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래 사진 찍히기를 무던히 싫어했기에 사진을 찍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언젠가 부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사진 찍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 이전에는 여행을 하면서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봐도 별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막상 사진을 배우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보다 잘 찍고 싶다는 생각뿐 어떻게 무엇을 잘 찍을 것인가는
항상 나를 괴롭히는 명제...기초 클래스를 마치고 그러한 생각은 더 더욱 심한 갈증으로
목마르게 하여 다른 사진들도 눈여겨 보게 되고 책이나 동영상 강의를 듣는 등
갈증 해소에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가도 내가 이 나이에 이것을 해서 뭘 하겠다는 거냐...라는 생각에
마음이 좌절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서점에서 눈에 띈 "디지탈 흑백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리처드 올세니우스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을 강병기님이 번역한 책이었습니다.
그렇지 흑백사진...평소에도 왠지 멋있게 여겨졌던 흑백 사진...
세상은 온통 칼라로 덮여 있습니다.
오래 전에 유행하던 농담 한마디...
4국의 정상들이 어느 가을날, 산장에서 회의를 하다가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든 것을 보고
3국의 정상들이
"Beautiful", "Wonderful", "Colorful" 이라고 각각 감탄사를 연발하자
나머지 한 나라 정상이 적절한 영어 단어를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아
"Ssangkaful(?)" 이라고 했다는 유머는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로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그만큼 세상은 색채로 가득하여 우리를 유혹하고 현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사진도 흑백, 영화도 흑백, 모든 신문 잡지와 서적도 흑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신문이나 잡지에도 칼라가 등장하는 세대가 되었지요.
의복도 그 색이 다양하지 못했지만 오늘날은 얼마나 찬란한 색채의 의복이 있는지...
그러나 오늘날도 검은 드레스는 화려한 파티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드레스인 반면에
장례식에도 당연히 검은색 의복...
여자들의 어깨가 드러난 검은 파티 드레스로는 장례식에 참석하기는 좀 그렇지만
일반적인 검은 드레스로는 장례식과 컨서트 등 파티에도 갈 수 있지요.
남자들도 검은 정장 한벌이면 어디에서든 멋진 정장이 되지요.
그렇듯 검은 색의 매력은 무궁 무진...
빛이 바래 누래진 사진이나 흑백 사진을 보면 그리운 고향이 느껴지듯이
아득한 추억으로 그리움이 안개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흑백사진을 찍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을 사진쟁이, 사진사, 사진가, 점점 발달하여 사진 작가...
사진 뿐이 아니지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환쟁이, 그림쟁이, 화가, 화백...
음악을 하는 사람을 딴따라, 풍악쟁이, 가수, 성악가...
클래식음악도 예전에 궁중의 귀족들을 위한 풍악쟁이 신세, 그다지 높은 신분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보다 더 예술적인 경지로 여겨서
버투오소, 마에스트로...등 거장으로 불리우지요.
예전에는 카메라가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일부 부유층의 특권처럼 여겨졌지만
오늘날은 기술의 급진적인 발달로 카메라가 다양해 졌고 저렴한 디지탈 카메라도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모든 국민이 사진 작가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 국민이 사진 선생이라는 말도 있다고 할 정도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져서 어느 지역이나 사진 찍기에 좋은 곳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고 합니다. 저도 물론 그 부류에 낀 것처럼...
그래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찍사?라고 한다지요?
더구나 컴퓨터의 발달로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는 포토샵....
정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그렇다면 오늘날 누가 진정한 사진작가이고 어떤 사진이 과연 좋은 사진일까요?
결코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명제이겠지요.
오늘 아침에 만난 한 장의 흑백 사진...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사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좀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동서남북을 멀다 하지 않고 다니면서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사람,
물론 저 보다 나이는 아래이지만 군대처럼 먼저 배우기 시작했기에
제가 깍듯이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베니스 비치에서 초라한 노인이 노상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을
담았다고 사진을 올리면서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손은 피아노를 만지는 손이 아닌듯 했습니다.
투박하고 거칠고 척박한 느낌이었는데...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이 올라간 후엔 아름다운 연주가 나오더군요.
베니스에서 만난 어느 거리의 피아노맨입니다."
피아노 위의 주름진 두 손이 너무나 멋지게 담긴 이 사진을 보고 깜짝놀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지금도 자이언 캐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하면서 허락해 주더군요.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안고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선배에게
"레이몬드, 그대는 이제 진정한 사진작가입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선배님, 부럽습니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ㅋㅋㅋ"
Billy Joel이 부르는 <Piano Man>입니다.
이 사진과 노래가 너무 잘 어울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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