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하이델베르그에 갔습니다.
네카어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중세의 도시 하이델베르그는
'신성한 산'이라는 뜻을 가진 하일리겐베르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더군요.
하이델베르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일찍 나서면 기차를 타고 당일에도 다녀 갈 수 있는데
어차피 어디에서든 자야하는 나그네 신세인지라 호텔을 예약하고 차를 가지고 갔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ㅋㅋ
아니나 다를까...시내에 들어서니 길은 좁고 일방통행이 많고 주차할 공간도 없어서
호텔 주위에서 한참을 뱅글 뱅글 돌다가 어느 광장 아래 마켓이 있는 곳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는데 주차 공간이 좁아서 차를 주차하기가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한지
렌트카가 사면에 센서가 있는 이유를 알 만 하더군요.
차를 주차하고 나오니 어느 광장(마르크트광장)인데 마침 주말이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광장에는 젊은 여성 관악사중주가 트리오를 환영해 주는 것같았습니다.
바닥에 놓인 악기 케이스... 필라델피아 막내가 대학에 다닐 때 학교 앞 공원에서
이렇게 첼로 케이스를 열어 놓고 친구들과 현악 4중주를 했을 때 마침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던 때라 어느 사진 기자가 흑백으로 아주 멋진 사진을 찍어 준 것이 있거든요.
그들의 연주를 구경하다가 예약한 호텔을 물어 물어 찾아갔습니다.
네카어강 바로 앞에 있는 예약한 호텔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4층 건물인데
하필 4층에 있는 방을 주더군요. ㅋ
유럽은 사실 어디를 가든지 마음 속에 그리던 환상이 여지 없이 깨어질 때가 너무 많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는 멋있어 보이지만 너무 오래 되어 낡은 도시, 낡은 건물들...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가지고 그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불편한 것을 감수하며
함부로 고치지도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것같습니다.
유럽도 新도시는 그렇게 않겠지만요.
미국이야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어디나 넓직 넓직하고 편리하여 살기가 좋지요.
역사가 짧다고 유럽인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괜한 자존심이고
유럽의 젊은이들은 미국을 무척이나 동경한다고 합니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젊은 여학생은 미국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열쇠를 받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이럴줄 알았으면 가방은 차에 놓고
간단한 것만 가지고 갔을텐데... 아무튼 낑낑거리면서 4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방을 열고 들어가 커튼을 젖히니.... 와!....
눈 앞에 펼쳐진 시원한 강물을 보니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서
엘레베이터도 없는 호텔이라니 거지같네...라고 투덜거리던 마음이
갑자기 바뀌더군요.
머나 먼 나라에서 여행 중에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그저 여행하느라 피곤한 몸을 눕혀 하루 저녁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 만도 감사한 일이지요.
더구나 이렇게 멋지게 눈 앞에서 강물이 흐르고 있는데...
트리오가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의 긴 역사를 어찌 다 알겠어요.
고등학교 때 역사시간에 하이델베르그 城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고
블로깅을 하다가 유명한 러시아의 음악가 알렉산드르 보로딘(1833-1887)이 화학을 공부하러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가서 공부했다는 이야기에 하이델베르그 대학이 궁금했지요.
보로딘은 하이델베르그에서 같은 러시아에서 폐결핵으로 휴양차 온 피아니스트 에카테리나를 만나
화학보다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고국으로 돌아가 그들은 결혼을 하지만
보로딘의 주위에는 여성들이 많아서 원래 병약했던 아내 속을 좀 썩였다고 해요.
그러나 비록 다른 여성들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오직 아내 뿐... 그 첫사랑 아내을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작곡했다는
현악 4중주 No. 2 in D major, 3악장 Notturne: Andante의 멜로디가 참으로 아름답지요.
Drink, Drink, Drink...를 부르던 식당 붉은 황소 Gasthof zum Roten Ochsen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이델베르그는 60년 전에 나왔던 뮤지칼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된 도시로 더 유명하지요.
원래의 제목은 "The Student Prince"
내용은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질 수 없는, 황태자 Karl과 "붉은 황소"라는 숙소겸 식당에서 일하는
평범한 여자 Kathie와의 사랑이야기이지요.
블로그를 검색하니 하이델베르그와 '황태자의 첫사랑' 이야기는 너무 많이 올라와 있네요.
그래도 다녀왔으니 이야기를 올릴께요.
영화 내용...
어려서 정혼한 노스 하우즌 왕국의 요한나 공주와
프러시아 칼즈버그 왕국의 왕위 계승자(황태자)인 Karl-Edmund가 약혼을 하는 날,
하아버지인 왕과 황태자의 개인교수는 그동안 군대식 교육만을 받아 온 황태자에게
부드러운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하이델베르그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지요.
며칠 후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유학온 황태자, 자유분방하게 대학생활을 만끽하는데
한편으로 이곳 식당 '붉은 황소'에서 일을 하면서 대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발랄하고 예쁜 여자(Kathie, 주인의 조카?)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황태자는 귀족신분이지만 대학 신입생으로서 평민 대학생들의 합창단인
웨스트 벨리언스에 가입한 날, 녹색 모자를 쓰고 그들의 전통의식대로 신고식으로
1,000 cc가 넘어 보이는 맥주를 단숨에 마시면서 부르는 The Drinking Son은 오늘날도
많은 테너들의 레파토리가 되고 있지요.
황태자의 집요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신분의 격차에 대한 갈등 때문에
황태자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Katie...
결국은 황태자의 사랑을 받아들여 드디어 둘이서 빠리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날 밤
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황태자는 급히 귀국하게 되고
끝내 캐티와는 결별한 채 왕위를 계승하게 되고
얼마 후 약혼했던 공주와 결혼을 하러 노스 하우즌 왕국으로 가던 길에
Kathie를 잊을 수 없었던 황태자였던 칼은 하이델베르그에 잠시 들려 캐티를 만나지만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지요.
Karl은 Katie에게
"학생 때는 같은 세계에 있던 우리들이었는데...
그러나 우리들만 지금 달라졌을 뿐 이곳은 변한 게 없네."라고 말하면서
"Goodbye, Katie!!"라고 말하지만 Katie는
"Goodbye, Karl!"이 아니라 "Goodbye, Your Majesty!" ㅋㅋ
너무 진부한 내용같지만 여전히 슬픈 사랑이야기...
어쩌면 역사 이래 이런 이야기들이야 무수히 많을 것이지만
유명했던 소설을 뮤지컬 영화로 제작한 "황태자의 첫사랑"은
마리오 란자 (Mario Lanza, 1921 - 1959)의 노래 때문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었고
하이델베르그와 그 식당, "붉은 황소"는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답니다.
다음 날 오후 식당'붉은 황소, Gasthof zum Roten Ochsen'를 찾아갔는데
혹시 캐티같은 여자가 반기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고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사진 몇장만 찍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Drink, drink, drink,,,' 노래는 부르지 못할지언정 맥주 한잔이라고 마시고 올 껄....ㅋㅋ
1386년에 설립된, 600년이 넘는 가장 오래된 유서깊은 하이델베르그 대학, Heidelberg Universitat,
그러나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수영복 패션 회사 Calzedonia의 수영복 광고가
대학 입구에 떡 버티고 있네요. ㅎㅎ
학교 캠퍼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특히 흥미로운 것은 대학 내에 학생 감옥 Studentenkazer 이 있다고 합니다.
1778년 - 1914년까지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을 가두기 위한 곳이었든데
그 당시 귀족들만 들어온 대학이었기에 때문에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어떻게 체벌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감옥으로 대학 자체에 재판권이 있어서 범죄한 학생들에게 감옥행을 선고헸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이곳에 있는 동안에도 수업은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대학생 시절...그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온갖 낙서를 하기도 한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현재는 관광용으로 입장권을 받고 공개하고 있다는데
찾아간 날이 주말이어서 그런지...학교 내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ㅋㅋ
하이델베르그의 또 다른 명물...철학자의 길... Philosophenweg,
헤겔, 괴테 등 많은 철학자들이 사색을 하며 걸었다는 돌담길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호텔 앞 카를 테오도르 다리를 건너가니
철학자의 길 (Philosophenweg)이라는 작은 표시판이 보이고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돌들로 된 길과 이끼낀 돌담으로 이어진
상당히 긴 길이었습니다.
돌담 사이로 나온 작을 들꽃, 이끼낀 돌맹이 하나하나에
많은 사연이 있을 것같았지만
트리오는 갈 길이 바쁜 나그네였습니다.
한참을 올라가서 내려다 본 시내....
Schloss Heidelberg, 하이델베르그성(城)
하이델베르그에서 만난 인연..
Schloss Heidelberg, 하이델베르크 城,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너무 힘들고
후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려고 대학에서 광장으로 나가니
마침 한인들 소그룹이 가이드와 함께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함께 가도 좋은가 물었더니 가이드는 머뭇거리는데
회사원으로 보이는 일행이 좋다고 해서 함께 성에 올라갔어요.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다니니 얼마나 좋은지...
일행은 서울의 Hundai Dream Tour 회사에서 대표와 직원들이
유럽에 단기 연수차 왔다가 이곳을 구경하고 그날 밤 서울로 떠난다고 하더군요.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성을 둘러보고 함께 한 회사원들 사진도 찍어드리고...
성에서 내려와 헤어졌습니다.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들...반갑기 그지 없었고
외국에 까지 와서 연수를 하는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사진을 몇장 찍으면서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야 하이델베르그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사진 보내드릴께요.
프리드리히 5세 왕이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1615년 어느 날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엘리자베스 문
그러므로 이 문을 한번 지나가면 10년을 해로한다고 설명하면
세번, 네번 지나는 사람도 있다고... ㅎㅎ
가이드의 설명이었습니다.
800 여년의 역사를 안고 있는 성이므로 많은 사건, 전쟁, 등등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성에서 내려다 본 하이델베르그
성에서 내려다 본 하이델베르그
Hyundai Dream Tour 에서 일하는 젊은 일군들...
예쁜 여직원들과 건장한 남자 직원들...그리고 이 대표님...
직원들과 함께 이렇게 외국 연수도 하시고....젊음이 마냥 부럽습니다.
사업이 크게 번성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올려도 될른지요?
이 대표님 감사합니다.
저 기억하시나요?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The Drinking Song과 이어서 Summertime in Heidelberg 입니다.
캐티역은 Ann Blyth 이고 노래도 Ann Blyth가 부르지만
황태자 역은 Edmund Purdom이고 노래는 마리오 란자가 부르는 것을 립싱크한 것입니다.
한 때 카루소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던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 - 1959)는
이 영화를 찍다가 감독과의 불화로 영화에서 목소리로만 나왔고 이 후 할리웃을 떠나
이태리 로마에 가서 살면서 영화도 찍고 공연도 하지만 1959년 10월 7일,
38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와 페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지 5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의 노래는 아직도 이렇게 불리워지고 있네요.
2014/09/11 01:11
|
|
|
|
|
|
|
|
|
|
|
|
|
|
|
|
|
'독일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00년 몽마르뜨의 모델, 댄서, 창녀들 그림 (0) | 2015.08.02 |
---|---|
1900년 몽마르뜨의 가난한 사람들과 풍경그림 (0) | 2015.08.02 |
1900년 전후 빠리의 몽마르뜨 (0) | 2015.08.02 |
빵이 장미가 된 이야기...바르트부르크城에서 (0) | 2015.08.02 |
무인 호텔?? 라이프치히에서 (0) | 201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