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때문이야

겨울바다

후조 2014. 12. 10. 02:38

 

 

 

 

 

 

겨울 바다

 

- 김남조 -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靈魂)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개인적으로 일년 중 12월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11월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요란하게 펼쳐지는 성탄절 장식들...

모두들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쉬워서인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북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쇼핑센터에도 잘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집에만 있기가 왠지 무료해서

지난 주말 해질녁...

볼사치카 Bolsa Chica에 있는 생태계 보전지역에 나가 보았습니다.

혹시나 황홀한 황혼을 만날까 기대하면서...

 

겨울 바다...

 

봄이면 예쁘게 피던 야생화들이 모두 시들어버리고

검은 수풀만 무성하고

수 많은 종류의 새들은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 옹기종기 모여있었지만

황홀하지 않은 황혼이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또 한 해를 이렇게 보내야 하나 봅니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2nd movement Allegretto, Zubin Mehta가 지휘하는 Israel Philharmonic의 연주입니다.

베토벤이 1811년 가을부터 작곡하여 1812년 5월에 완성한 곡으로

Moritz von Fries 백작에게 헌정된 곡이라고 합니다.

1809년 베토벤은 대지주의 딸인 테레제 말파티를 알게되어 잠시나마 행복했었는지

1810년에 테레제를 위하여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하기도 했지만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 등으로 결국 둘의 사이는 끝나버리지요.

1811년 베토벤은 건강이 악화되어 휴양을 위해 Teplice 테프리츠로 가서

실연의 슬픔 가운데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작곡하며 건강을 회복하였다고 합니다.

베토벤의 유명한 교향곡이 많지만

진정한 음악애호가들에게는 7번이 가장 사랑받는 곡이라고 합니다.

리스트는 이곡을 "리듬의 화신"이라고 했고

바그너는 "춤의 聖化"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1813년 12월 8일 비엔나에서

그 당시 Hanau 전쟁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자선 음악회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2악장 Allegretto는 애수어린 아름다운 선율로 인기가 있어서

오늘날 2악장만 연주되기도 합니다.

 

 

 

 

 

Portrait of Beethoven in 1815, by two years after the premiere of his 7th Symphony

(image from Wikipedia)

교향곡 7번의 초연 2년 뒤 1815년에  Joseph Willibrod Mähler가 그린

베토벤의 초상화인데 건강이 안좋아 보입니다.

 

 

아, 토벤 아저씨의 生家를 찾아갔던 그 날의 잿빛 하늘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베토벤의 生家가 있는 Bonn, Germany

 

 

 

 

 

황남식 문득 숙소에서 달력을 보았습니다.
11월달이 그대로 걸려 있었지요.
드르륵하며 윗장을 걷어내니 결국 한장만 남더군요.

담배를 한대 피우고 환기를 시킨다고 양문을 열어 제치니 마침 바람이 불었고요.
힘없이 날리는 마지막 한장.

허무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한 마지막 장.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며칠 지나면 두툼한 새달력에 만족해야 겠지요.

늘 늦은 밤에 뵙네요. 2014/12/10 03:14:10  
trio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은 언제나 서글프지요.
그래도 말씀하신대로 두툼한 새 달력.. 벌써 받았습니다. ㅎ
멋진 마무리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시간은 오전 11시.. 감사합니다. 2014/12/10 03:49:38  
cecilia 저 위에 혼자 오롯이 있는 새가 아름답네요.

이곳에서도 가끔 후미진 강 기슭에 그림같이 서있는 다리가 길고 가느다란 새를 보는데

그 새는 늘 그림자같이 조용히 있어서 신비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가까이 다가갈려면 어느새 눈치를 채고 달아나 버려서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곤해요. 2014/12/10 04:43:28  
Anne 왜요?
저 황혼사진 아주 멋진데요.
황혼다운 애잔함과 차분함이 느껴지는. 2014/12/10 08:24:34  
푸나무 적막한 황혼두
화려한걸요 2014/12/10 09:37:37  
AnotherPhoto 볼사치카?
황혼녘 사진 멋집니다
저라면 온통 하늘에 가로등 한 개만 넣고 찍고 싶네요....~~ 2014/12/10 09:51:07  
선화 사진 좋습니다!!!
음악두요~~ㅎㅎ( 늘 그렇지만서두~ㅎ)

근데요..토벤아저씨가 안같네요 고뇌의 모습이
아닌 그냥 동네 아저씨 모습같아서요~ㅎㅎ
 2014/12/10 16:04:07  
흙둔지 겨울이 되면 조금 쓸쓸해지지만
곧 봄이 오리라는 희망이 있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2014/12/11 05:04:32  
산성 물가 거니는 새 한 마리
아름다운 황혼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데요?
아름답습니다.풍경들 모두...
생각해보니 순천만에서도
외딴 새 한 마리 만났었는데
아직도 사진첩에 그대로 끼워뒀네요.
언제 한번 밖으로...

 2014/12/11 09:39:43  
멜라니 황홀하지 않은 황혼이 실망스럽다 하셨는데
올리신 사진의 황혼에 제 마음은 설레는 걸요.
새 한마리 서있는 잿빛의 사진..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저 새.. 발 시려울 거 같아요..
토벤이 아저씨의 7번 2악장도.. 마음이 아련해지는 게
정말 좋아요.

 2014/12/13 13:55:39  
士雄 겨울바다,, 속초를 가볼까 하는데 요즘 해가 참 짧아요.ㅎㅎ
 2014/12/14 19:00:07  
dolce

겨울바다는 여름날의 모든 기쁨들과 사연들을 안고
묵묵히 가슴앓이 하는 듯
그래도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몰려와서는 흩어져 나가는 아쉬운 흐느낌....

베토벤의 사연담긴 쓸쓸한 음율이 다가옵니다.

유튜브 소스인데도 Autoplay 가 되네요.
지금 몇번을 들었는지 ㅎㅎ

좋은 음악 사연 또 사진들 감사히 받습니다.  2014/12/16 01:19:33