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이야기

영화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고... 나파벨리를 다녀와서

후조 2011. 6. 21. 00:04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그 때의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가 이제는 "영광의 포도"가 된 것인지...

풍요로움이 넘치는 나파벨리를 다녀와서 아주 오래된 영화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포도주는 적 포도주와 백 포도주가 있지요

적 포도주를 만드는 붉은 포도, 그리고 백 포도주를 만드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는 이육사의 싯귀가 생각나는, 청 포도...



 

 

  

캘리포니아의 나파 벨리(Napa Valley)는

프랑스의 포도주를 능가하는 좋은 포도주를 만들어 낸다는 포도주의 산지입니다.

 

나파 벨리에 포도 나무가 심어진 것은 1840년 경이라고 하는데

한 때는 금주령으로 교회용 포도주만 생산하다가 1930년에 금주령은 해제되었으나 

경제 대 공황, 세계 제 2차 대전 등으로 1960년대 까지는 불황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6년 봄 프랑스에서 대표적인 미국 산(産)과 프랑스 산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팅(Blind Testing) 결과 

나파 벨리 산 카버네 소비뇽과 샤도네 와인이 각각 1위를 차지하여 당시까지 와인하면 프랑스라는

통념을 무너뜨리고 이 후부터 캘리포니아 산 포도주는 호경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

사방을 둘러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원



그러나 나파 벨리하면 무엇 보다도

<분노의 포도>라는 스타인벡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소설 <분노의 포도>는 경제 대 공황(1930년) 이 후인 1939년에 발표되어 

1940년에 풀리처 賞을 수상한 뉴욕 타임즈 기자였으며 소설가였던 

존 스타인벡의 소설로 영화로도 나온 미국 문학의 대표작입니다.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지주, 은행, 경찰들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인하여 

금지서(書)로 지정될 만큼 거센 반발을 샀지만

현재는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문학 시간에 많이 읽혀지는 불후의 명작입니다.

스타인벡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직접 오클라호마에서부터 켈리포니아까지

오클라호마 사람들(오키스)과 함께 여행하면서 농장 노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소설을 다시 읽지는 못하고 헨리 폰다가 주인공인 톰 조드로 나오는

존 포드 감독의 오래된 흑백 영화, <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았습니다. 

1940년에 7개 부분에서 아카데미 상 후보에 올랐었고 그 중에 어머니 역의 Jane Darwell이 여우 조연상,

John Ford 감독이 최우수 감독(Best Director)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미국의 경제 대 공황 당시 오클라호마에서 땅을 경작하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조드(Tom Joad) 가족은 

연 이은 한파와 가믐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농업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빚을 갚지 못하고

은행에 땅과 집 등 모든 것을 빼앗깁니다.


한편 살인죄로 7년 형을 받았지만 4년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아들 탐(Tom Joad, Henry Fonda역)은 

낡은 추럭을 구하여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여동생 등 가족들과 전직 시골 목사 짐 케이시(Jim Casy)와 함께 

일자리가 많다는 켈리포니아로 대 이동을 합니다.


오키스(Okies, 오클라호마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라는 경멸과 오는 도중 길에서 당한 할아버지의 죽음, 

굶주림과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일자리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여기며 찾아 온 

켈리포니아...  그러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일자리를 찾아 각지에서 몰려 온 많은 사람들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고 경찰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지주들의 임금에 대한 착취로

생계를 이어 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전직 목사인 짐 케이시는 착취받는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스트라이크를 계획하려다가 경찰에 맞아 죽고

탐은 그 경찰을 죽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사산한 여동생 로사샨은 실성해 버리고...

경찰을 피해 쫒겨 다니는 톰, 아들의 또 다른 살인을 직면한 어머니 마(Ma)는 비록 소작인으로 살았지만 

단란했던 가족의 과거를 회상하며이제는 더 이상 가족이 존재하지 않음을 비탄해 합니다.


그들에게 켈리포니아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라

탄압과 착취로 인하여 분노와 슬픔의 땅이었습니다.

"배고픔과 공포는 분노를 낳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떠나야 하는 아들을 말릴 수 없는 어머니의 

"어디에 있겠니?"라는 물음에 탐은 대답합니다.


"Wherever there's a fight, so hungry people can eat, I will be there."

"Wherever there's cop beating up a guy, I will be there.

I'll be there kids laugh when they're hungry and they know supper's ready.

And when the people are eating the stuff they raise and living in the houses they build, 

I'll be there too."


"굶주린 사람들이 먹을 양식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경찰의 탄압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그리고 어린이들이 배고플 때 식사를 하고,

농부들이 경작한 곡식을 거두워 먹고, 그들이 지은 집에서 살 때,

그곳이 어디든지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온 어머니 마(Jane Darwell역)는

아들을 떠나 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일터로 나가면서


"I ain't never gonna be scared no more.  I was, though.

We're the people that live, They can't wipe us out.  They can't lick us.

And we'll go on forever, 'cause we're the people."


"나는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을거야. 전에는 두려워 했지만, 우리는 계속해 나아 갈거야.  

우리야 말로 생존하는 사람들이지. 누구도 우리를 쓸어버리지 못해, 우리는 영원히 나아 갈거야. 

우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라고 독백하는 강인한 어머니, Ma Joad는 

어쩌면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을 모진 고난을 겪으시며 오늘의 한국을 이루어내신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포도원으로 둘러 싸인 샤도네 골프장, 이런 포도원이 나파 벨리에 2천개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Maybe one guy with a million acres and 100,000 farmers starving."

"한 사람이 백만 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있지만 십만명의 노동자들은 굶주리고 있다." 라는

탐 조드의 말이 생각나서 여행 중에 포도원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수확을 하는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중 알고 보니 포도 수확은 햇빛이 나오면 수확한 포도가 상할 수 있으니까

새벽 2시경 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불과 7-80년 전의 미국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 켈리포니아의 나파 벨리는 세계적인 포도주의 본산지입니다.

 

그 때의 "분노의 포도"가 이제는 "영광의 포도"가 된 것인지,

오늘날 미국도 경제 대 공황 이 후 최악의 불경기를 맞이하였다고는 하나

끝도 없이 펼쳐진 포도원, 그 넓은 포도원에 있는 저택들,

하룻밤 숙박비가 5백불 이상인 포도원 안에 있는 숙소(호텔)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치는 값 비싼 식당들...

 

적어도 잠시 여행하는 나그네에게

나파 벨리는 부유하고 풍성함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나파 벨리의 Yontville에서 우리가 하룻밤 머물렀던 호텔(Railway Inn)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호텔을 찾았더니 이렇게 기차를 개조하여 만든 호텔(Inn)이 있었는데 

그래도 하루 저녁 머물기에는 충분하고 나름대로 멋이 있었습니다.




숙소 입구에 있는 커피 하우스


Marketplace, 1870년부터 있었다고 하니 소설 <분노의 포도>가 나오기 전에도 있었던 마켓이네요.




우리가 머물었던 숙소에서 아주 가까이 있던 아주 유명한 불란서 식당 "French Laundry Restaurant"입니다.

외관도 우리가 보기에는 요란스럽지고 않았고 창문으로 살짝 들여다 본 내부도 다른 식당이나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식당 이름이 멋진 불어도 아니고 "불란서 세탁소" (French Laundry)라니...


그러나 이 식당은 Michelin 3 stars 식당으로 프랑스 밖에 있는 10대 프랑스 식당의 하나라고 하는데

점심 한끼에 일인당 포도주를 포함하지 않고 250불, 저녁 식사는 500불 이상이며 

그나마 적어도 2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한끼 음식이 왜 그리 비싼지... 부자들에게는 250불이 우리가 사 먹는 햄버거 한 개 값 밖에 안되는지,

아무튼 이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운영되고 있겠지요.


우리야 이름도 처음 들었지만 이곳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물어 보니까 

그들도 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 식당 이름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거지... ㅋㅋ





사실 이번에 나파벨리에 간 이유는 나파 벨리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음악축제,

Music in the Vineyard, 포도원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컨서트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작년에 16번째로 8월 4-22일까지 열린 챔버 뮤직 여름음악축제인데

미국 각지에서 초청 받아서 온 유명 음악가들이 여름 3주 동안 펼치는 실내악 여름음악축제입니다.





연주회는 컨서트마다 각각 다른 포도원에서 열리는데 이 날 저희가 관람한 컨서트는

St. Helena의 Harvest Inn이라는 호텔의 포도원에서 열렸습니다.

   

실내악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음악회이지만

그곳에 온 청중들은 대단한 부자들인 것같았습니다.

이곳 Harvest Inn에서 숙박하려면 최소한 하룻밤에 5백불이라고 합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Red Wine과 White Wine을 제공하더군요.

 

 

실내악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음악회이지만

그곳에 온 청중들은 대단한 부자들일 것입니다.

이곳 Harvert Inn에서 숙박하려면 최소한 하룻밤에 5백불이라고 합니다. ㅎㅎ


제가 가 본 미국의 음악 축제는 대부분 부유한 지역에서 열리는데

티켓 값은 전체 경비의 30%도 채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부유한 사람들의 기부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음악회가 결코 부유한 사람들만의 음악회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인터미션 시간에 제공된 포도주를 마시면 담소하는 사람들의 복장은

여름 야외 음악회이기 때문에 수수한 편이였지만 거의가 백인들이었는데

이들은 적어도 이 음악회를 후원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그 당시 지주들의 후예들로 현재 포도원을 소유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착취 당하면서도 끝내 성공한 노동자들의 후예들인지...

 

그리고 이 포도주 산지에 지금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지주들과

착취 당하는, 그래서 분노하는 노동자들이 있는지...

 

인터미션 시간에 마신 포도주 한 잔에 헤롱 헤롱(?)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생각은 자유, 그리고 No Tax이니까요.

 

 

***

 

 

나파 벨리에서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소설 <분노의 포도>의 작가 스타인벡의 고향인 

살리나스라고 하는 농업도시에 있는 존 스타인벡 박물관에 들렸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꼭 가 보실만한 곳입니다.

 

 


북가주의 농업 도시 Salinas에 있는 스타인벡 뮤지엄 (National Steinback Center)

 

존 스타인벡은 1902년 2월 27일 살리나스에서 아버지 존 스언트 스탁 3세와 어머니 올리브 해밀턴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고 1920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하였지만 중퇴하고 뉴욕 타임즈 기자로 일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 목장, 도로 공사장, 목화밭, 제당 공장에서 일을 하였으며

이 때의 노동 경험은 작가로서의 스타인벡에게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분노의 포도> 외의 작품으로는 제임스 딘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에덴의 동쪽>, <황금의 잔>,

<승산없는 싸움>, 196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불만의 겨울>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박물관 내부에서 찍은 것입니다.



 

 

 
 

 

 

 

 

 
 

애견 촬리와 함께 미 전국 여행을 이렇게 했다고 하네요.

 
 
 
 

 

영화, <분노의 포도>의 주제음악, "Red River Valley"입니다.

 

 

2011/06/21 03:38 



 

 


사슴의 정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그 당시 사회상에 대한 엄정한 비판이었습니다.

그 소설 지금 영어 원문으로 다시 읽으면 어떨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밴쿠버는 아직도 여름 기분이 아닙니다.

새벽에 추워서 전기장판을 침대에 키고 잡니다.

LA는 여름이 시작되어 더울 텐데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2011/06/21 07:37:35  


trio

이곳도 여름날씨같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는 싸늘하답니다.
여름이 늦게 오려나 봅니다. 동부는 덥다고 야단인데...
살리나스의 스타인백의 박물관은 한번쯤 꼭 가볼만한 곳이었습니다.
멀지도 않은 곳에 있는데 애들 키울 때 데리고 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더군요.
영화나 소설의 제목정도만 기억이 되었는데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니
오래된 영화이지만 감명적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땀과 눈물이 오늘을 만든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공교수님!
 2011/06/21 10:03:28  


綠園

아주 좋은 곳을 멋진 포슽으로 소개해 주시어 감사히 잘 봅니다.
저도 이 소설을 젊은 시절 감명 있게 읽었는데 잊었던 것을 리마인드 되었네요.
그리고 제가 몬트레이 있을 때 Salinas와 San Francisco에는 여러번 갓지만
나파벨리는 생각도 못했고 죤 스타인백 박물관도 못 갔었네요.

학생의 신분에서 그 놈의 시험이 늘 여유를 없게 하지요.^^
저도 도서관에서 영화라도 빌려다가 한 번 보아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2011/06/21 10:48:40  


데미안

좋은 영상에 감사드립니다. 대학시절 읽어보고 싶었는데.. 세월이 여기까지 와 버렸습니다.
금년들어서만 4번째 한국 출장. 힘들고 긴장되고, 좌절하고.. 마음을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겠습니다.

시차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에.. 2011/06/22 03:29:44  


trio

녹원님 감사합니다. 몬트레이에 계셨군요. 살리나스는 그곳에서 가까운데...
학생 때는 아무래도 공부하시느라 달리 시간을 내시기는 어렵지요.
저도 이곳에서 괘나 오래 살았지만 작년 여름에야 가본 곳입니다.
존 스타인백에 대해서 공부를 했을 자녀들을 데려가 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답니다.
 2011/06/22 04:04:19  


trio

데미안님, 외국에 사시나 봅니다.
한국에 출장을 자주 가시는군요.
비행기 안에서나 호텔에서 DVD로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아직 방은 없으시군요. 감사합니다.
 2011/06/22 04:05:43  


산빛

이 방에 오면 종합박물관(?)에 온듯 음악과 문학과 여행과 누에고치에서 끈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재미나는 이야기의 실타래에 젖다보면 제자신도 덩달아 유식해지는 듯 합니다
흐르는 "Red River Valley"가 아득한 지난 날을 돌이키게 합니다 2011/06/23 11:21:20  


trio

과찬은 여전하시네요. 오랫만입니다. 산빛님!
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2011/06/25 00: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