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몇 주전부터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연례행사인 해변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사진작가, 아마추어작가, 그리고
현재 사진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모두 35명이
대형 관광버스로 엘에이에서 출발하여 Avilla Beach, Morro Bay,
Islay Creek, Point Buchon Trail 을 거쳐 황혼에 Santa Barbara를 마지막으로
해변출사를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서쪽 한면이 태평양 바다를 접하고 있기에
모래사장이 펼쳐진 수 많은 비치들, 보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베이(Bay),
끝없이 펼쳐지는 팜트리들과 떼를 지어 다니는 갈매기 떼들,
기암절벽과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피어(Pier),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갈대들 사이의 트레일,
아침에는 은빛으로, 저녁에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물결들과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배, 거세게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등등
해안선을 따라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지...
"나의 사진 속에는 비틀거리며 흘려 보낸
내 젊음의 흔적들이 비늘처럼 붙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좌절, 방황, 분노...
내 사진은 내 삶과 영혼의 기록입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내내 오래 전에 읽었던
제주도 두모악 갤러리의 주인공인 사진작가 김영갑의 삶의 기록인
<그 섬에 내가 있었네>가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인화지를 살 돈도 없고 밥을 굶어가면서도
사진 찍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
뜻밖에 찾아온 루게릭병으로 셔터를 누르기도 힘들어졌을 때
좌절과 분노와 슬픔이 엄습했지만 절망을 이기고 폐교된 초등학교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진갤러리 두모악갤러리를 짓고 홀연히 떠난 비운의 사진작가...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나는 들녁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
마라도는 수평선이 넘을 수 없는 철조망이다.
외로움 속에 나 자신을 내버려 둔다.
그래도 모자라면 등대 밑 절벽 끝에 차려 자세로 선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서
예술가들에게는 가슴 깊은 곳에 또 하나의 슬픔의 강이 흐르고 있어서
예술혼의 원천이 된다고 하더니 회원 중에 이미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었고
아마추어와 학생들까지 프로 못지 않는 열정으로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부정할 수 없는 예술의 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하면서도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에 비하여 한편으로 나 자신은
얼마나 행복하고 사치스러운지.. 혹시라도
허영의 취향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산타바바라에서 황혼을 찍을 때 쯤 사진기 바테리가 나가버려서
황혼의 바닷가 풍경을 찍지 못해 아쉬웠고
비록 아직 서툰 기술때문에 사진을 잘 찍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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