를 헤치며 다니느라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는데

날이 밝기도 전에 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새벽녁에 살그머니 호텔을 빠져 나와 산 마르코 광장에 나와 보니

낮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어딘가에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아무 인적도 없고

한가하게 널부러져 있는 카페의 빈의자들만 낮의 소란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파킹장에 세워둔 차를 찾지 못해서 두 시간 이상을 헤메이다가 겨우 찾아서

마치 도망치듯 그 도시를 서둘러 빠져나왔지요.

얼마나 가고 싶었던 도시인데...

그래도 미련이 있어서 혹시나 겨울에 오면 산 마르코 광장도, 곤돌라도,

좁은 골목길도 트리오가 꿈꾸는 낭만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겨울에 꼭 다시 찾고 싶었는데 아직....이네요.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지요.

 

비발디의 "겨울"이 끝나고 나면 Daniel Barenboim의 피아노 반주로

Thomas Quasthoff 가 Schubert (Franz Schubert, 1797-1828)의

 

"겨울 나그네 Wintereise" 중에서 첫 곡으로 나오는 'Gute Nacht'를 부릅니다.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애인의 집 문에다 '안녕'(Gute Nacht) 이라고 적어 놓고

외롭고 쓸쓸하고 슬픈 겨울여행을 떠나듯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슈베르트는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1827년에 작곡하고

1년 뒤에 돌아오지 못할 긴 여행을 떠나지요.

 

 

(마지막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cecilia

슈베르트는 정말 pudique한 음악가였다고 하네요.

한국에 있을때는 예술가들이 도덕적으로 너무 지저분한 사람들이라고 들었었는데

아마도 한국의 가짜 예술가들때문에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어요.

진짜 예술가들은 한사람을 꾸준히 사랑하는 것같아요. 2015/01/10 02:32:18  


dotorie

그림 덕분에 올겨울 Winterreise 많이 듣었어요......ㅎ
Thomas Quasthoff를 보면
그에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5/01/10 11:59:38  


선화

저는 베네치아를 5월에 갔는데...
그런데도 너무도 습하고 더워서 죽을뻔~했던 기억과
돈돌라는 너무도 비싸서 돈이 아까워 절대!! 안타겠다고
울짝과 다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같으면 아마도 가볍게
배위에 올랐을텐데....젊어선 정말 돈을 함부로??? 못쓰는
바보였으니깐요~~ㅎㅎㅎ

저도 꼭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어요

늘 부러운 트리오님 이젠 담차례는 어디로 떠나시나요?
유럽에 중남미에....한국에 오시지요? ㅎㅎㅎ( 것도 제주로~^^)

늘 좋은 음악 선곡에 감사한 마음을요~^^ 2015/01/10 12:09:04  


멜라니

아.. 그렇군요.. 베네치아에는 혼자 가면 안되는 거군요.. 혹시라도 말입니다 ㅎㅎ
비발디 겨울을 이번 겨울 처음 듣고 있어요. 뭘하고 살았는지..
대신 몇 번이나 듣고 있습니다 ㅋ

겨울 나그네..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겨울 나그네가 되어 유럽을 헤매실 그 누구..
유럽의 겨울
얼마나 낭만적일까요..
 2015/01/10 14:42:23  


인회

음악과 사진또한 대박입니다.
음악이 오늘은 더욱더 자극시키네요. 2015/01/10 21:17:35  


바위

앞머리의 겨울나무 사진 두 장이 인상적입니다.
명암을 대조시킨 멋진 사진이네요.
마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던져주는
'밝음'과 '어둠'을 상징이라도 하는듯 합니다.

베네치아(어릴 적 불렀던 '베니스'란 단어가 더 정겹지요) 를 떠올리며
비발디의 '사계', 그것도 '겨울'을 생각하셨지만
차이코프스키가 그의 피아노곡 '사계' 중 베니스 콘돌라를 노래한 게
6월이었으니 아무래도 베니스는 여름의 도시인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가보질 못 했습니다만...

스무 살 남짓할 때 처음 들어본 비발디의 '사계'.
이무지치의 그 유려한 연주에 흠뻑 빠져 듣고 또 들었었지요.
요즘은 많은 녹음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무지치가 단연 최고지요.
여기에 슈베르트의 '밤인사'까지. 추억에 잠겼다가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015/01/11 05:03:07  


황남식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시가 되는.

그렇지도 않지만.
봄 여름을 좋아해야 뭔가 생산적인 그런것.
그래도 겨울이 좋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80년대 중후반 강우석과 이혜영이 나왔던 방화 "겨울 나그네."
저는 제가 본 방화중 "깊고 푸른 밤"과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고 있지요.

낙향하여 혜영이는 작은 구멍가게를 하고 그런 여자를 뒤로하고 날마다 얼어 붙은 저수지로 낚시하러가던 강우석이 자꾸만 생각 납니다. 한편으론 너무도 무심하기도 하였지요.끝내 이룰수없었던 그런 사랑이 그해 끝이났고 또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운듯하였습니다.

도종환.
국회의원을 하는 순간 그의 애정은 몰수하였고요.
세속의 욕심을 져 버리지 못하는 예술가는 척으로 끝나는거지요.집구석 어디에 "접시 꽃 당신"만 굴러 다닐겁니다.화장실 치약 통 옆에는 기형도 시집만 외로이 버티고 있고요.

아무도 없는 집에 불켜주고 가신 점 늦게 감사드립니다.
새해 안부 2015/01/12 00:37:18  


dolce

겨울의 라르고 는 정말 집안의 난롯가의 아늑함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되네요.

반면 쓸쓸히 겨울여행을 떠나는 나그네....
언젠간 누구나 떠나야 할 여행....
비롯 겨울이지만 훈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누군가의 삶에 뜨거움을 남기고 가야겠지요.....
 2015/01/14 01:03:25  


바위

오늘 어떤 책을 읽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다시 글 올립니다.

제가 지난 1월11일 댓글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 '사계' 중 6월을
'베니스 곤돌라의 노래'라고 붙인 게 잘 못된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6월송은 그냥 '뱃노래'일 뿐이지요.
'베네치아 곤돌라의 노래'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아니고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작품 19의 6번입니다.

정정하면서 오류를 사과드립니다.  2015/01/18 20:44:19  


dhleemd

여름의 베네치아 분주하고 정신 없는 곳이지요.

그날 저녁 산타 마리아 역에서 피사로 발길을 돌렸답니다. 2015/01/19 13:37:37  


trio

이 포스팅 올리고 잠시 여행 다녀왔습니다.
다녀가신 이웃님들 감사합니다. 2015/01/19 22:14:51  


 

'사진!너때문이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때문이야!! 아몬드꽃 출사  (0) 2015.02.23
긴 하루...  (0) 2015.02.19
산타바바라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0) 2015.01.08
飛上, Happy New Year!  (0) 2015.01.01
침묵의 소리...  (0) 201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