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베토벤과 비틀즈와 바르톡을 좋아한다는 밀란 쿤데라

후조 2011. 1. 22. 07:42

 

 

베토벤과 비틀즈와 바르톡을 좋아한다는 밀란 쿤데라...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저서, "참을 수 없은 존재의 가벼움"에서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 

두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한 세대를,

그리고 평범한 인간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작가가 이 책 속에서

음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중의 한사람인 프란츠는

베토벤과 바르톡과 비틀즈를 좋아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그를 고독과 유폐, 도서관의 먼지로부터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프란츠의 애인인, 젊은 시절에 제련소 건설공사에 참여했던

여류화가 사비나는 제련소의 확성기에서 악을 쓰듯 나오던 음악에 대한 기억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요.

그녀는 음악은 "음악이라는 가면을 쓴 소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춤에 대한 열정도 애인 프란츠와 공유하지 못하지요.

 

"이건 악순환이에요. 음악을 점점 크게 트니까 사람들은 귀머거리가 돼요.

그런데 귀머거리가 되니까 볼륨을 높일 수밖에 없지요.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고 프란츠가 물었다.

"네" 하고 사비나가 말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바르톡의 두 개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취할 수 있다.  

프란츠는 위대한 음악과 가벼운 음악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는 이러한 구별은 위선적이며 케케묵은 장난이었다.

그는 로큰롤과 모짜르트를 똑같이 좋아했다.

 

그에게 있어서 음악은 해방을 뜻했다. 

음악은 그를 고독과 유폐, 도서관의 먼지로부터 해방시키며

육체의 문을 열어 그를 통해 영혼이 빠져 나와

타인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저자 밀란 쿤데라의 아버지 루드빅 쿤데라(1891-1971)는

베드리히 스메타나와 안토닌 드볼작과 함께 체코의 3대 음악가인

레오슈 야나체크(1854-1928)의 문하생으로 음악가이며 피아니스트였습니다.

1948년에서 1961년 사이에 브르노 뮤지컬 아카데미의 수장이었던 아버지에게서

쿤데라는 피아노를 배웠고 나중에는 음악학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으로 그는 그의 작품에 음표를 그려 넣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합니다.

 

 

"도대체 체코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만나야만 할까?

그녀와 그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풍경?....그렇다면 문화일까?

그러나 문화라는 게 무엇일까? 음악? 드볼작과 야나체크?

그렇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체코 사람이 있다면?

체코의 정체성은 허깨비일 뿐이다."

 

"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미적 감각에 의해 인도된 인간은 우연한 사건 (베토벤의 음악, 역에서의 죽음)을

인생의 악보에 각인될 하나의 테마로 변형시킨다. 

그리고 작곡가가 소나타의 테마를 다루듯 그것을 반복하고,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사비나의 삶이 음악이었다면, 중절모는 그 악보의 모티프가 되었다. 

이 모티프는 계속 영원히 되풀이 되었으며 매번 다른 의미를 띠었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토마스와 사비나가 중절모의 모티프를 서로 나눠가졌듯),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료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게 마련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프라하에서 체코의 유명한 古城, 체스키 크룸로프 성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는데

기차 안에서 만난 체코인 가족들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4년간 살았다는 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어디를 가는가...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어떻게 체코여행을 생각했는가를 저에게 물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읽으려고 들고 있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물론 한국어이므로 표지 뒤에 있는 저자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조금 놀라는 눈치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작가 쿤데라에 대한 것을 모아 놓은 곳이

(물론 아직 생존인물이니 박물관은 아니더라도)

프라하에 있는지를 물었더니 고개를 가웃둥하면서 없을거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금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거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하면서...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image from web)

 

  

밀란 쿤데라(1929년 4월1일 ~ )...

체코슬로바키아(현재 체코공화국) 브르노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들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1950년, 그와 얀 트레풀카(Jan Trefulka)라고 하는 체코의 작가는

 "반공산당 활동"이라는 죄목으로 공산당에서 추방 당했다가

1956년에 밀란 쿤데라는 공산당에 재입당을 하였지만

1970년, 그는 또 다시 당에서 추방 당했습니다.

쿤데라는 1968년 체코의 예술가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과 함께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였는데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 당한 후

그가 저서를 통해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쿤데라는 곧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얼마간 그의 집필 활동이 금지되었고

시민권을 박탈 당해,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하였다가

1989년 체코 민주화 이후 본국으로 임시 귀국하였지만

다시 프랑스로 가서 프랑스 시민권을 따고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거의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하고 있고

그의 모든 저서들은 프랑스에 있다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은

1988년 미국의 영화감독 Phillip Kaufman에 의해

영화 "프라하의 봄"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습니다.

쿤데라는 자신을 정치적 혹은 반체제적 작가가 아니라

순수한 작가로 봐주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상은 위키백과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1989년 민주개혁 때 대규모의 시위(무혈혁명)가 일어난 곳으로

뒤로는 국립박물관이 있고

오늘 날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프라하의 중심지...






 



동상 뒤로 보이는 건물은 국립박물관










 쿤데라의 저서에서 말한 항가리의 음악가 바르톡 작곡의

Sonata for Two Pianos and Percussion(1938)

       


            






비틀즈가 부르는 "Yesterday"입니다.

학창시절...저희들이 가장 사랑했던 노래,

지금 들어도 역시 너무나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에야 알게된 팝페라 가수 임태경이 부르는 비틀즈의

"Yesterday"와 그의 다른 노래들을 들으면서 밀란 쿤데라가, 아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프란츠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

아마도 비틀즈가 불렀던 것보다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체코를 여행하면서

현존하는 체코의 작가 한 사람쯤은 기억하고 싶어서....


프라하 여행기 계속됩니다.






멜라니

드디어 체코 여행기를 시작하셨군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체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기는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 보려고 책을 찾아 보려니 찾을 수도 없네요.
임태경이 부르는 '열애'.. 좋습니다.
 2011/01/22 13:54:41  


김태훈

밀란... 2011/01/24 10:4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