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해변출사

후조 2013. 5. 21. 16:00


 

 

지난 주말 몇 주전부터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연례행사인 해변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작가, 아마추어작가, 그리고

현재 사진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모두 35명이

대형 관광버스로 엘에이에서 출발하여 Avilla Beach, Morro Bay,

Islay Creek, Point Buchon Trail 을 거쳐 황혼에 Santa Barbara를 마지막으로

해변출사를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서쪽 한면이 태평양 바다를 접하고 있기에

모래사장이 펼쳐진 수 많은 비치들, 보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베이(Bay),

끝없이 펼쳐지는 팜트리들과 떼를 지어 다니는 갈매기 떼들,

기암절벽과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피어(Pier),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갈대들 사이의 트레일,

아침에는 은빛으로, 저녁에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물결들과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 거세게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등등

해안선을 따라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지...

 

 

 

 

"나의 사진 속에는 비틀거리며 흘려 보낸

내 젊음의 흔적들이 비늘처럼 붙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좌절, 방황, 분노...

내 사진은 내 삶과 영혼의 기록입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내내 오래 전에 읽었던

 

제주도 두모악 갤러리의 주인공인 사진작가 김영갑의 삶의 기록인

 

<그 섬에 내가 있었네>가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인화지를 살 돈도 없고 밥을 굶어가면서도

 

사진 찍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

 

뜻밖에 찾아온 루게릭병으로 셔터를 누르기도 힘들어졌을 때

좌절과 분노와 슬픔이 엄습했지만 절망을 이기고 폐교된 초등학교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진갤러리 두모악갤러리를 짓고 홀연히 떠난 비운의 사진작가...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녁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

마라도는 수평선이 넘을 수 없는 철조망이다.

외로움 속에 나 자신을 내버려 둔다.

그래도 모자라면 등대 밑 절벽 끝에 차려 자세로 선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예술가들에게는 가슴 깊은 곳에 또 하나의 슬픔의 강이 흐르고 있어서

예술혼의 원천이 된다고 하더니 회원 중에 이미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었고

아마추어와 학생들까지 프로 못지 않는 열정으로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부정할 수 없는 예술의 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하면서도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에 비하여 한편으로 나 자신은

얼마나 행복하고 사치스러운지..  혹시라도

허영의 취향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산타바바라에서 황혼을 찍을 때 쯤 사진기 바테리가 나가버려서

황혼의 바닷가 풍경을 찍지 못해 아쉬웠고

비록 아직 서툰 기술때문에 사진을 잘 찍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푸나무

멋집니다.
바다...
푸른 바다....

작년 늦가울 두모악에서 마신 커피...생각도 나고
김영갑은 나와 동갑이더군요.
그리고 그는 가로가 길다란 사진.....이었어요.
가로가 길면
안정감을 주잖아요.
그는 뭔가 균형을 안정을 필요로 해서.......
그런 생각두 했구요.
 2013/05/21 14:11:37  


trio

오랫만이지요? 푸나무님!
요즘 사진에 미쳤는지...ㅋㅋ 댓글도 못달고 답글도 안달고...
서울에 나가면 갈 곳이 너무 많아요.
두모악에도 가야하고...
잘 지내시지요? 감사합니다.
푸나무님! 제일 먼저 달여와 주셔서...
 2013/05/21 14:17:31  


리나아

경치도 넘 아름답고 카메라맨 모습들도 참 진지해보이고..
정말 아름답네요..
그걸 누가 찍었을까요...^^
근데 미국에서라는데...제 눈엔 카메라맨들 다 한국사람같아보이는군요..
 2013/05/21 15:35:17  


바람돌

그렇군요.
바다와 산, 바위와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와 사람들, 요트

일상을 벗어난 하루의 여정이
아름답습니다. 2013/05/21 17:22:33  


trio

리나아님, 이곳 엘에이 이민 1세대들은 한국처럼 살고 있답니다. ㅎㅎ
한인타운이 곳곳에 얼마나 많은지, 없는 것 없이... 2013/05/22 08:04:01  


trio

바람돌님, 일상을 벗어난 것만 해도 즐거운데 사진을 배우며, 찍으며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5/22 08:04:22  


산성

사진 배우는 재미 특별할 것 같은데
출사니 뭐니 하면서(죄송^^) 계속 돌아다녀야 하던걸요?
어느 사진반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멈췄어요.
카메라부터 큰 걸 준비해야 하고요.
그래도 계속 꿈꾸고는 있습니다^^
산타바바라의 황혼,하필이면 그때 밧데리가...

김영갑씨,
투병중인 마지막 무렵의 모습이 두모악에 걸려 있는데
바라보기엔 참 마음 아팠어요.
건강할 때와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에고.

 2013/05/22 16:28:17  


trio

맞아요, 산성님! 출사니 뭐니 해서 요즘 바쁘네요.ㅎㅎ

그림하는 동생은 그림하기 전에 사진을 했었는데
싸돌아(?) 다니는 것이 아무래도 가족들한테 미안해서 그만두고
그림으로 바꿨다고 해요. 그림은 주로 집에서 하니까요.
저도 몇년을 벼르다가 더 나이 들면 이 짓(? ㅎㅎ)도 못할 것같아서
큰 마음 먹고 시작한거예요. 그래도 잘 했다 싶고 일찍부터 할껄..후회가 되요.

남이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더 늦기 전에
산성님도 도전해 보세요.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이니까..
사실 주부들은 일생 내내 희생을 많이 하고 살지요.
그러다 이 나이되니 허무하고...

김영갑씨 그 책을 울면서 읽었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지요.
천하장사라도 모습부터가 너무 변하고...
그러한 투병중에 갤러리를 만들었다니...
대단하지요.

엑스트라 밧데리는 충전기에 올려놓고 깜빡...ㅋㅋ
 2013/05/22 21:54:20  


士雄

좋은 취미생활입니다.^^
취미생활이 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ㅎㅎ 2013/05/23 07:5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