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아라"라는
제목의 설교를 가끔 들었을 것입니다.
목사님들이 좋아하시는 설교의 주제이지요.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
그런데 지난 여름 나파 벨리를 여행하는 중에 포도밭으로
둘러 싸인 샤도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정말로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너무나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저는 미쳐 카메라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마침 동행한 친구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그런데 여우가 아니라 카요데(Coyote)라고 하네요.
카요데도 여우과이니까...
어느 골프장에서나 토끼나 다람쥐, 그리고
물가에서 놀고 있는 오리들을 쉽게 만나게 됩니다.
또한 여행을 하다 보면 노루도, 사슴도, 그리고 이름도 모를 많은
동물들을 만나게 되지만 포도원에서 여우를 만나게 되니 저의 감성은
또 구약 셩경의 <아가서>로 줄달음질을 하였습니다.
"무화과 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 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날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나로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을 아름답구나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에게 속하였구나
그가 백합화 가운데서 양떼를 먹이는구나
나의 사랑하는 자야 날이 기울고 그리마 갈 때에 돌아와서
베데르 산에서의 노루와 어린 사슴같아여라."
(아가서2:13-17)
제가 감히 설교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우들은 추운 겨울 포도원의 땅을 파고 살다가
봄철이 되어 포도나무에 싹이 나고 꽃이 피면
살그머니 나와서 그 꽃을 다 먹어 치운다고 합니다.
포도꽃입니다.
지금이 한창 꽃이 필 때인가 봅니다.(image from web)
꽃이 피고 포도가 열리게 되어야 포도를 수확하게 될터인데
여우들은 꽃을 다 먹어 치워서 포도원의 수확을 방해하는
방해꾼들입니다.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들...
우리의 삶 가운데 얼마든지 적용해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면 어디나, 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그곳을 포도원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어느 곳에서든지 예기하지 않게 만나는 많은 일들 중에
우리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도 있지만
낙심시키고 실망하게 하고 슬프게 하는 일들도 많은 것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포도원으로 비유하고 싶어졌습니다.
나 자신, 나의 포도원을 무너뜨리는 작은 여우는 무엇일까...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아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
(아가서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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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이름도 포도주 이름인 샤도네 골프 클럽,
Hole 표시를 포두주 통에,
Tee 위치의 이름도 전부 포도주 이름입니다.
탐스러운 포도들...
이 포도들이 포도주가 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농부들의 피와 땀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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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가 이렇게 탐스럽습니다.
골프치는 일보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빡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주위가 온통 포도나무로 둘러 싸인 그린(Pudding Green)
골프장 그린 가까이에 사슴 한 쌍이 나타났습니다.
청포도를 보고 이육사의 詩가 생각났는데
사슴을 보니 또 생각나는 詩가 있네요.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젊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
주위가 온통 포도원으로 둘러 싸인 샤도네 골프 클럽의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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